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메달박탈, 역대 올림픽 유사 사례는?
동료 금지약물 복용으로 올림픽 육상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 실패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자메이카 ‘육상 영웅’ 우사인 볼트가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400m 계주에 함께 나선 네스타 카터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올림픽 육상 종목 최다 금메달(9개) 타이기록도 무산됐다.
볼트와 마찬가지로 대회 이후 메달을 박탈당한 올림피언들은 누가 있을까.
볼트와 메달 박탈사례와 같이 금지 약물 복용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베이징 대회 때의 도핑 의혹에 대해 밝혀내면서 이같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베이징 대회 멀리뛰기, 세단뛰기 은메달리스트 타티야나 레베데바는 소변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나와 은메달 2개를 모두 빼앗겼다. 정치으로서 명성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볼트처럼 메달을 박탈당함으로써 수혜를 보는 사례도 있다. 임정화는 베이징 대회 여자 역도 48㎏급에서 4위를 차지,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하지만 지난해 7월 2위 시벨 오즈칸(터키)에 이어 최근 우승자 천셰샤(중국)까지 도핑 양성 반응이 나타나 메달을 박탈당했다. 덕분에 임정화는 뒤늦게나마 은메달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런던 올림픽에서도 카자흐스탄 여자 역도 금메달리스트 3명이 지난해 말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역도는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폭발시켜는 종목. 이를 위해 근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는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릭 드몽(미국)이 금지약물 에페드린을 복용해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1988년 서울 대회에서도 남자 육상 100m에 출전한 벤 존슨(미국)의 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져 금메달을 빼앗겼다. 이 덕분에 칼 루이스가 금메달을 넘겨받았다.
볼트의 메달 박탈과 같이 도핑에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IOC에서 지양하는 정치적·종교적·상업적인 일체의 행동으로 인해 메달이 박탈된 사례도 있다.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결정전에서 일본에 승리를 거둔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피켓을 들고 세리머니를 해 동메달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박종우는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이 ‘우발적 행위’였다고 판단하면서 동메달을 되찾았다.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 때 남자 육상 200m 우승을 차지한 토미 스미스는 시상대에 올라 검은색 장갑을 끼고 손을 들어 올리며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과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는 금메달 박탈로 이어졌다.
위 사례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볼트의 메달 박탈은 동료의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 오는 8월 런던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은퇴의사를 밝힌 볼트이기에 도쿄 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힘든 상황. 더욱 안타까움이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