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하키, 4년전 노메달 '힐링타'는 금빛으로

개최국 이점 살려 야간 경기 배정, 촘촘한 압박 전술 가다듬어

2014-09-19     민기홍 기자

[인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자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알고 있습니다.”

신석교(43) 감독이 한국 남자 하키의 명예회복을 선언했다. 4년 전 광저우에서 20년 만에 노메달에 그쳤던 아픔을 딛겠다는 각오다.

지난 18일 인천 선학하키경기장. 예정된 훈련 시간은 오후 8시까지였지만 대표팀의 훈련은 그칠줄을 몰랐다. 신 감독과 선수들은 진지한 자세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페널티코너 수비를 다듬는데 치중했다.

한국 남자 하키는 2002년 부산과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010년 대회 준결승에서 승부치기 끝에 파키스탄에 3-4로 패하며 3~4위전으로 떨어졌다. 의욕을 상실한 한국은 인도에마저 0-1로 지며 20년만의 노메달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선수 생활간 두 차례(1994년 히로시마, 2002년 부산)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지난해 1월 감독으로 부임했다. 사령탑으로서 처음 임하는 아시안게임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현역 시절 탈아시아급 수비수였던 그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어떤 하키를 하는지를 숱하게 봐왔다. 그들이 어떻게 한국전에 나설지에 대한 구상도 마친 상태다.

신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 아시안컵에서 우승해 느낌이 좋다”며 “아시안게임을 2~3번 뛴 선수들이 많은 편이다. 30대 선수들이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야간 경기로 일정을 구성했다”는 전략을 밝혔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인도다. 한국은 지난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2014 국제하키연맹(FIH) 월드컵 9~10위 결정전에서 인도에 0-3 완패를 당했다. 네덜란드, 호주 코치를 영입해 아시아의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통산 5번째 우승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상대다.

신 감독은 “인도의 경우 잦은 국제대회 출전으로 경쟁력이 급상승했다.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이 포진했고 속공이 매우 빠르다”며 “이를 막기 위해 경험이 많고 전술적 이해도가 높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전방서부터 촘촘하게 압박하는 전술을 가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하키의 가장 큰 변수는 경기 룰 변화다. 전후반 35분씩 치러지던 경기 방식에서 벗어나 이번 대회부터는 쿼터제로 경기를 치른다. 쿼터 당 15분씩 경기를 하고, 전반이 끝난 뒤에는 10분간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쿼터 간 휴식 시간은 2분이다. 박진감을 높이게 하기 위한 FIH의 조치다.

신 감독은 이에 대해 “15분 동안 뛰고 2분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무의미하더라. 선수 교체에서 애를 먹은 것이 사실이지만 월드컵 이후 바뀐 체제에 맞춰 맹훈련해 이제 감이 잡혔다”며 “다른 나라도 똑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전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 코치로 쓰라린 아픔을 겪었던 그는 “당시에는 한 끗 차이로 미끄러졌다. 고비만 넘겼다면 금메달도 충분히 가능했다”며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극한 상황에서도 희생할 수 있는 팀워크가 최고조에 올라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은 오는 21일 싱가포르를 상대로 첫 경기를 갖는다. 말레이시아, 일본, 방글라데시, 싱가포르와 A조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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