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Tip] 남지현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 부터다. 이 '될성부른 떡잎'은 이후 ‘자이언트’ ‘무사 백동수’ ‘엔젤아이즈’를 거쳐 영화 '터널'과 드라마‘수상한 파트너’를 통해 성인 연기자로 거듭났다. 여기에 '백일의 낭군님' 속 홍심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으로 자리잡았다.
15년간 한 길을 달려온 남지현은 노력을 통해 아역배우 출신을 꼬리표가 아닌 발판으로 삼은 셈이다. 그렇다면 장르를 넘나드는 꾸준한 활약으로 20대 대표 여배우로 부상한 남지현에게 '백일의 낭군님'은 어떤 작품이었을까.
[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사전제작 드라마다 보니 모니터링이 불가능했어요. 연기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는데, 당찬 홍심이가 시청자분들께 사랑받으면서 제 부족함이 가려진 것 같아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배우 남지현은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속 홍심을 연기하며 느꼈던 고충과 소감을 털어놨다. '백일의 낭군님'은 기억을 잃어버린 기억을 잃은 왕세자 이율(도경수 분)과 16년 전 그와 혼인을 약속했던 홍심(남지현 분)의 예측불허 로맨스를 그린 사극이다. 남지현은 '윤이서'와 '연홍심' 두 인물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며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배우 남지현은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종영 이후 소회를 밝혔다.
■ '백일의 낭군님'= 사극+로맨스+코미디+정극...남지현표 '종합선물세트'
"편성이 확정된 뒤 주변에서 많은 우려의 말씀을 해주셨죠. 제가 '백일의 낭군님' 대본을 받을 때는 편성이 계속 옮겨 다니고 있는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대본을 받은 뒤 '이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지현이 출연한 '백일의 낭군님'은 연일 부진을 면치 못했던 월화드라마 시간대에 편성됐다. 여기에 그간 '사극 불모지'로 통했던 tvN표 사극이다. 하지만 '백일의 낭군님'은 이러한 징크스를 보란 듯이 무시하며 tvN 월화극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퓨전 사극이면서 로맨스 코미디와 궁중 암투를 더한 내용을 보여 드릴 수 있는 드라마가 미니시리즈 중 있을까 고민했어요. '백일의 낭군님'은 그간 제가 해왔던 연기의 종합선물세트가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죠"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 남지현은 잘 쓰인 대본과 아름다운 영상을 믿고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백일의 낭군님' 각본을 맡은 노지설 작가는 로맨스와 궁중암투 등 다양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촘촘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무엇보다 '백일의 낭군님' 속 연홍심이란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좋은 작품 속에서 입체적이게 움직이는 홍심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뚜렷하게 전하고, 강한 이에게 강한 아이에요. 할 줄 아는 것도 많은 캐릭터니 더욱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남지현은 "전작과 다르지만, 시청자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새로운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밝혔다. 이어 '백일의 낭군님' 속 연홍심의 전반부 이야기는 그간 자신이 '잘' 해왔던 연기임과 동시에 강렬한 사건과 심리극이 몰아치는 후반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해왔던 작품과 다르게 이번 드라마는 인물의 상황이 극한으로 몰리는 부분이 많아요. 홍심이가 마주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물 간 감정이 고조되죠. 눈물을 쏟고, 소리치고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밀어붙여 보여드릴 수 있었던 드라마가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던 것 같아요"라며 새로운 도전에 소감을 전했다.
그렇다면 배우 간 케미스트리는 어땠을까. 남지현은 '백일의 낭군님' 속 연홍심과 이율의 캐스팅 비화를 공개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주연 배우를 캐스팅할 때 '눈'을 중심으로 봤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저와 도경수씨 모두 눈이 동그래서 예쁜 그림이 나올 것 같다고 하셨죠. 촬영 이후에도 두 명의 눈이 잘 담긴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하셨어요"라고 말하며 살짝 쑥스러워했다.
묘하게 닮은 얼굴과 다르게 연홍심과 이율은 상반되는 목소리로 러브라인을 이끌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기자의 질문에 남지현은 손사래를 치며 "도경수씨는 목소리가 중저음이이에요. 그와 달리 전 높고 리듬감이 있죠. 이러한 목소리가 사극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어요. 톤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데뷔 15년, 여전히 연기가 '무거운' 배우 남지현
'백일의 낭군님' 종영 인터뷰 내내 남지현은 "너무 큰 사랑을 받아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언급한 '목소리 톤'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사전제작 드라마에 참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에요. 모니터링을 하지 못한 채 본방송으로 완성본을 처음 봤죠.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부족함을 굉장히 많이 느꼈어요. 기본적으로 저는 모니터링하면서 목소리톤이나 움직임 조율을 많이 하는 편인데, 사전제작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니까요"
남지현은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는 것과 실제 방송에 송출되는 완성본을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지현은 "많은 시청자분께서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도 처음 해본 작업에서 쌓은 경험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다만, 다시 사전제작 작품을 하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부담을 내려놓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데뷔 15년 차, 아무리 아역배우라고 해도 연기 경험이 짧지 않은 남지현이다. 그간 연기력으로 큰 지탄을 받은 작품 역시 없다. 그럼에도 남지현이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나이에 데뷔했어요. 그렇다 보니 아역이라고 해도 시청자분들이 가지고 있는 저에 대한 이미지가 있을 수밖에 없죠. 그 틀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역배우는 역할이 한정적이지만, 성인 배역은 무한한 역할이 주어지니까요. 그래서 늘 혼날 걱정이 드는 것 같아요"
지난 2004년 데뷔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 모든 작품에 임할 때 긴장과 걱정이 따른다고 전했다. 시간과 함께 쌓아올린 노하우가 '버릇'이 되어 발목을 잡는 것을 미리 방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어 남지현은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로서의 태도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는 로망의 집학체라고 생각해요. 전체가 아니더라도 이런 장면이 현실에서 한 번쯤은 일어날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러므로 (작품을 선택함에) 제가 잘하는 것인가를 판단해요. 연기는 대본 속 말투와 행동을 구현화하는 작업이니까요. 안 맞는 옷을 입으면 작품에 누가 될 수 있으니 고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대중과의 합의점을 찾게 된 것 아닐까요?"
남지현은 대본이 들어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견이지만, 회사, 부모님, 연기 선생님 등 여러 주변인의 의견을 듣는다고 전했다. 이는 자신이 작품 속 배역을 잘 소화할 수 있는지를 객관화를 하는 과정이라 말했다.
남지현은 "그렇다보니 제가 하고 싶더라도 나이나 이미지를 이유로 주변에서 만류한다면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이유가 합리적이라면 작품을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요"라며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함께 쌓아온 주변인들에 대한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중의 요구가 아닌 남지현이 하고 싶은 연기는 어떤 것일까. 기자의 질문에 남지현은 "대중분들의 기대와 반대점에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차갑고, 어두운 역할 말이죠. 하지만 하고 싶다고 모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라며 확고한 의견을 더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배우 남지현은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얻은 사전제작 드라마와 사극의 경험을 양식으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백일의 낭군님'은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홍심이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저 또한 꿈같은 날들을 보낼 수 있었어요. '백일의 낭군님'스러운 아기자기하면서 사랑스러운 '꽉 닫힌 결말'인 만큼 시청자분들이 희로애락을 느끼며 오랜 시간 추억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취재 후기]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남지현은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이번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맡은바 온 힘을 다하자"는 각오를 다졌다는 것이다.
이어 남지현은 인터뷰 내내 배우로서 도전을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로서 자신의 '쓰임'을 잊지 않는다고 전했다. 새로운 작품으로 대중과의 합의점을 찾는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겠다는 말투에선 확신이 느껴졌다.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진중한 자세를 보인 남지현은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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