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이재원 '미친 존재감', SK 주의보 발령
1일 NC전 9차례 출루하며 김강민 6타점 이끌어
[스포츠Q 민기홍 기자] SK가 왜 8위에 그쳐있는지 모를 정도로 모처럼 시원한 경기를 했다. 그 중심에는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최정(27)과 이재원(27)이 있었다.
3,4번타자로 나선 최정과 이재원은 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전에서 4안타 6득점 5사사구를 합작하며 팀의 13-6 대승을 견인했다.
최정은 1회말 2사 후 NC 선발 노성호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시즌 7호 솔로포를 쳐냈다. 3회말 타석에서는 5구만에 볼넷을 골랐다. 노성호는 최정이 부담스러웠던지 제구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정은 4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도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5회말 타석에서는 초구를 공략해 깨끗한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올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낸 노성호, 최금강은 건강한 최정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7일 부상에서 돌아온 후 0.365(52타수 19안타) 4홈런 17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최정이 3번타자로 확실하게 중심을 잡자 타선에 무게감이 생겼다. 외로웠던 이재원도 최정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4번타자 이재원의 타격감도 최정 못지 않았다. 시즌 내내 수위타자를 달리던 그는 지난달 29일 김주찬(KIA)에게 리딩히터 자리를 내줬다. 사흘간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경기에 나선 이재원은 빼어난 선구안과 배트컨트롤로 다시 선두를 탈환했다.
1회말 좌전안타로 산뜻한 출발을 한 이재원은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4회말에도 깨끗한 중전안타를 때려내며 타율을 끌어올렸다. 이 사이 경쟁자 김주찬은 4타수 1안타에 그치며 타격 2위로 내려앉았다.
NC 투수들은 물오른 이재원을 잡기 위해 무리한 몸쪽 승부를 감행하다 5,7회 연속으로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6월부터 2달간 0.333에 그치며(?) 4할 타율이 무너지긴 했지만 왜 이재원이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타자로 불리는지를 입증해준 장면이었다.
이날의 스포트라이트는 5번타자 김강민에 모두 쏠렸다. 생애 첫 만루홈런을 포함 개인 최다인 6타점을 쓸어담은 그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 이면에는 9차례나 출루한 최정과 이재원이 있었다. 김강민은 밥상을 가득 채운 진수성찬에 숟가락을 얹었다.
냉정하게 평가해 SK의 4강은 불투명하다. 승패마진 -14(37승51패)를 만회하기에는 잔여경기(30경기)가 너무나도 적다. 4위 롯데와 승차는 6.5경기차. 3경기차를 줄이는데 통상적으로 한달이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SK가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SK는 1일 NC전을 통해 4강 싸움의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자존심에 금이 간 그들이지만 비룡군단을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한판이었다.
최정과 이재원의 ‘미친 존재감’은 박병호-강정호(넥센)의 그것에 비견될 만큼 커보였다. 여기에 새 외국인 선수 트래비스 밴와트도 한국 무대 입성 후 3연승을 달리며 힘을 보탰다. 김광현은 토종 선발 중 평균자책점 1위(3.34)다.
갈길 바쁜 4강팀들이 가을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SK를 잡아야 한다. SK 주의보 발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