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역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축구의 '양대 산맥' 유럽과 남미가 주름잡아왔다. 역대 우승팀만 보더라도 유럽과 남미팀이 독식했다. 역대 월드컵 4강 가운데 유럽과 남미가 아닌 팀은 미국과 한국뿐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뒷받침해준다.
이 때문에 아시아는 아프리카와 함께 들러리 또는 '다크호스' 정도로만 평가받아왔다.
4년 전인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 등 두 팀이나 16강에 오르며 아시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프리카팀은 가나, 카메룬, 세네갈 등이 8강에 올랐지만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북한만이 8강 이상을 경험했다. 북한은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곧바로 8강인 1966년 잉글랜드 대회 때 일이었고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여서 홈 이점을 안고 있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선전했던 아시아 팀은 이제 원정 월드컵 8강을 노린다. 한국과 일본, 이란, 호주 등 모두 이변을 연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 홍명보호가 11일 오후 7시 25분(한국시간) 상파울루에 입성, '아시아 4강'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브라질에 합류하면서 그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4년 조련' 자케로니, 그 성과 나타날까
아시아 4강 가운데 가장 앞서는 팀은 일본이다. 일본은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후임으로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을 임명, 발빠르게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해왔고 이제 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단 일본의 강점은 남아공 월드컵 이후 자케로니 감독을 믿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점이다. 간혹 전술이나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는 언론의 질타가 있긴 했지만 일본축구협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케로니 감독에게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보넀다.
자케로니 감독은 2011년 카타르에서 열렸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에서 무패(4승 2무) 우승을 이끌었고 지난해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가 일찌감치 브라질을 경험했다. 비록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3전 전패에 9실점하며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파란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팀으로 꼽힌다.
일본은 지난해 11월부터 치른 A매치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의 강호인 네덜란드에 2-2로 비겼던 일본은 브뤼셀에서 열린 벨기에와 원정 평가전에서 3-2로 이기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올해 역시 뉴질랜드, 키프러스, 코스타리카, 잠비아 등을 맞아 4전 전승을 거두며 최근 6경기 무패(5승 1무)를 달리고 있다.
혼다 게이스케(28·AC 밀란)와 가가와 신지(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줬던 오카자키 신지(28·마인츠05)가 이끄는 공격력은 일본의 역대 대표팀 최고를 자랑한다. 경험이 많은 엔도 야스히토(34·감바 오사카)와 기요타케 히로시(25), 하세베 마코토(30·이상 뉘른베르크) 등이 포진한 허리 라인도 수준급이다.
그러나 최근 실점이 많은 것이 문제다. 올해 치른 A매치 4경기에서 6골을 잃었고 특히 7일 잠비아전에서 무려 3골을 내주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자케로니 감독은 "실점이 없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실점이 있으면 그만큼 더 넣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강호가 모두 출전하는 FIFA 월드컵에서 수비가 안정되지 못하다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다. 일본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두 골만 내주고 파라과이와 16강전에서도 연장 전후반 포함 120분동안 0-0으로 비기는 등 강력한 수비라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중앙에 구멍 뚫린 한국, 그래도 런던 동메달 세대 저력 믿는다
일본 다음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팀은 바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다. 최근 평가전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지만 이란, 호주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수비다.
일단 중앙에 큰 구멍이 뚫려있다. 한국의 4-2-3-1 포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는 역시 중앙 수비수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등 4명이다.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의 중앙 수비라인은 여전히 불안하다. 여기에 이중 장벽을 구축해야 할 기성용(25·스완지 시티)과 한국영(24·가시와 레이솔) 마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핫 아이템' 이명주(22·포항) 대신 한국영과 박종우(25·광저우 부리) 등을 뽑은 것도 바로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에 대한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기성용과 호흡을 맞춰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의 압박 수비가 헐겁다보니 계속 실점이 나오고 있다. 가나전 4실점 가운데 2실점이 모두 중앙이 뚫리면서 나왔다.
그러나 일본과 다른 점은 공격력도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박주영(29·왓포드)이 계속 고립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큰 원인이다. 좌우 풀백은 아직까지 주전을 확정짓지 못해 안정감이 떨어지는데다 오버래핑이나 정확한 크로스도 안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의 공격력도 반감됐다.
하지만 믿을 구석 하나는 있다. 대부분이 2년전 런던 올림픽의 동메달 주역이라는 점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수준부터 차이가 나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숨어있는 저력이 발휘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 이란과 호주, 우승 후보들과 맞대결 16강 행보 험난
이란은 AFC 회원국 가운데 FIFA 랭킹이 가장 높은 43위다. 한국을 제치고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A조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이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바로 홈에서만 강했던 기록과 함께 소속된 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나이지리아와 같은 조다. 리오넬 메시(27·FC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톱 클래스의 선수가 포진한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여서 16강에 진출하려면 조 2위를 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첫 본선진출국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에딘 제코(28·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에미르 스파히치(34·바이어 레버쿠젠), 미라렘 프야니치(24·AS 로마) 등 유럽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쟁쟁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보스티나-헤르체고비나는 분명 이란이 넘어서기에 큰 장벽이다. 존 오비 미켈(27·첼시)와 빅터 모제스(24·리버풀), 피터 오뎀윙기(33·스토크 시티) 등이 있는 나이지리아도 호시탐탐 16강을 노린다.
이란에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고 있는 레자 구차네자드(27·찰튼 애슬레틱)이 공격진을 이끌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부분 이란 또는 중동 리그에서 뛰고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홈에서 강하고 원정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호주는 이란보다 더 어렵다. 호주가 들어가 있는 B조에서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을 놓고 다퉜던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있다. 여기에 남미의 강호 칠레까지 있다. 2강 1중 1약의 형국이어서 호주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아시아 4강 가운데 가장 낮다.
팀 케이힐(35·뉴욕 레드 불스)과 매트 매케이(31·브리즈번 로어), 마크 브레시아노(34·알 가라파) 등은 이미 전성기를 넘어섰고 마크 밀리건(29·멜버른 빅토리), 매튜 스피라노비치(26·위스턴 시드니 원더러스), 아담 태거트(21·뉴캐슬 제츠), 라이언 맥고완(25·산동 루넝) 등 주전들의 경쟁력도 스페인, 네덜란드, 칠레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진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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