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스페셜] 한국의 오타니 탄생을 꿈꾸며, 야구학교의 '백년대계'는?

색다른 전략으로 야구인재 양성…이상일 교장, "앞으로 시설 늘려나갈 것"

2017-01-25     이세영 기자

[성남=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능력 있는 지도자들이 있으니 체계적으로 가르치면 우리도 오타니 쇼헤이 같은 선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을 지냈던 이상일(59)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장의 호기로운 외침이다. 1983년부터 30년 이상 KBO에 몸담았던 ‘야구 행정 베테랑’ 이상일 교장은 저변이 확대된 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교육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도 오타니와 같은 슈퍼스타를 배출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장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 다시 한국야구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 이것이 야구학교 설립의 출발점이다"라고 간단명료하게 취지를 설명했다. 

성남 분당에 위치한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는 지난해 11월 20일 닻을 올린 후 신중하게 걸음을 떼고 있다. 김응용 총감독을 비롯해 임호균 감독, 최주현 감독, 마해영 코치, 박명환 코치, 강흠덕 센터장 등 화려한 지도자 라인업에 스포츠투아이의 과학적인 통계·분석시스템을 접목, 수강생들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다.

현재 유소년, 엘리트 선수, 사회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야구학교는 오는 3월 유소년 야구팀 창단을 시작으로 서서히 저변을 확대할 예정이다.

◆ '차별화-고급화 전략'으로 수업 만족도 높인다

“실내에 이런 시스템이 갖춰진 건 야구학교가 우리나라 최초입니다.”

야구학교는 모기업이 스포츠 기록 통계 전문업체인 스포츠투아이다. 때문에 여타 야구교실 업체와는 달리 ‘통계’를 교육에 접목시키고 있다. 수강생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 할 수 있는 PTS/HTS(투구/타구 추적시스템), 동작 분석 시스템 등으로 최고의 훈련 성과를 내고 있다.

이상일 교장은 “전 세계에서 실내에 이 시스템이 갖춰진 건 야구학교가 유일하다”며 “이것을 통해 수강생들이 자신의 기량이 향상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수십 가지 데이터로 매우 치밀하게 분석되기 때문에, 우리만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투구의 경우, 구종을 비롯해 구속(초속 및 종속), 로케이션, 회전수 등의 다양한 정보가 누적된다. 아울러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까지 기록돼,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타격 또한 타구 속도, 히팅 포인트, 각도 등이 모두 데이터화된다. 여기에 ‘ZEPP’라는 분석기를 장착하면 스윙 스피드까지 데이터로 생산할 수 있다. 개개인의 정보를 훈련 때마다 수집, 분석함으로써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야구학교가 다른 곳과 구별되는 또 하나는 바로 재활 시스템이 갖춰진 ‘종합 아카데미’라는 점이다. 입문에서부터 전문 과정 재활까지 전체 아우를 수 있는 한국 최초의 전문 종합센터다. 두산 베어스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강흠덕 트레이닝 코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장은 “어릴 때부터 무리하게 운동을 시키는 탓에 초등학생들도 재활을 하고 있다. 강 센터장이 워낙 베테랑이라 재활 센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설과 교육의 질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대부분의 야구교실이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는 반면, 야구학교는 메이저리그(MLB)에서 사용되는 훈련장비와 피칭머신, 흙 마운드를 구비하는 등 시설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그동안 받는 데 익숙했던 코치들의 마인드도 코칭 리더십으로 바꿨다. 서비스 강의를 들으며 인사하는 법부터 배운 코치들은 수강생의 눈높이에서 야구를 지도하고 있다. 수강생에게 부족한 점이 보이면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등 열정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상일 교장은 “코치들이 선수 시절 생각하지 않고 수강생들을 겸손하게 가르치고 있어 고마울 따름”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더 나은 야구학교를 위한 향후 과제는?

‘고객 맞춤형’ 수업으로 수강생 및 학부모로부터 호평을 듣고 있지만, 야구학교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 번째로 교육 시스템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다. 이제 문을 연 지 2개월이 된 야구학교는 아직 교육 시스템이 완벽하게 마련되진 않았고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이 교장은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계속 미진한 부분이 나온다”며 “늦어도 3월에는 교육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 과제는 실외 야구장 건립이다. 앞으로 드래프트 대비반을 모집하고 유소년 팀을 창단하게 되면, 선수들이 야구 할 공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교장은 “인구 100만이 넘는 성남시에 야구장이 단 3개밖에 없다”면서 “실외 야구장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굳이 성남시가 아니어도 좋다. 공간만 허락된다면 인근 도시에 세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외 야구장이 '한국의 오타니'를 탄생시키는 초석이 되길 이 교장은 기대하고 있다.

◆ 야구학교의 '최종 지향점'은 무엇인가

야구 행정의 베테랑인 이상일 교장이 야구 발전에 동력이 되는 두 가지로 꼽은 건 바로 ‘인프라’와 ‘스타’다. 훌륭한 시설과 교육이 뒷받침돼야 류현진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나오고, 이것이 야구의 발전으로 연결된다는 것.

이상일 교장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야 해당 종목의 인기가 높아진다.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구학교와 같은 교육시설을 늘리는 게 답이라고 봤다. 이 교장은 “프로야구 팀을 운영하는 대도시에 야구학교 분교를 세우길 원한다. 이곳이 그럴 역량이 충분히 되기 때문에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야구학교가 수익을 내는 부분에만 열을 올리는 건 아니다. 여건이 어려운 학생이나 엘리트 선수를 위해 재능기부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성남시 중원구청 복지팀과 연계, 20명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치며 꿈을 키워주는 중이다. 또, 지방 학교에 야구학교 재활코치들을 파견, 순회교육을 실시하려 한다. 트레이너가 따로 없는 아마야구의 열악한 환경을 알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한국의 유소년 야구선수는 5000여 명이고 이들 중 700여 명이 고교야구 선수가 되지만, 일본은 고등학교 야구선수만 16만여 명에 이른다.

이정도의 인프라 차이에서 한국의 오타니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야구학교는 ‘한국야구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