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WBC 미리보기]① '마운드 대거 이탈' 대만, 천관위 어깨에 거는 기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맞대결서 호투 경험…"퀵모션이 빨라 타이밍 잡기 어려워"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2017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아시아 ‘빅3’ 한국과 일본, 대만의 사정은 비슷하다. 믿었던 메이저리거들의 합류가 대부분 무산되면서 국내파 선수들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한데, 이들 중에서도 하나 둘 부상으로 이탈해 예선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국은 메이저리그(MLB) 소속 선수가 투수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한 명뿐이고, 정근우, 이용찬 등 과거 국제무대 경험이 있는 자원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일본은 아오키 노리치카(휴스턴 애스트로스)만이 메이저리거 자격으로 WBC에 나서며, 대만은 현역 메이저리거가 아예 없다.
한국, 네덜란드, 이스라엘과 A조에 묶여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WBC 1라운드를 치르는 대만은 이전 대회와 비교했을 때 마운드가 매우 낮아졌다. 이런 까닭에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대만의 파워랭킹을 16개국 중 10위로 언급했다.
대만의 마운드 이탈은 심각하다. 최종 엔트리를 보면 왕첸밍(캔자스시티 로열스), 천웨이인(마이애미 말린스) 등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없다. 여기에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후즈웨이, 왕웨이중, 황웨이지에, 천핀슈에, 쩡런허, 뤄궈화 등도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미국 야구를 경험한 이는 클리블랜드 산하 싱글A에서 뛰고 있는 장샤오칭이 유일하다.
이에 대만은 천관위(27‧지바 롯데 마린스), 궈진린(세이부 라이온스), 쑹자하오(라쿠텐 골든이글스) 등 일본파 3인방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도 천관위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천관위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한국전에서 호투했던 것으로 유명한 오른손 투수. 당시 그는 2회 2사부터 6회까지 4⅓이닝을 던지며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한국 타선을 침묵에 빠뜨렸다. 강정호와 나성범 등 힘 있는 타자들은 천관위의 시속 140㎞ 중반대 속구와 슬라이더 등 예리한 변화구에 나란히 삼진으로 물러났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류중일 감독은 “잘 던지기는 하더라. 다음에 만날 땐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구위가 좋았다기보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와인드업과 세트포지션 모두 퀵 모션이 빨라 타이밍을 잡기가 조금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공은 빠르지 않지만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는 공통 의견이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은 좋았지만 천관위는 소속팀에선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다. 2014년 요코하마에서 뛸 때 1경기 2⅓이닝 평균자책점 11.57에 그친 천관위는 이듬해 마린스 유니폼을 입고 5승 4패 평균자책점 3.23(61⅓이닝)으로 반등했으나 지난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4.01(24⅔이닝)로 다시 가라앉았다.
최근 행보만 봤을 때 다수의 국내파 투수들로 마운드를 돌려막기 할 것으로 보이는 대만은 한국전에서 천관위를 표적 등판시킬 가능성도 있다. 만약 천관위가 자신에게 허락된 65구(투구수 제한 규정에 따름) 내에 한국 타자들을 꽁꽁 틀어막는다면 예전처럼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을 반드시 꺾어야 2라운드에 진출할 공산이 큰 한국으로선 천관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