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칼럼] 프로야구 지도자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2017 KBO리그 도약을 기원하며
[박용진 감독의 수상한 야구]
[스포츠Q(큐) 박용진 해설위원] 지도자의 길은 멀고도 먼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의 길과 같다.
2017년 프로야구는 4개 구단이 새로운 지휘체계를 정비했다.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kt 위즈 김진욱,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으로 리더를 정해 분위기를 일신하는 작업을 거쳤다.
성적이 나쁘면 분위기 쇄신 차원으로 제일 먼저 이뤄지는 일이 있다. 사령탑 교체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고불변의 법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머지 6개 팀 감독들은 유임으로 일단락됐지만, 임기가 1년 남은 감독과 대안 부재로 유임이 된 경우도 있다.
경질과 유임의 과정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외줄타기처럼 떨어질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었지만, 간신히 자기 자리를 지킨 이도 있다. 어떻게 됐건 다 지나가고 새날이 밝아 바삐 시즌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오는 2월 초부터 전지훈련지인 미국으로, 오키나와로, 괌으로, 호주로 떠나게 된다. 모두들 겨울 동안 연봉 협상, 트레이드, FA(자유계약선수), 방출, 신인선수 영입으로 팀을 정비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A+ ,A, B, C, D(5강)를 받은 팀은 환호성을, F의 성적표를 받은 팀은 아우성을 치게 된다.
이와 같이 감독은 영광의 자리보단 바늘방석에 앉아있을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라면 한번은 맡아보고 싶은 자리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여러 어려운 직업들이 있겠지만 코치직도 이 직업군에 해당될 것이다. 필자도 수십 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커리어를 아무리 쌓아도 항상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장에 나가는 날마다 어려운 문제가 나타났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선수들의 기술문제가 향상되지 않고 정체된 상태에 놓이면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코치 자신의 멘탈 붕괴로 곤경에 빠져 탈진 상태가 되기도 한다. 선수들의 멘탈 부분, 기술문제, 인성교육 등 많은 일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발휘돼 각각 개성에 맞는 지도방법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수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언제든지 조언해 줄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
야구 공부는 멀고도 먼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몇몇 코치에 대한 기사를 보며 고생길로 들어섰구나 하는 짜릿한 마음이 든다. 필자도 29세 때 멋모르고 고교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막상 지도를 해보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힘들고 앞길이 막막해 수십 차례 그만두려 했었다.
이처럼 지도자의 길은 매우 힘들지만, 코치들의 대우는 열악한 편이다. 선수들이 은퇴를 하지 않고 가급적 현역 생활을 연장하려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치직은 고달프고 연봉도 선수 때 보다 ¼, ⅕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또, 선수와 감독, 언론, 팬들로부터 성과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숙련된 코치가 되려면 대략 15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을 가르치는 게 제일 힘든 일일 것이다.
사람들은 코치가 선수를 만들어내길 바라지만 붕어빵 찍어내듯 할 수는 없다. 이런 인식이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과거 필자가 1991년 모 팀에 있을 때 단장이 6개월 내에 포수 한 명을 길러내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야구에 대한 지식이 빈약한 시절이어서 그런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의 홍수’ 시대다. 열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學問(학문)은
如逆水行舟(여역수행주)하여
不進則退(부진즉퇴)니라.
“학문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계속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밀려간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지식 연마에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코치로서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은 선수가 성장할 때다. 기술의 진보가 없다가 어느 순간 기술 향상이 보일 때 그간 밤잠을 설치고 고민하며 괴로워하던 일들이 눈 녹듯 다 사라진다. 고생스럽지만 이 맛에 코치직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맛으로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걸어가게 되는 것이다.
男兒須讀五車書 (남아수독오거서)
두보(杜甫)는 남자라면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고 했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은 책을 읽는 국민을 이길 수 없듯이, 책을 읽지 않는 지도자는 승리자가 될 수 없으며 책 읽는 지도자가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지도자라면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