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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지각 검도왕' 이강호의 외길 24년, 남은 목표는 타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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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지각 검도왕' 이강호의 외길 24년, 남은 목표는 타도 일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26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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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닿지 않던 검도왕대회 생애 첫 우승…대표팀 주장으로 9년만에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 도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검도의 에이스 이강호(38·구미시청)의 죽도 끝이 날카롭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현역 선수 막바지에 들어선 그가 다시 한번 '검도 종주국' 일본을 꺾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강호는 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끝난 2015 SBS배 전국검도왕대회 일반부 결승전에서 같은 팀 후배 유제민(25)을 허리치기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강호는 한국 검도의 에이스이자 강호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검도왕대회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3위를 몇 번 차지한 적은 있었지만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단 한차례도 결승에 오르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강호는 선수 생활의 막바지에 들어서 다시 한번 주먹을 불끈 쥐었고 결국 꿈에 그리던 검도왕대회를 제패했다. 또 대표팀의 주장으로 오는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검도선수권에 출전하는 그는 다시 한번 '타도 일본'을 다짐하고 있다.

▲ [잠실학생체=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이강호가 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BS배 전국검도왕대회 일반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생애 첫 검도왕대회를 제패한 이강호는 이제 오는 5월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을 타도하겠다고 벼른다.

◆ "검도는 하면 할수록 알 수가 없는 스포츠, 그래서 매력"

이강호가 검도에 입문한 것은 승평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1991년의 일이다. 어느덧 올해로 검도 인생 24년째에 접어들었다. 검도 6단으로 이제 검도에 대해서는 달인이 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 됐다. 그러나 검도는 하면 할수록 알 수가 없는 종목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검도는 해도 해도 알 수가 없어요. 8단이라도 검도를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더욱 매력이 있죠. 24년 동안 검도를 하면서 하루에 10개를 터득할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아무리 해도 머리 속이 하얀 백지장이 되면서 아무 것도 알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깊숙하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모르는 게 검도인 것 같아요."

이강호는 자신의 이름처럼 한국 검도의 강호이자 에이스로 군림했지만 검도왕대회는 죽도 인생 24년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추계실업대회 남자 통합부 개인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는 상을 휩쓸었지만 검도왕대회는 고비에서 덜미를 잡혔다.

"사실 국내 대회에서 선수들의 실력차는 거기서 거기입니다. 조그만 실수도 치명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실업팀 선수들의 실력은 비슷하죠. 하지만 올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는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검도선수권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열심히 훈련한 덕분인 것 같아요. 지난해부터 새벽, 오전, 오후, 야간에 걸친 대표팀 훈련에 매진하다보니 조금 더 실력이 는 것 같아요."

▲ [잠실학생체=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이강호(왼쪽)가 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BS배 전국 검도왕대회 일반부 결승전에서 팀 후배 유제민와 맞서고 있다.

그래도 이번 검도왕 대회에서 고비는 있었다. 역시 이번 세계선수권에 함께 출전할 박병훈(31·용인시청)과 8강전이었다. 검도 명문 용인대 출신인 그는 지난해 대통령기 개인전 우승과 함께 2009년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결승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이강호와 함께 한국의 단체전 준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아무래도 대표팀에서 함께 오래 있었고 지금도 같이 훈련하니까 가장 부담됐죠. 박병훈도 검도 20년으로 경험이 풍부하니까요. 가장 힘들었던 경기였던 것 같아요. 후배 유제민과 결승전도 만만치 않았어요. 제민이는 젊은 패기로 승부했고 저는 노련미로 맞섰죠. 아무래도 제가 조금 더 노련해서 이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 다시 한번 일본 콧대 꺾는다

자신을 한껏 낮추긴 하지만 이강호는 검도 분야에서 각종 상을 휩쓸어왔다.

그가 받은 상 가운데 가장 큰 것이 2013년 받은 체육훈장 맹호장이다. 김연아 등이 받았던 청룡장에 이어 두번째로 큰 상이다. 지난해 여자 골퍼 박인비가 받았던 훈장이 바로 뱅호장이었다.

맹호장은 주요 대회별 평가점수를 환산, 서훈기준 700점 이상인 선수에게 주어진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에서 성적을 올려야만 점수를 따낼 수 있다. 그만큼 이강호는 검도에서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반증이다.

이강호는 일본이 종주국인 검도 종목에서 세계적인 강호로 군림해왔다. 일본이 종주국인 무도 스포츠가 늘 그렇듯 검도에서도 한국은 일본의 라이벌이다. 한국이 당당한 일본의 라이벌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2012년까지 15차례 벌어졌던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의 독주를 깼던 것이 가장 컸다. 이때도 이강호가 있었다.

▲ [잠실학생체=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이강호가 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BS배 전국 검도왕대회 일반부 결승전을 앞두고 호구를 챙기고 있다.

이강호는 26세이던 2003년 12회 대회부터 계속 세계선수권에 출전해왔다. 2003년까지만 해도 단체전 금메달은 모두 일본의 차지였다.

하지만 일본의 독주가 멈춰진 것이 대만에서 열렸던 2006년 대회였다. 당시 일본은 4강전에서 미국에 져 3위에 그쳤고 한국은 일본을 꺾고 올라온 미국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또 이강호는 2009년 대회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 3위에 올랐다. 개인전에서는 4강전에서 데라모토 쇼지(일본)에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나름 선전했고 단체전 역시 4강전에서 일본을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일본의 콧대를 확실하게 꺾어놨던 것은 2013년 스포츠어코드 세계컴뱃대회에서 일반부 우승을 차지한 것이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두꺼운 선수층과 텃세를 앞세운 일본의 독주를 그 누구도 막지 못했지만 이를 이강호가 해냈다.

당시 이강호는 4강전에서 일본의 시메 히토시를 꺾은 뒤 결승에서 역시 일본 선수인 시카고 미쓰나리를 제치고 올라온 헝가리 선수 두비 샨도르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주특기인 머리치기로 승리를 거뒀다.

▲ [잠실학생체=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이강호(왼쪽)가 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BS배 전국 검도왕대회 일반부 결승전이 끝난 뒤 함께 경쟁을 벌였던 팀 후배 유제민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강호는 오는 5월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번 일본을 꺾어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검도왕 대회 우승을 좋은 징조로 여기고 있다.

"아마 일본도 많이 긴장하고 있을 거예요.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남녀 선수 모두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죠. 그러나 기술이나 체력, 신체조건에서는 일본에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앞선다고 봐요. 우리 실력만 발휘한다면 충분이 이길 수 있을겁니다."

또 이강호는 지난 2일 태어난 둘째가 '복덩이'로 여긴다. 둘째 아들이 태어나면서 자신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어느덧 그는 선수 생활의 막바지다. 그런만큼 이번 세계선수권은 그에게 더없이 중요하다. 몸관리를 잘하면 현역 생활을 최대한 연장할 수 있겠지만 길어도 4년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 세계선수권이 3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어쩌면 이번 대회가 그에게 마지막일 수 있다. 그런만큼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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