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고봉 융프라우는 아름다운 설경만큼이나 유명한 게 있다. 바로 농심 신라면이다. 그 곳 정상 휴게소에서 농심 신라면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란다. 세계에서도 통할 정도로 신라면은 한국 라면계 최고 인기 상품으로 자리매김했고 이와 함께 농심은 우뚝 성장했다.
그러나 농심 신라면 브랜드가 세계 곳곳에서 이름을 떨치는 것과는 달리 기업 내부에는 남다른 고민이 있다. 한마디로 일감 몰아주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8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농심은 태경농산에 1941억7989만 원, 농심미분에 37억2641만 원을 지급했다.
태경농산과 농심미분은 신춘호 농심 회장의 두 아들 소유의 개인회사이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와 함께 ‘회사기회유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태경농산은 1979년 설립돼 농수산물 가공 및 스프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식자재 회사다. 농심의 지주회사 농심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라면과 과자 등에 첨부되는 액상 소스와 시즈닝, 향신료, 별첨스프 등을 생산해 농심에 납품하는 구조로 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태경농산의 지배구조와 수익 창출 방식이다.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홀딩스의 주식 42.92%를 가진 최대주주다. 쌍둥이 형제이자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이 13.18로 2대 주주고 막내딸 신윤경 씨(2.16%)까지 포함하면 오너 일가 지분이 무려 60%에 육박하는 개인회사라고 할 수 있다.
태경농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평균 매출액이 3079억 원인데 지난해 농심으로부터 얻은 수익만 63%를 차지한다.
농심미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농심미분은 신춘호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60%, 그의 두 자녀가 각각 20%씩의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다.
2009년 설립돼 각종 쌀가루 등을 주력으로 생산해 주로 농심에 납품하고 있는 농심미분은 최근 5년간 평균 매출액 97억 원을 올렸는데 40%에 가까운 수익을 농심으로부터 얻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태경농산과 농심미분이 설립된 이래 줄곧 이런 식의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불렸고 오너 일가의 사익을 늘려온 까닭이다. 이는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비정상적인 경영권 승계로까지 이어졌다.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그동안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왔다.
공정위는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20%, 비상장사 30% 이상인 곳이 정상가격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계열사와 거래하거나 부당한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것을 해당 경우로 보고 제재하고 있다.
농심은 자산규모 4조5000억 원으로 규제 대상에 속해 있지 않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지적하며 신년 2019 업무계획에서 자산 5조 원 미만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농심이 주요 타깃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