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수원 삼성이 더이상 지난해와 같은 굴욕을 맞지 않을 듯하다. 권창훈을 프랑스로 보내며 공격에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스리백 포메이션으로 바꾼 뒤 재편한 스리톱의 공격력이 한층 힘을 얻었다. 여기에 세트플레이까지 장착했다.
수원 삼성은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 최강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2차전 홈경기에서 세트플레이로만 2골을 넣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상대로 필드골을 넣진 못했지만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2골을 넣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공격 옵션이 다양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수원 삼성은 지난 시즌 하마터면 강등을 당할 수도 있었다. 스플릿 라운드가 벌어지기 전까지 치른 33라운드까지 7승 16무 10패로 승점이 37밖에 안됐다. 수원 삼성은 10위까지 떨어졌고 12위 수원FC와 승점차는 불과 4였다. 스플릿라운드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가는 강등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원 삼성은 하위 스플릿에서 치른 5경기에서 무패를 달리며 순위를 7위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조나탄이 있었다. 지난 시즌 후반에 들어온 조나탄은 불과 14경기를 치르고도 10골을 넣으며 '달구벌 호날두'에서 '수원성 호날두'로 변신했다. 염기훈 역시 지난 시즌 15개의 어시스트로 수원 삼성 공격력에 보탬이 됐다.
올해는 조나탄, 산토스, 염기훈의 공격력이 한층 빛날 것으로 보인다. 그 원천은 바로 세트플레이다.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염기훈의 왼발에 이은 산토스와 조나탄으로 이어지는 슛은 수원 삼성의 첫번째 공격 옵션이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경기에서도 확실하게 위력을 발휘했다.
염기훈의 왼쪽 코너킥 지역에서 쏘아올린 왼발 크로스는 정확하게 산토스의 머리로 배달됐다. 산토스는 165cm에 불과한 단신 선수지만 장신의 광저우 에버그란데 선수들의 머리를 넘어 산토스의 머리에 적중했다.
조나탄의 골은 완벽한 작품이었다. 염기훈의 왼발 크로스를 생각했던 광저우 에버그란데 선수들의 허까지 찔렀다. 땅볼 패스에 이은 조나탄의 완벽한 골은 올 시즌 수원 삼성이 얼마나 위력적인 세트플레이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는 장면이다.
염기훈은 후반에도 위력적인 왼발 프리킥으로 상대 골키퍼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조금만 옆으로 더 벗어났다면 상대 골키퍼가 손을 쓸 새도 없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갈 수도 있었다. 간신히 골키퍼가 펀칭으로 쳐냈다. 염기훈까지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다면 최전방 스리톱 선수들이 모두 골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여기에 수원 삼성은 박기동이라는 조커를 보유하고 있다. 전남에서 이적해온 박기동은 지난해 상주 상무에서 마지막 복무를 하며 9골로 팀내 최다득점을 올렸다. 이런 박기동의 골감각까지 살아난다면 올해 수원 삼성의 공격력은 배가될 수 있다.
비록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비겼지만 수원 삼성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단 한 차례도 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서정원 감독은 "동계훈련 동안 세트플레이를 집중 훈련했다. 허를 찌른 조나탄의 골도 약속된 플레이였다"며 "아직 경기력이 100%까지 올라오지 않았지만 동계훈련을 통해 강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예방주사를 맞았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시즌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10승으로 최소 승수를 기록했던 수원 삼성의 모습은 올해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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