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졌지만 정말 잘 싸운 경기, 시쳇말로 ‘졌잘싸’였다. 동남아 최정상에 오른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이지만 그 무대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유일 16강 진출에 빛나는 일본을 상대로도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싸웠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UAE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JTBC, 네이버, 다음, 아프리카TV 생중계)에서 도안 리츠에 페널티킥 실점하며 0-1로 졌다.
베트남 축구의 도전은 8강에서 막을 내렸지만 황금세대의 화려한 등장을 알린 후회없는 무대가 됐다.
조별리그에서 이란과 이라크 사이에서 3위로 가까스로 16강에 오른 베트남이지만 A조 1위 요르단과 120분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올랐다. 베트남 축구가 아시안컵 8강에 오른 건 2007년 이후 2번째. 토너먼트에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시엔 참가국이 적어 조별리그 이후 바로 8강이 치러졌다.
박항서 감독은 5-4-1 포메이션을 내세워 기본적으론 수비적인 형태로 나섰지만 내용은 이와는 상반됐다. 일본이 정확한 패스를 살려 안전하게 공을 돌리는 플레이를 펼친 탓에 점유율에선 31.9%-68.1%로 뒤졌지만 슛에선 12-11로 오히려 앞설 만큼 베트남은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다.
수비 후 펼치는 역습은 매우 날카로웠다. 응우옌 꽁 프엉은 최전방에서 뛰어난 돌파와 과감한 슛으로 일본의 수비진을 당황케 했고 최후방에선 당반람이 선방쇼를 펼치며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승부를 가른 건 비디오판독(VAR)이었다. 베트남은 8강부터 도입된 VAR의 혜택을 봤다. 전반 25분 일본의 코너킥에서 요시다 마야의 헤더에 실점했지만 주심은 VAR을 적용했고 확인 결과 기타가와 코야의 손에 맞은 것으로 나타나 골은 무효가 됐다.
이후 베트남은 끊임없이 일본의 골문을 노렸다.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에서 마무리 능력이 부족했던 게 아쉬웠다.
후반 들어서도 치열하게 맞섰지만 치명적 실수에 고개를 숙였다. 후반 10분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VAR을 판독을 위해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앞선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 일본 도안 리츠가 문전에서 돌파할 때 베트남 수비수의 다리에 걸린 게 확인돼 일본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미 공이 도안의 발에 맞고 튀어 나가고 있었기에 뒤늦게 다리를 건드린 게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박항서 감독은 이후 과감한 이른 시간 교체카드 3장을 모두 사용하며 반전을 꾀했다. 일본은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득점 이후 라인을 내리고 매우 수비적으로 나섰다. 베트남은 짧은 패스를 통해 일본의 빈틈을 파헤치려 했지만 공간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일본은 교체카드 또한 수비적으로 활용하며 지키기 작전에 돌입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영리한 경기운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시아 정상급 팀이 펼치는 작전이라고 보기에는 실망감을 내보일 수밖에 없는 플레이였다.
결국 일본은 8강에 선착해 중국-이란전의 승자를 기다리게 됐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치열하게 맞섰던 베트남과 달리 비판적인 반응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2019 UAE 아시안컵 8강 일정
△ 베트남 0-1 일본 24일 오후 10시 -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
△ 중국-이란 25일 오전 1시 - 아부다비, 알자지라 모하메드 빈 자예드 경기장
△ 한국-카타르 25일 오후 10시 -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
△ 아랍에미리트-호주 26일 오전 1시 - 알 아인, 하자 빈 자예드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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