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두영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나들이 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시기에는 대인 접촉이 많은 유명 관광지보다 볼 것은 좀 부족하더라도 호젓한 곳이 더 안전한 측면이 있다.
경기도 파주 보광사도 그런 여행지다. 주변 경치가 빼어나거나 국보급 문화재가 있는 명소가 아니어서 평소 방문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절에는 방문해 준 이의 설렘과 기대를 충족시키는 최소한의 볼거리는 있다.
그 첫째는 중심 건물인 대웅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83호)이다.
조선 영조가 쓴 편액과 화려한 다포식 처마, 오랜 비바람의 흔적이 느껴지는 단청과 배흘림기둥 등 보는 이의 발걸음을 오랫동안 멈추게 하는 것이 꽤 있다.
널빤지에 민화 스타일로 그려진 벽화도 미소를 자아낸다. 여느 절간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보광사는 파주시 광탄면과 양주시 장흥면·백석읍의 경계를 이루는 고려산(621.1m)에 위치하고 있다. 신라 말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왕실과 나라가 평안하도록 기원하는 비보사찰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고려 고종 때 원진국사가, 우왕 때는 무학대사가 고쳐 지었고 임진왜란 때 불에 탔다가 광해군 때 복원됐다.
이 절이 조선 왕실과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은 1740년이다. 영조는 대웅보전,광응전,만세루 등 전각을 중수하게 했다.
그리고 보광사를 약 4km 떨어진 소령원의 원찰(願刹)로 삼았다. 생모였던 숙빈최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였다.
숙빈최씨는 전북 태인 출신으로 어릴 때 역병으로 가족을 잃고 친척 집에 얹혀살다가 숙종의 계비였던 인현왕후 민씨를 따라 궁궐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청소 따위를 하는 무수리로 지냈으나 후궁의 위치까지 올랐고, 25세에는 연잉군 이금(영조)을 낳았다.
그러나 최씨는 48년 동안을 사는 동안 한 번도 ‘왕비’ 호칭을 얻지 못 했다. 피 튀기는 정파싸움 때문이었다.
숙종 치세는 서인-남인-서인으로 이어지는 정쟁의 연속이었다.
숙종이 아꼈던 여인 중 남인계의 장희빈이 있다. 빠른 두뇌 회전과 미모를 갖춘 인물이었다. 그는 후궁에 오르고 경종을 낳은 뒤 왕비 자리까지 올랐으나, 욕심과 질투가 심했다.
그 때문에 숙종의 총애를 잃었고, 왕비에서 희빈으로 강등된 이후에도 신당을 설치하고 서인계열의 인현왕후가 죽어 없어지기를 기도했다. 결국 반인륜적 행실이 발각돼 친오빠와 함께 사약을 받고 말았다.
숙종은 교지를 내려 후궁이 왕비가 되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에 따라 숙빈최씨는 왕의 어머니가 된 이후에도 후궁에 머물러야 했다.
시대적 아픔이 영조의 효심을 더욱 자극했는지, 그는 소령원에 친필 비문을 세우고, 모친의 혼을 보광사에 모시도록 했다.
보광사 대웅보전 오른쪽 위쪽에는 숙빈최씨 영정과 신위가 모셔진 어실각이 있다. 또 그 앞에는 영조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는 향나무가 서 있다. 그가 직접 심었다는 노거수다.
보통 사찰은 벽체를 흙이나 회로 바르지만 보광사 대웅보전은 모두 판벽으로 이뤄져 있어서 불화 전시장 같은 느낌을 준다. 정면을 제외한 3개 면에 백의관음도, 용선인접도 등 벽화가 10점 남아 있다.
대웅보전 앞 만세루의 툇마루에는 커다란 목어가 걸려서 지나는 이의 시선을 끈다.
몸통은 물고기, 머리는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목어는 길이가 287cm에 이르며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다. 수행자들이 나태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도록 독려하는 의미를 지닌 조형물이다.
마당 범종각에는 조선 인조 12년인 1634년에 조성된 숭정칠년명동종(경기도 유형문화재 제 158호)이 걸려 있다. \
이 종은 높이 98.5cm, 입지름 63cm 크기 중형 종이며 우리나라 종 특징인 음통이 없다. 대신 종을 거는 용뉴에 용 두 마리가 표현돼 있다. 중국 종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다.
보광사 근방에는 걷기 코스로 인기가 높은 마장호수 출렁다리와 카페,음식점 등이 있는 기산저수지, 장흥관광지 등이 있다.
자가용 승용차로 서울외곽순환도로 통일로IC에서 빠져서 갈 때는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됫박고개를 넘는 산길이 꼬불꼬불하고 도중에 과속방지턱이 많으며 블랙아이스가 있는 응달을 지날 수도 있다.
절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입장료도 없다. 주차장에서 절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10분 이내에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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