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현장Q] 스포츠산업, '규모의 경제'로 키우고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스포츠산업포럼 '창조경제 이끌어갈 스포츠·문화 산업의 새 변화'…정부 지원과 함께 시장 개척 목소리
[스포츠Q(큐) 글 강언구·사진 이상민 기자] 2000년을 전후로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건강,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등산이나 축구를 즐기기도 하고 전문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으며 건강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산업의 현주소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지원 기반이 취약해 경쟁력이 낮다. 또 규제가 심하고 세제 혜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가 지난달 3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서울홀에서 주최한 제99회 스포츠산업포럼의 주제는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스포츠·문화 산업의 새로운 변화'였다. 스포츠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은 스포츠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 규모의 경제? 발전하고 싶으면 판을 키우자
주제발표에 나선 김용섭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 과장은 스포츠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가능성과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김용섭 과장은 "스포츠산업은 2014년 매출액 41조 원을 기록하며 점점 성장하고 있다. 2018년까지 53조 원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며 "정부는 스포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스포츠산업과를 신설해 노력 중이다. 다른 부처들과 협력해 규제를 줄이고 세제 혜택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스포츠 저변 확대를 통해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생활체육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생활체육 비율은 2008년 42%에서 2018년 62%까지 늘어날 것이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스포츠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희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전문위원은 규모가 클수록 경제적 효과가 커지는 '규모의 경제'에 주목했다.
정희윤 위원은 "태권도와 족구, 당구 등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거나 선수들이 많은, 저변이 큰 종목을 이용해 용품·장비 설비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며 "식음료 판매 사업도 마찬가지다. 입장료보다 훨씬 수익성이 좋다. 우리나라 62개 프로구단의 홈 경기장에 2시간 만에 식음료가 배달이 가능하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위원은 스포츠마케팅 전문 인력 양성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 4대 프로 스포츠 티켓 1200만 장에 피자 광고를 넣는다면 거대한 규모의 스폰서 광고가 된다. 유니폼 빈 공간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스폰서 광고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프로구단의 비즈니스 전략은 '승률 극대화'다. 이 전략은 장기 적자를 감수하고 연봉을 높게 책정하는 등 수익과 거리가 멀다"며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미국식 '이익 극대화' 전략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미영 세마스포츠 마케팅본부장은 에이전트 산업의 확장이 프로스포츠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홍 본부장은 "축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종목이다. 대한축구협회에는 59명의 에이전트가 등록돼 있다. 야구는 2002년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이전트의 역할은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게 계약을 대신 도와주는 것이다. 에이전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부의 스포츠산업 투자가 약속된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스포츠산업 확장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정희윤 전문위원과 홍미영 본부장 각자 전문 분야에서 모두 스포츠산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두 전문가의 이야기에 청중들은 귀를 기울였다.
◆ 스포츠용품산업과 스포츠시설업에도 관심을 가져달라
스포츠용품 산업과 시설업에서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발제도 이어졌다. 이 가운데 오장석 대표의 싸카스포츠는 축구공 산업으로 성장한 회사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국내 브랜드다. 우리나라 축구공 산업은 1970년대만 해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수출을 공인받았지만 이후 해외 브랜드에 밀려 쇠락했다.
이에 대해 오정석 싸카스포츠 대표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며 "우리는 저가 제품과 품질에 차별화를 주고 국내 생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국내 시장 변화에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국산 브랜드의 장점을 어필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국산 브랜드가 살아남기는 어렵다. 생산량으로 중국과 파키스탄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아이디어나 특별한 디자인이 있다면 생존 가능하다"며 "축구공에 요즘 인기있는 아이돌이나 연예인 사진을 넣은 포토볼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 특화된 스포츠 의류 생산으로 K리그 챌린지 4개 팀에 유니폼을 지원하고 있다"고 아이디어와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2년 축구공 수입량이 약 40만 개였지만 2016년에 2만 개로 줄었고 5년 이내에 국내 생산 및 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싸카스포츠는 아이디어와 디자인 전략을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하고 있다.
오 대표는 "조달청, 국세청, 체육회 등에서 국산품 구매를 먼저 고려해주면 좋겠다. 정부와 국산 기업 서로 관심을 가지고 1대1 상담 매칭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송인수 아시아월드짐 대표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각광받고 있는 항노화 사업에 주목했다. 송 대표는 "곧 60대 이상 인구가 1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스포츠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인수 대표의 아시아월드짐은 2014년부터 회원들의 나이, 신체상태, 건강 이력, 생활 패턴 등을 분석해 신체 나이를 측정하고 있다. 결과를 회원들에게 설명하면서 회원들의 특성에 맞춘 건강 유지 팁이나 주의 사항을 제공한다. 단순히 기계나 기구 등 시설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운동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 서비스업으로 진보해야 한다는 것이 송 대표의 주장이다.
◆ 현실의 거대한 벽,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발제가 끝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발제자들과 청중들 모두 스포츠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동의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답답한 심경을 표했다.
양궁 제품 판매에 종사한다는 한 포럼 참가자는 "일본이 20년 전에 겪었던 일을 우리가 따라가는 것 같다. 일본은 해외 기업과 M&A(인수 합병)를 많이 해서 위기를 벗어났는데 한국도 이런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받은 오정석 대표는 "아까 말했듯이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양궁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의 독특한 문화와 접목을 시키면 된다"며 "신선한 아이디어로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하지만 원천 기술은 확보해야 후세 사람들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국민체육건강에 관심이 많은데 제도가 받쳐주질 못한다"며 "선진국을 보면 체육활동을 할 때 세금 감면, 활동비 지원 같은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송인수 대표도 고개를 끄덕이며 "고령화, 항노화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1970~80년대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산업들인 교육, 학교, 학습지 등이 모두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중 정기적으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2600만 명이다. 이중 1100만 명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 상태로 5년이 지나면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요가 센터를 운영한다는 참가자는 "가장 큰 사회문제가 청년실업난인데 아이러니하게 회사는 구인난을 겪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기업, 청년이 아닌 정부"라며 "구직 청년들을 보면 눈이 너무 높다. 또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체육시설업으로 분류되면 지원금도 못 받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홍미영 본부장은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어려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다. 대중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구직자들이나 정부나 태도가 변할 것이다. 그러면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취재후기] 한국 스포츠산업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산업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정부의 지원 정책도 더욱 체계를 갖춰야 하고 현장의 목소리도 반영하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정부가 스포츠산업을 육성하려는 태도가 점점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또 대한체육회의 통합으로 생활체육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직까지 스포츠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한줄기 서광이 비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