[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프로배구 대전 삼성화재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왕조’와 ‘몰빵배구’다.
대조적인 뉘앙스를 띄는 두 단어지만, 역설적으로 몰빵배구를 추구했기에 V리그 8회 우승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몰빵배구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괴르기 그로저라는 걸출한 외인 공격수를 보유했지만 획일적인 공격 전술로 정규리그 3위에 그쳤다. V리그 참가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올 시즌 학습효과가 기대되기도 했다. 외국인 공격수만으로 안 되기 때문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도 몰빵배구로 가기로 한 삼성화재다. 트라이아웃 선발로 예년보다 몸값이 현저하게 낮은 외인들이 국내로 들어왔다. 다시 말해 이전 수준을 기대하기 힘든 외인들이 코트를 누빈다. 전술이 조금이라도 바뀔만한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 21일 맞대결을 펼친 천안 현대캐피탈만 봐도 올 시즌 또 한 번 공격 기조를 바꿨다. 국내 공격수들의 포지션 이동을 꾀하며 ‘토털배구 시즌2’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타이스에게 가장 많은 공격 기회를 주기로 했다. 리시브가 어느 정도 되면 어김없이 타이스에게 공이 올라갔다.
타이스의 현대캐피탈전 성적은 51득점(백어택 15득점) 공격성공률 61.53%.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다. 하지만 5세트 동안 그를 받쳐주는 토종 공격수들의 활약이 다소 부족했다. 이날 타이스의 공격점유율은 무려 58.21%. 라이트 김명진이 15득점, 센터 김규민이 10득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두 자릿수 득점은 이 3명이 전부다.
특정 선수에 편중된 공격은 체력전에서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는다. 타이스는 공격점유율 70.59%까지 치솟은 5세트엔 공격성공률이 41.67%로 크게 떨어졌다. 범실도 3개나 기록했다. V리그가 장기 레이스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고민이 될 부분이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로테이션이 돌면서도 선수들이 바뀐 자리에서 제 몫을 해줬다. 센터 신영석과 최민호가 각각 레프트, 라이트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점수를 착실히 뽑아냈다. 외국인 선수 톤이 18점을 올린 것을 비롯해 문성민(18점), 최민호(17점), 신영석(12점)이 나란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완성도 높은 토털배구로 3-2 승리를 거뒀다.
오는 11월 말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가 전역할 때까지는 김명진을 비롯해 센터진들의 분발이 필수적이다. 타이스의 짐을 덜어주면서 다양한 공격을 펼쳐야 상대도 삼성화재를 무서워할 것이다.
시즌 초반 2연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은 삼성화재.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몰빵배구를 버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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