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목사와 무당...그래도 '우리는 형제입니다'

2014-10-22     용원중 기자

[스포츠Q 용원중기자] 상연(조진웅)과 하연(김성균) 형제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어린 시절 엄마와 헤어져 고아원에 맡겨진다. TV 프로그램 ‘오늘 당신을 만나러갑니다’를 통해 30년 만에 상봉한 형제의 삶은 달라져 있다.

미국으로 입양된 상연은 목사가 됐고, 고아원을 뛰쳐나왔던 하연은 무당이 됐다. 하연이 어렵사리 다시 찾은 어머니 승자(김영애)는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 형제가 방송사에서 재회한 날, 구성작가의 어이없는 실수로 승자는 사라지고, 상연과 하연은 어머니를 찾기 위해 충청도를 거쳐 전라도로 길을 떠난다.

극작가이자 감독인 장진은 풍부한 상상력과 기발한 착상으로 ‘충무로의 이야기꾼’으로 불려왔다. 예리한 풍자감각, 위트 넘치는 대사는 ‘장진 스타일’을 공고히 구축했다. 올해 상반기 누아르 영화 ‘하이힐’이 흥행에 실패하며 “장진의 전성기도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대규모 상업영화에 성 소수자 주인공을 내세우는 도발은 “장진이라서 가능하다”는 평가를 끌어내기도 했다.

걸출한 연기파 조진웅-김성균 투톱을 내세운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장진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충돌하는 캐릭터의 조합, 오해와 갈등을 거쳐 화해로 마무리되는 기승전결에 웃음과 훈훈한 감동을 가미한 것에 그쳤다면 익숙한 휴먼 코미디 한 편을 감상한 느낌이었을 듯싶다.

하지만 영화는 버린 자식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어머니와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아 나선 두 형제의 이야기에 무게중심을 둔다. ‘30년 만의 혈육 상봉’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이런 스토리텔링으로 각을 달리 잡은 장진 감독은 기독교-무속신앙이라는 종교의 충돌, 너무나 달라져버린 형제, 이슈를 찾아 헤매고 연출하는 방송인들의 생리, 엄마찾기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배치하며 진부함을 덜어낸다.

은유와 역설 가득한 언어의 유희는 영화 곳곳에 포진해 있고, 카메오 출연한 장진 사단(김원해, 김민교, 이한위, 김병옥, 강성진)의 개성 강한 연기는 제 역할 이상을 한다.

복잡한 속사정을 봉인한 상연은 모든 걸 묵묵하게 받아들이려 애쓰며, 형을 향해 툴툴대는 하연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애정이 흐른다. 형제는 서로에게 자신을 이해시키려거나 이해하려 애쓰지 않으며, 어머니 역시 한 많은 과거사에 대한 절규보다 곧 되찾을 것만 같은 자식들에 집중한다. 그들은 가족이라서다.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연의 양아들이라든가 정당의 부의 봉투 살포 관련 기자회견 설정과 같은 일부 작위적인 대목들이 거슬림에도 불구하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찾아야 하는 서로 다른 캐릭터의 형제가 만들어내는 웃음은 따뜻하고 편하다. 조진웅의 절제된 톤과 김성균의 툭툭 내지르는 연기 조화는 상연-하연 형제처럼 인상적이다. 10월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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