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류중일호에 퍼져가는 '부진 바이러스'

양현종·이태양 선발진에 마무리 임창용까지 슬럼프…주전포수 강민호는 2군행

2014-08-07     박상현 기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야구 대표팀 선수들의 계속된 부진이 류중일 감독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선발투수진에서 시작된 부진이 중간계투를 거쳐 마무리까지 번지더니 주전 포수 마스크를 써야 할 강민호(29·롯데)마저 2군행을 통보받으면서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집단 부진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마운드 총체적 난국 조짐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얘기도 있듯 투수들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5점 내주면 6점을 뽑는다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야구다.

가장 믿음직한 선발투수 가운데 한명인 양현종(26·KIA)의 부진이 후반기 들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류중일 감독으로서는 고민이다.

지난 6월 13일 롯데전에서는 1⅓이닝 동안 7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이 급격하게 치솟았음은 물론이다. 그래도 이후 3연승을 거두면서 전반기를 잘 마무리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올스타전 이후 행보가 좋지 않다. 올스타전 이후 2승 1패를 거두긴 했지만 실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LG전과 27일 한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지만 각각 5이닝 3실점과 6이닝 5실점(4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 5일 두산전에서는 4⅓이닝 8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양현종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볼넷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난달 13일 롯데전부터 두산전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22⅓이닝 동안 무려 17개의 볼넷을 내줬다.

이태양(24·한화)도 문제다. 아시안게임에서 약체팀을 상대로 한 선발 또는 롱 릴리프로 등판할 것으로 보이는 이태양은 올스타전을 치른 뒤 후반기 3경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이태양은 지난달 29일 넥센전과 지난 5일 삼성전에서는 4이닝도 버티지 못했다. 넥센전에서는 2⅔이닝 8싱점(7자책점), 삼성전에서는 3⅔이닝 7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2경기를 치르면서 17개의 안타를 내줬고 이 가운데 5개가 홈런이다. 피안타율은 어느새 3할대에 육박하는 0.296까지 치솟았다.

선발진만 부진한 것이 아니다. 마무리도 불안하다.

임창용(38·삼성)이 심각하다. 35경기에 나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것만 8차례다. 22세이브를 기록하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이 5.08이나 된다. 아무리 타고투저라고 하지만 5점대 평균자책점의 선수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것은 큰 부담이다.

6일 한화전도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2-1로 앞선 9회말 조인성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며 잡을 수 있었던 승리를 놓쳤다. 이 동점 홈런 때문에 삼성은 연장 11회말 정근우의 끝내기 2점 홈런으로 2-4로 져 연승 행진이 끊겼다.

2005년부터 최근 10년 동안 기록을 살펴봐도 임창용의 8개 블론세이브는 확실히 많다. 블론세이브 부문 공동 2위 기록인 4개이기 때문에 배나 많다.

또 8개의 블론세이브는 2005년부터 최근 10년 사이 두번째 많은 기록이다. 2009년 한기주(27·KIA)와 지난해 김성배(33·롯데)가 8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최근 10년내 최다 기록은 2007년 우규민(29·LG)의 13개다.

◆ 주전포수 강민호, 타격감 회복은 요원

투수도 불안하지만 주전포수까지 흔들리는 것은 크나큰 고민이다.

아직까지 강민호가 수비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타격이 너무 부진하다. 6일까지 247타수 53안타로 타율이 0.215에 그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54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밑이다. 53위 조동화(33·SK)의 타율 0.251과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이처럼 타격이 부진한데도 강민호가 규정타석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은 김시진 감독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롯데와 4년 75억원의 역대 최고액으로 계약했다. 올해 받는 연봉만도 10억원이다.

그러나 강민호는 살아나지 못했다. 수비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공격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0.305의 타율을 기록한 2010년이 무색할 지경이다.

급기야 6일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와 서스펜디드 게임 재개 경기에서 8회말 1사 만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섰지만 상대 마무리 투수 김진성의 포크볼 3개에 방망이를 헛돌리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결국 강민호는 이어진 두번째 경기에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장성우(24)가 대신 포수 마스크를 썼다. 장성우는 2차전에서 2루타만 2개를 터뜨리며 3타수 2안타를 기록, 강민호와 더욱 대비됐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타격감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강민호를 퓨처스리그로 내려보내 시간을 주기로 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시간을 주고 기다리다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돼 회복될 것이라는 여전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또 타격 부진을 계속 놔뒀다가 자칫 수비까지 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강민호의 기량 회복이 더디다면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도 크나큰 부담이다. 류중일 감독으로서는 강민호가 퓨처스리그에서 하루라도 빨리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민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타격감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로가 쌓이고 체력이 떨어져 슬럼프가 갑자기 찾아올 위험성은 여전하다. 오히려 늦게 찾아올 수록 회복할 시간 여유가 없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긴 했지만 불안함과 걱정을 갖고 아시안게임을 대비할 수밖에 없다.

tankpark@sportsq.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