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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6) 축구하는 서울대 여대생이 의아하다고요? 그래도 인기 만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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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6) 축구하는 서울대 여대생이 의아하다고요? 그래도 인기 만점이예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08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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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는 여성이 아름답다' 서울대 여자축구부 SNUWFC

요즘은 보는 스포츠의 시대에서 즐기는 스포츠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남녀의 구분이 없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는 축구를 하는 여자, 야구를 즐기는 여자 등 과거만 해도 남자 종목으로 여겨졌던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그 종목도 다양하다. 구기 종목을 비롯해 격투기와 익스트림스포츠까지 각양각색이다. 전 사회적으로 불고 있는 여풍 현상이 스포츠계라고 예외일 수 없다. 스포츠Q는 연중 기획 시리즈 ‘여자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스포츠를 몸소 즐기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한국 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균형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므로. [편집자 주]

▲ 서울대 여자축구부 SNUWFC 선수들이 서울대 대운동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각종 대회에서 성적을 올리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샤컵'을 주최하는 등 축구 사랑에 앞장서고 있다.

[300자 Tip!] 여자들이 남자친구로부터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세가지 있다고 한다. 군대 얘기, 축구 얘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여자들이 이런 얘기를 듣기 싫어하는 것은 아마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축구는 불과 십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남자들만 하는 종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아니, 아직도 중년층이나 노년층에서는 여자가 축구를 한다고 하면 의아하게 쳐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규 선수가 아닌 여대생들이 축구를 취미로 한다면 어떨까. 공부만 하는 모범생 이미지와 선입견이 강한 서울대의 여대생들이 축구를 한다면?

[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서울대에 다니는 여대생이라는 이미지는 어떨까?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있거나, 자기만 챙기는 이기심 가득한 20대 여성? 기자의 생각이 잘못된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씩 학교 대운동장에 모여 2시간 30분씩 축구 훈련을 하는 여학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대 여대생들은 축구를 하고 있다. SNUWFC(서울대학교 여성축구팀)라는 팀이 있다. 서울대 유일의 여자축구부로 엄연히 대학 운동부로 등록이 되어 있다.

그러하면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대학 운동부라고? 그럼 초중고등학교 때 선수로 활약했던 학생들이 대학 진학해서 뛰는 팀인가 보지."

그러나 아쉽게도 SNUWFC에는 체육특기생이 없다. 이는 서울대 운동부의 전통이기도 하다. 서울대 야구부는 물론 여타 다른 종목의 운동부에는 체육특기생이 없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들이 중심이 돼 창단되긴 했지만 SNUWFC의 문호는 활짝 열려 있다. 전공에 상관없이 서울대에 다니는 학부 또는 대학원생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물론 면접은 본다. 하지만 실력을 보진 않는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진행되는 2시간 30분씩, 일주일에 5시간의 훈련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경기가 있을 때면 역시 결석하지 않고 나갈 수 있는 열정과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결코 SNUWFC의 일원이 될 수 없다.

▲ 서울대 여자축구부 SNUWFC 학생들이 서울대 대운동장에서 몸을 풀며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일주일에 이틀, 5시간 훈련은 안빠져요

관악산을 뒷배경으로 하는 서울대의 늦은 오후는 너무나 추웠다. 관악산자락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뼈속 깊숙이 박혔다. 이렇게 추운 날씨라면 뜨거운 아랫목으로 파고들 법한데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대생들은 오후 5시 30분이 되자 서울대 대운동장으로 모여들었다.

여자축구팀 뿐 아니라 남자축구팀, 미식축구팀이 함께 훈련하는 서울대 대운동장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고 조명탑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칼바람이 불어오는 과정 속에서도 SNUWFC 선수들은 몸을 풀며 본격 훈련을 준비했다.

2010년 서울대 학생들의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SNULIFE)'를 통해 서울대 여자축구부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체육교육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뜻이 모아졌고 결국 동아리로 만들어졌다. 이후 서울대의 정식 운동부가 되면서 활성화됐다.

SNUWFC는 순수한 아마추어팀이다. 초중고등학교 때 선수로 활동했던 학생들이 아니라 정말로 축구가 좋아서 모였다. 심지어 대학에 들어와서 축구를 처음 시작한 학생도 있다.

대학생들은 요즘 스펙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학점을 높이고 스펙을 쌓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주일에 5시간씩 시간을 낼 수 있을까. 그것도 개인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20대 여학생들이? 하지만 일주일에 5시간도 시간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SNUWFC의 주장 배수빈(21·체육교육과)씨는 "대회에 나가서 가장 흔히 듣는 질문이 바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것"이라며 "일주일에 두 번 모이는 것 뿐이다. 2시간 30분 훈련이니 이런저런 준비까지 합치면 하루에 3시간, 일주일에 6시간을 내는 것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장도 가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 정도도 시간을 내지 못하면 열정이 없는 것일 뿐이다. 핑계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하민(21·약학과)씨도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축구에 대해서 잘 몰랐다. 운동 신경이 없어 처음에는 발전이 더뎠다"며 "하지만 계속 축구를 하게 되면서 운동이 즐거워졌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오히려 축구를 하고 땀을 흘리고 나면 공부가 더 잘된다. 대학 생활의 활력소"라고 말했다.

▲ 서울대 여자축구부 SNUWFC 학생 선수들이 조명시설이 환하게 들어온 서울대 대운동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두 차례, 매주 5시간씩 훈련에 열중하며 땀을 흘린다.

SNUWFC에 입단하기 위한 조건 같은 것은 없다. 학과의 제한도 없고 나이나 학부생, 대학원생의 제한도 없다. 그러다보니 체육교육과 학생보다 다른 과 학생들이 더 많다. 물리교육과, 지구과학교육과, 경영학과 학생도 있다. 심지어 의예과 학생도 몸담은 적이 있다. 지금은 예과 2년을 마치고 의대가 있는 대학로 연건 캠퍼스에 다니는 관계로 훈련에 자주 참석하지 못한다.

국적 제한도 없다. 외국인 학생들도 SNUWFC에 입단할 수 있다. 프랑스 교환학생은 사샤(21)은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SNUWFC에 입단했다. 잠시 해외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그를 만나볼 수 없었지만 내년부터는 새로운 미국 용병(?) 티파니(31)가 입단할 계획이다. 티파니는 동양화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다.

제한이 없는 대신 까다로운 입단 절차가 있다. 입단 테스트가 아니라 과연 일주일에 두 차례 갖는 훈련에 최대한 빠지지 않고 참석할 수 있는지다. 이런저런 이유로 훈련에 빠진다면 열정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아무래도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축구를 접한 학생들도 있다보니 훈련에 빠지지 않는 것은 필수적이다. 처음에 공도 제대로 차보지 못했던 학생들이 점점 기량을 쌓고 대회에 나갈 정도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훈련의 영향이 크다.

이들의 훈련은 쉼이 없다. 지난해까지 WK리그 수원FMC에서 뛰었던 박현희(30) 초빙코치의 지도 아래 추울 때나, 더울 때나 계속된다. 악천후 때문에 도저히 훈련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예외이긴 하지만 웬만하면 쉬지 않는다.

▲ 서울대 여자축구부 SNUWFC는 지난해까지 수원FMC에서 활약헀던 박현희(오른쪽) 초빙코치의 지도 아래 훈련하고 있다. SNUWFC는 K리그 컵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 사회성 키우는데 축구만한 운동 없어, 기업들이 더 좋아해

운동부라고 하면 강압적인 분위기를 생각하기 쉽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고 감독, 코치들이 선수들을 훈시할 때 심지어 매를 드는 경우가 있다. 선수 인권에 대해 경각심이 일면서 이런 사례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스포츠 일선 현장에서는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그러나 SNUWFC에는 강압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축구를 좋아하는 동료로 만났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훈련하고 땀을 흘린다. 그렇기에 어쩌면 면접을 통해 열정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지도 모르겠다. 열정이 없다면 자율적으로 훈련하기도 힘들고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수빈 씨는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주도해서 만들어진 팀이긴 하지만 체육교육과 특유의 강압적인 분위기도 완전히 지웠다. 다른 과 학생들과 함께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한다"며 "다른 과 학생들도 즐겁게 훈련하다보니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을 한다. 몇몇 학생 중에는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어서 말도 제대로 못했지만 축구를 통해 활발해진 친구들도 있다"고 밝혔다.

조민희(21·소비자학과)씨도 "왜 축구를 하느냐고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본다"며 "대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0대이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즐거워한다.

또 함께 훈련하고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키우는 것은 덤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대학생 등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은데 축구를 하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어떻게 사회의 구성원들과 어울리고 자신도 구성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배운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기업 면접 때 축구를 했다고 하면 신기하게 바라본다는 선배들의 증언이 있다고 한다. 기업 면접 때 대학에서 축구를 했다고 하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이만한 스펙이 없다는 것이다.

SNUWFC는 A 대기업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A 대기업 사원들과 친선 축구를 하면서 사회성도 키우고 종종 졸업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도 듣는다고 한다. A 대기업의 상무는 "너희들이 입사 지원하면 그냥 합격이야"라고 반농담식으로 말했다고 하니 축구를 한 여성들에 대해 얼마나 호의적인지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인기 만점이다.

▲ 서울대 여자축구부 SNUWFC의 주장 배수빈씨는 일주일에 5시간을 내지 못하는 열정이 없이는 SNUWFC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한다. 축구에 대한 열정만이 SNUWFC의 입단 조건이다.

◆ 여대 아마추어 대회서 입상, 만만찮은 실력 자랑

서울대 운동부는 순수 아마추어 팀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종종 뉴스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서울대 야구부의 경우 연전연패하는 뉴스가 종종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SNUWFC의 실력은 어떨까.

아무래도 초중고등학교 때 선수로 뛰고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런 전문 선수들이 있는 대학팀과 붙어본 경험은 없다.

하지만 각 대학에는 여대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축구팀이 적지 않다. 이런 축구팀들이 모여 종종 경기를 갖는다.

물론 처음부터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2011년 2학기부터 학교의 정식 운동부로 인증을 받은 SNUWFC는 2011년 동덕여대, 덕성여대와 치른 국회의장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헀다.

또 지난달 벌어진 K리그컵 대회에서는 한국체육대와 자웅을 겨뤄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체육을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 한국체육대의 경우 거의 매일 훈련을 한다고 하니 결승전에서 접전을 벌인 것만으로도 서울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또 SNUWFC는 지난 10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평가전 때 숙명여대와 오프닝 경기를 갖기도 했다.

여기에 SNUWFC는 '샤컵'을 직접 주최해 아마추어 대학팀들과 경기를 갖기도 한다. 처음에는 SNU컵이었다가 서울대 정문 조형물을 본따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샤컵은 지난달 14개팀이 참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 서울대 여자축구부 SNUWFC는 이미 아마추어 여자대학팀 사이에서는 강호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열린 K리그컵 대회에서는 한국체육대와 결승전에서 맞붙는가 하면 대표팀 평가전 때는 오프닝 게임을 갖기도 했다.

이들에게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학교 운동부라고 하지만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지원비로는 운영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은 사비를 털어가면서까지 운동을 한다. 유니폼이나 각종 장비들도 자신의 돈으로 구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운동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이들은 끝으로 한번쯤 스타 출신들로부터 하루 레슨을 받고 싶다는 20대 초반의 깜찍한 소원을 밝히기도 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나 박지성 같은 선수들이 하루쯤 와서 지도해준다면 달려나와서 땀을 흘릴 준비가 되어 있단다.

조예은(19·물리교육과)씨는 "원래부터 운동하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축구를 하고 나면 오히려 공부에 집중이 잘 된다"며 "나 뿐 아니라 SNUWFC에 몸담고 있는 모든 학생들은 열정적이다. 운동을 통해 학업 스트레스도 풀고 몸도 건강해지니 일석이조다. 춥다고 움츠러들지 말고 밖에 나와서 공 한번 차보라고 말하고 싶다. 운동을 하면서 근육도 생기니 다이어트에도 효과 만점"이라고 웃었다.

[취재후기] SNUWFC의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들은 공통적인 얘기가 있다. 일단 잔병치레하는 경우가 없어졌고 함께 훈련하고 때로는 합숙까지 하면서 단체 문화에 익숙해져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건강해지고 사회성도 길러진다니 운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운동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것도 좋고, 쇼핑을 하는 것도 좋지만 운동을 위해 단 몇 시간만이라도 내보자. 그 몇 시간의 투자가 그 이상의 열매가 되어 돌아올테니. 이미 SNUWFC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 서울대 여자축구부 SNUWFC 선수들이 서울대 대운동장에서 진행한 미니게임 훈련을 마친 뒤 진 팀이 이긴 팀을 업어주며 즐거워 하고 있다. 이들에게 축구는 대학 생활의 오아시스이자 활력소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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