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7년차' 김시진 감독, 높기만한 4강의 벽
2007년 감독 데뷔 후 7시즌째 4강 무산 위기
[스포츠Q 이세영 기자] 김시진(56) 롯데 감독은 온화하고 조용한 성품을 가진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선수들을 자상하게 대하는 지도자로 유명한 그는 야구인들 사이에 신뢰가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의 지도자로서 능력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덕장이긴 하지만 선수단 장악 능력과 승부처에서 한 방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김 감독은 2007시즌 사령탑에 앉은 후 6시즌 동안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올해마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7시즌 째 4강에 들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2008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 감독관으로 현장을 떠나있었던 1년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124승 73패 16세이브를 기록하며 화려한 현역 생활을 보낸 김시진 감독은 은퇴 이후 태평양 돌핀스를 시작으로 13년 동안 투수코치 생활을 하다 2006시즌 후 김재박 감독의 후임으로 현대 유니콘스 감독으로 임명됐다.
현대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7년까지 현대 지휘봉을 잡은 김시진 감독은 2009년부터 히어로즈 감독직을 시작해 3년간 팀을 지휘했지만 2012시즌 후반기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지난해부터 맡은 롯데에서 성적도 신통치 않다. 지난해 감독생활 후 역대 최고 승률(0.532)을 기록하고도 5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김시진 감독은 올해 역시 55승65패1무로 6위에 머물러 있다.
정규리그 7경기가 남은 가운데 4위 LG와 승차는 3.5경기차.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도 LG가 7경기 중 4경기만 승리한다면 롯데의 가을야구는 무산된다.
지난해 자유계약(FA)으로 팀을 떠난 홍성흔(38‧두산), 김주찬(33‧KIA)의 공백을 끝내 메우지 못했던 김시진 감독은 올해 FA로 최준석(31), 외국인 타자로 루이스 히메네스(32)를 영입해 반등을 노렸다.
하지만 히메네스가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었고 박종윤(32)까지 세 선수가 모두 1루수로 겹치는 등 효율적인 타선을 운영하지 못했다. 이들 트리오를 모두 쓰기 위해 박종윤을 좌익수로 돌려보기도 했지만 갑작스럽게 변경된 포지션에 박종윤이 우왕좌왕했다.
결국 전반기를 4위로 마치며 선전했던 롯데는 안정된 마운드를 바탕으로 꼴찌에서 치고 올라온 LG에 밀려 2년 연속 가을야구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창단 후 처음으로 단독 선두에 오르고도 후반기에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2012시즌의 넥센을 떠오르게 한다. 이번에도 4강에 들지 못한다면 ‘뒷심이 부족한 지도자’라는 꼬리표를 떼기 힘들 전망이다.
롯데 구단에서 믿었던 투수 육성능력도 합격점을 주기 힘들다. 김시진 감독은 현대 투수코치시절 정민태와 김수경, 임선동, 조용준, 박준수, 장원삼 등 뛰어난 투수들을 조련하고 육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으며 특히 투수에 대한 안목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나 롯데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제대로 키워낸 신인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롯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30대이며, 그나마 장원준도 올시즌을 마치면 FA가 돼 팀을 떠날 수도 있다.
불펜 투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정민(37)과 정대현(36), 김승회(34), 김성배(34), 김사율(34) 모두 30대 중후반을 달리는 선수들이다. 홍성민(25)이 초반 반짝 활약을 펼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앞으로 투수 육성이 3~4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걷는다면 롯데 마운드에 큰 재앙이 다가올 수도 있다.
2001년부터 7시즌 동안 암흑기를 겪은 후 5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롯데는 김시진 감독 부임 이후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김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까지이지만 올해도 롯데가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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