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악셀 대신 트리플 콤비네이션, 선택은 옳았다

[아디오스! 김연아] 김연아, 오서 코치와 논의 끝 포기…끝까지 미련 못버린 아사다와 대조

2014-02-21     박상현 기자

[스포츠Q 글·사진 박상현 기자] 김연아(24·올댓스포츠)는 모든 것을 가졌고 아사다 마오(24·일본)는 끝내 김연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김연아는 없지만 아사다가 갖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트리플 악셀'이다.

김연아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에 악셀을 제외한 루프와 토루프, 러츠, 플립, 살코 등 트리플 5종을 완성했지만 주니어 때부터 트리플 악셀을 뛸 줄 알았던 아사다를 넘어서지 못했다.

김연아의 모친인 박미희 씨도 "(김)연아보다 훨씬 스케이트를 잘 타는 선수가 있다. 연아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며 아사다를 지목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바로 이 트리플 악셀 때문에 희비가 엇갈릴 줄 누가 알았을까. 트리플 악셀에 대한 미련을 버린 김연아는 세계 피겨 역사에 영원히 남는 '전설'이 됐고 아사다는 자신의 오랜 숙원인 올림픽 금메달을 끝내 따내지 못한채 은퇴를 맞이하게 됐다.

김연아가 처음부터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영입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트리플 악셀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오서는 바로 현역 시절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이 기술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오서 코치도 한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사다가 가지고 있는 트리플 악셀 기술을 김연아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트리플 악셀을 전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오서 코치와 논의 끝에 트리플 악셀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김연아는 한 기자회견에서 '아사다를 이기기 위해 트리플 악셀을 익힐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고려하기도 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자신있는 것을 한다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트리플 악셀을 뛸 줄 안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대신 김연아가 선택한 것은 트리플 조합, 즉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였다. 자신이 뛸 줄 아는 5개의 점프를 적절하게 조합해 트리플 악셀 못지 않은 높은 점수를 가져오는 전략이었다.

김연아가 완성시킨 것은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다. 현역 가운데 이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선수는 오직 김연아 뿐이다.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이라는 필살기가 있다면 김연아에게는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라는 자신만의 주무기를 갖게 된 것이다.

'자신있는 것을 하겠다'는 김연아의 선택은 옳았다. 김연아는 높은 도약과 비거리를 바탕으로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뛰며 올림픽 2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니어 이후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 아사다는 강한 정신력도 동반하지 못해 실전에서 트리플 악셀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계속 트리플 악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가 자멸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세상에 불가능한 것이 어디 있느냐. 하면 다 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자신있는 것을 할 줄 안다면 굳이 불가능한 것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안되는 것에 미련을 갖다가 모든 것을 망치기도 한다. 이런 세상의 이치를 김연아와 아사다가 잘 보여주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