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분석] 첼시 독주-맨유 회복, '지옥의 박싱데이' 맞는 EPL 순위 판도는?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해도 변함없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박싱데이가 찾아왔다. 각 팀들은 시즌 반환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연말 치러지는 강행군에 대비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부터 짧든 길든 윈터 브레이크를 갖는 다른 유럽국가 리그들과 달리 연말연시 주 3회에 달하는 지옥의 경기일정을 소화해야 EPL이다.
크리스마스 다음날부터 새해 초까지 이어지는 박싱데이를 앞둔 EPL 순위 경쟁의 중간판도를 살펴보자.
EPL 순위표에서 맨 위에 올라 있는 팀은 첼시다. 14승1무2패 승점 43. 21세기 들어 상위권 팀으로 변모한 첼시는 지난 시즌 10위로 고꾸라졌다. 1995~1996 시즌 11위 이후 20년 만에 두 자릿수 순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선임한 첼시는 전술 변화를 통해 대변신에 성공했다. 이탈리아 출신 콘테 감독은 시즌 도중 꺼내든 스리백 카드가 적중하며 첼시는 EPL에서 팀 최다 11연승으로 쾌속질주하고 있다. 연승 가도를 달리는 동안 25득점, 2실점으로 공수에서 완벽에 가까운 균형을 보이고 있다.
2위 리버풀(11승4무2패)은 강력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첼시의 기세가 워낙 강하기는 하지만 에이스 트리오 필리페 쿠티뉴, 로베르트 피루미누, 아담 랄라나와 이적생 사디오 마네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무려 공격포인트 42개를 합작, EPL 최강의 창을 뽐내고 있다.
리버풀은 41골로 리그 최다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6위권 내 팀들과 경기에서 2승 2무로 한 차례도지지 않았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첼시(3승 2패)보다도 앞서는 성적. 새해 첫날 맨체스터 시티와 결전이 분수령이다. 최근 12연속 무패(8승 4무)로 분위기도 좋다.
맨시티도 펩 과르디올라를 사령탑에 앉히며 우승을 목표로 세웠다. 11승3무3패로 3위에 올라 있지만 아직 기대와는 달리 조직력이 완벽히 들어맞지 않고 있다.
특히 경기 시작 15분 동안 EPL 최다인 6골을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싱데이를 전환점 삼아 반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비 조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맨유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뛰었던 오언 하그리브스는 BT스포츠 방송에서 “맨시티는 공격적으로는 최고의 팀 중 하나이지만 수비가 엉망”이라고 평했고 맨유와 잉글랜드의 공격수 출신 마이클 오언은 “수비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 공격 일변도의 전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알짜영입을 통해 전력강화를 꾀했다. 아스날은 알렉시스 산체스와 메수트 외질의 독보적 활약과 시오 월콧의 반등으로 10승4무3패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4위.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오언은 “패스 게임을 추구하는 아스날은 강한 몸 싸움에는 취약하다. 그렇게 플레이하지도, 훈련받지도 않는다”며 “하지만 신체적으로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되면 어려움을 겪는다”고 꼬집었다. 그 때문인지 아스날은 6위권 내 팀들과 전적에서 1승2무2패로 확연한 약세를 보였다.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은 첼시(11실점)에 이어 EPL 최소실점팀(12실점)이지만 공격력에서 다소 아쉬움이 나타난다. 지난 시즌 득점왕 해리 케인도 7골 중 3골은 페널티킥에 의한 득점이었을 정도로 필드골을 만들어내는 공격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격력 부족으로 가장 많은 무승부(6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겨야 할 경기를 놓친 것이 EPL 순위에서 5위로 처져 있는 요인이다.
9승6무2패로 4위 아스날와 격차가 승점 1에 불과하기 때문에 9월의 선수로 선정됐던 손흥민이 당시의 경기력을 찾고 공격진이 분발해준다면 얼마든지 지난해 준우승 성적은 유지할 수 있는 전력이다.
지난 시즌을 5위로 마쳤던 맨유는 8승6무3패로 6위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8연속 무패(4승 4무)로 상승세를 탔다. 조세 무리뉴 감독부터 폴 포그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이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하면서 오프 시즌 가장 바쁜 움직임을 보였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EPL 8경기 연속 무패(4승4무) 행진을 새해까지 이어가고 부상으로 이탈한 미키타리안, 베일리, 루크 쇼, 크리스 스몰링 등이 제대로 복귀한다면 선두권 도전은 막판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
지난 시즌 지구촌을 놀라게 하며 사상 첫 우승 신화를 달성한 여우군단 레스터는 자칫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다. 은골로 캉테를 제외하고는 전력이탈이 없었지만 톱 골게터 제이미 바디와 ‘크랙’ 리야드 마레즈의 부진이 뼈아프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만큼 EPL 순위 상승에 조금 더 힘을 싣는다면 중위권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청용의 크리스탈 팰리스(17위)와 기성용의 스완지 시티(19위)는 나란히 강등 위기에 처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