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1-23 23:04 (토)
"개저씨·X신·양아치" 민희진, '님'에서 시작해 '남'으로 끝난 기자회견 [SQ현장]
상태바
"개저씨·X신·양아치" 민희진, '님'에서 시작해 '남'으로 끝난 기자회견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4.25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초=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이 개XX들아, 들어올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폭탄과도 다름없는 기자회견이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시종일관 비속어를 내뱉고 주변의 만류에도 폭주를 이어갔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자신의 억울함을 속시원하게 털어놓는 것이었다. 민희진 대표의 입에서 나온 '하이브 수장' 방시혁과 박지원 하이브 CEO 호칭은 '님'으로 호명됐다가 '씨' 강등에 이어 시간이 흐를 수록 양아치, 개저씨 등으로 변화했다.

민희진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내홍을 해명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이날 민희진 대표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모자를 눌러쓰고 수수한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입장과 동시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연예인이 아니라 사진 촬영에 익숙하지 않다. 잠시 사진 촬영을 멈춰 달라"고 요청하며 자리에 앉았다.

하이브는 최근 뉴진스의 소속사인 레이블 어도어에 감사권을 발동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부대표 A씨가 경영권 탈취를 모의하고 사업상 비밀 유출, 인사청탁 등을 진행했다고 보고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를 소집,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어 민희진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민희진 대표는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하이브 레이블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에 대한 콘셉트 카피를 지적했다가 하이브 경영진으로부터 '내쳐지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민희진 대표는 "제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고분고분하지 않은 저를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으로 느껴진다"며 "거꾸로 묻고 싶다. 엔터테인먼트 30년 역사상 뉴진스와 같은 실적을 낸 이가 없었는데 주주한테 도움되는 계열사 사장을 찍어누르는 하이브가 배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저는 일을 잘 한 것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민희진 대표는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경력을 쌓기 시작하며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명반 콘셉트를 주도했다. 지난 2019년부터는 하이브 CBO로 자리를 옮기며 경쟁사 경영진 자리에 올랐다.

그는 "SM을 그만둘 때도 배신과 금전 요구 등 여러 의혹들이 있었다. 저는 일을 집요하게 하는 사람인데 이수만 씨가 어린 시절 저를 영특하게 봐 주셨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참으면서 일했고 일을 확장시키는 데 몰두해서 퇴사도 못 했다"며 "그렇게 일을 하다가 이수만 씨가 나이를 드시면서 마음가짐이 바뀌었고 실망스럽고 안 맞는 부분이 생겼다. 절이 안 맞으면 중이 떠나야지 싶었다. 새로운 것을 하기에 SM 조직은 힘들다고 생각했다. SM 사장 자리를 제안받았음에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빅히트 CBO로 입사한 그는 하이브 확장에 따라 레이블인 어도어를 설립하고 대표직에 자리매김했다.

하이브가 제시한 민희진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찬탈 핵심 증거는 단체 채팅방 내용과 메모장 등이다. 해당 문건에는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서 데리고 나간다'는 목표와 함께 어도어 매각, 뉴진스 계약 해지 등이 담겼다.

민희진 대표는 "저는 월급 사장이다. 사수가 마음에 안 들고 직장이 마음에 안 들면 푸념을 할 수도 있지 않나. 진지한 대화가 아닌 그냥 주고받는 대화를 이렇게 키운 것"이라며 "해당 문건은 실제로 배임에 해당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어도어의 법률대리인 세종 변호인단은 "배임은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실제로 했을 때 해당한다. 민희진 대표는 실제로 행위를 시도한 정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배임은 예비죄가 없다. 살인 예비 등도 실현할 수 있는 정도의 행위가 나와야 죄가 적용된다. 이 건은 그 정도도 안 된다. 하이브 측의 고소장이 오히려 기대된다"고 밝혔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측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저보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라고, 죽어도 괜찮다고 공격하고 있다. 저는 이 사람들을 무조건 나쁘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질투심이나 싫은 마음으로 공격할 수 있겠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뉴진스. [사진=스포츠Q(큐) DB]
뉴진스. [사진=스포츠Q(큐) DB]

민희진 대표가 주장하는 이번 사건의 발단은 '아일릿 콘셉트 카피 건'이었지만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은 그보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뉴진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르세라핌의 제작을 먼저 진행하게 됐고, 하이브 걸그룹으로 준비 중이던 뉴진스를 쏘스뮤직으로 옮길 것으로 통보했다. 민희진은 당시 연습생이던 뉴진스를 지키기 위해 일정 딜레이 및 소속사 변경을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하이브 측은 민희진 대표에게 "르세라핌이 민희진의 걸그룹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야 하니 뉴진스를 홍보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도 하이브가 홍보를 막아 어쩔 수 없이 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를 팔아서라도 뉴진스를 띄우려고 했다"고 호소했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 홍보를 막은 이유에 대해 "아이브가 잘 되면서 신인그룹(르세라핌)에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민희진 대표와 방시혁 의장의 갈등이 심화됐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이적 당시 방시혁 의장이 보낸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내용에는 "에스파를 밟을 수 있죠?" 등의 개인적인 대화가 담겼다. 민희진 대표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저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표리부동하다고 느꼈다"고 말하며 "(방시혁 의장은) 뉴진스가 데뷔했을 때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뉴진스가 빌보드 핫100 올라가고 나서야 '즐거우시냐'고 물었다. 이 말이 이해가 안 갔다. 뉴진스 데뷔 후 방시혁 의장과 골이 깊어졌다"고 이야기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공개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의 채팅 내용.

또한 하이브와 새롭게 맺은 계약이 노예 계약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작년에 맺은 주주간 계약에 불합리한 점이 있어서 재협상을 하고 있었다"며 "18% 지분으로 경영권을 탈취한다는 헛소리를 하는데 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계약이 걸려 있어서 하이브에 영원히 묶여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희진 대표는 "감사가 필요하면 직접 이야기했으면 될 일"이라며 "저와 한 번도 만나자고 한 적이 없다. 박지원 님은 솔직히 말하면 중간부터 꼴보기 싫었다. (방시혁 의장과는) 이혼 직전 부부가 마주하기 싫은 것처럼 르세라핌 사건 이후 빈정이 상해서 그때부터 만난 적이 없다. 중간중간 만나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만나지 않았다"고 알렸다. 덧붙여 언론에 보도된 감사 일정이 잘못 알려져 있다며 24일 PC 반납을 요청받았다고 해명했다.

끝으로 민희진 대표는 방시혁 의장이 레이블 프로듀싱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어도어, 플레디스, KOZ 외 쏘스뮤직, 빌리프랩, 빅히트는 방시혁 의장이 주도한다. 다른 레이블은 의장에게 잘 보이려고 이상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최고 결정권자가 위에 떠 있어야 회사가 건강하게 크는데 이러니 밖에서 적자나, 서자냐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겠나"라며 "레이블을 아우르려면 오너십과 확실한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카피는 오너가 지적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뉴진스를 죽이려고 하는 줄 알았다. 카피 사태는 단순히 따라한 게 아니라 우리 브랜드가 기성화되는 거다. 그걸 왜 우리 안에서 하냐. 건강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한편 하이브는 기자회견 종료 후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반박문을 냈다. 이와 더불어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촉구하고 뉴진스와 이들의 부모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