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에 대한 박한 판정, 왜?
[소치올림픽] 김연아 점수 분석, 아사다보다도 낮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금메달일 겁니다. 흡잡을 데가 없습니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와 접전이 될 것 같습니다"
영국 BBC 방송 해설진은 김연아(24·올댓스포츠)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과연 소냐 헤니(노르웨이)와 카타리나 비트(49·독일, 구 동독)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 선수가 나올 것인지에도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심판진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소트니코바가 무려 5점이나 앞섰다. 겉으로 드러난 점수차는 접전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BBC 방송 해설진도 "이럴 수가. 저런 연기를 펼쳤는데 144.19점이라니요"라는 말로 아쉬워했다.
이유는 역시 김연아에 대한 박한 점수였다. 기술점수에서 소트니코바와 카롤리나 코스트너(28·이탈리아)에게는 후했지만 김연아에게는 사해(死海) 바닷물보다 더 짰다. 스텝과 스핀은 물론이고 가산점(GOE)도 판정이 박했다.
김연아의 기술점수가 낮았던 것은 역시 스핀과 스텝이 결정적이었다.
플라잉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과 마지막 콤비네이션 스핀에는 레벨 4를 줬지만 스텝 시퀀스와 레이백 스핀에는 레벨 3 밖에 주지 않았다. 충분히 레벨 4를 줄 수 있는 연기임에도 전날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레벨을 낮춰 평가했다.
소트니코바와 비교할 때 김연아는 스핀과 스텝 기본 점수에서 1.90점이 뒤졌다. 또 스핀과 스텝에서 나온 GOE도 소트니코바는 5,34점이나 됐지만 김연아의 GOE는 3.42점 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김연아의 기술 하나하나에 박한 판정을 내리다 보니 기본 점수가 57.49점 밖에 되지 않았다. 김연아의 전체 GOE는 12.20점으로 소트니코바의 14.11점보다 크게 낮았던데다 기본 점수 자체를 낮게 매기다보니 점수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소트니코바는 모든 스핀과 스텝 연기에 레벨 4를 받았다. 소트니코바는 콤비네이션 점프 과정에서 두발 착지를 하는 등 실수가 있었는데도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 때 세웠던 프리스케이팅 세계 최고 점수 150.06점에 비해 고작 0.11점 밖에 뒤지지 않았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김연아의 기술 점수는 69.69점으로 아사다 마오(24·일본)가 받은 73.03점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아사다가 트리플 러츠에서 롱 에지(잘못된 스케이트날로 점프하는 것), 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과정에서 각각 루프와 토루프에서 회전수 부족이 나왔는데도 김연아보다 기술 점수가 높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역시 이는 유럽의 견제를 통한 러시아에게 금메달 안기기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여자 싱글 금메달은 각각 일본과 한국이 가져갔다. 게다가 1998년 나가노 대회와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대회도 미국이 따낸터라 유럽이 소치 대회까지 놓친다면 20년째 금메달을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피겨에서 유럽의 헤게모니는 상상 이상이다. 피겨의 꽃인 여자 싱글 종목에서 유럽이 20년동안 금메달을 가져가지 못하는 시나리오만큼은 막아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남자 싱글에서 하뉴 유즈루의 금메달로 유럽의 위기감은 더했다. 만약 김연아에게 올림픽 2연패의 영광을 안겨줄 경우 아시아 선수에게 모두 내주는 상황이 발생했기에 더욱 그랬다.
결국 유럽은 김연아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실력있는 유럽 선수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트니코바의 등장은 그동안 피겨 강국이면서도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단 한번도 따내지 못했던 개최국 러시아에게 선물을 안겨줄 구실이 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