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근황] '씨름황태자' 이태현, 모래판 부활 위한 분골쇄신
씨름전공 교수-해설위원-협회 이사, "씨름 대중화 위해 많은 일 하고 싶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씨름의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요. 하나하나씩 해나가면 씨름 대중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태현(41) 용인대 격기학과 씨름전공 교수의 씨름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가라앉은 씨름 흥행에 불을 지피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는 ‘씨름밖에 모르는 바보’의 면모를 보였다.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용인대 씨름단을 지도하고 있고, KBS에서는 씨름 해설위원으로, 통합씨름협회에서는 이사로 활동 중이다. 오직 씨름만을 위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천하장사 3회, 백두장사 20회 등 통산 40회 우승. 역대 최다 우승 타이틀을 가진 이태현 교수는 IMF로 인한 씨름계의 몰락을 계기로 잠시 이종격투기의 세계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씨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힘을 써야하는 생소한 종목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쓰라렸다. 통산 1승 2패의 기록을 안고 모래판에 다시 뛰어들었다. 하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았던 도전이었다.
이태현 교수는 “스스로에 대해 실망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씨름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씨름판에 복귀한 이 교수는 백두장사 타이틀 2회를 보태며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가진 18회 우승을 넘어서 모래판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또 종목은 다르지만 일본, 러시아 등에서 해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나라마다 다른 훈련방식을 경험했다. 이태현 교수는 이같은 훈련법을 접목해 자신만의 씨름 트레이닝법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IMF는 씨름계에 거대한 폭풍우를 몰고 왔다. 구단들이 하나둘 해체됐고 프로씨름단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4일 씨름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됐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신청서도 제출한 상황이지만 국민적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게 급선무다.
이태현 교수는 다방면에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씨름 그 자체보다도 다양한 분야를 접목 시켜 대중성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학문적으로도 파고들어 씨름의 정의를 만들고 싶고 후학들을 위해 재단 사업도 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씨름의 묘미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더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과거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대부분 씨름판이 마련돼 있었지만 요새는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이 교수는 “초등학교에 강사로 나가서 수업을 해 보면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초등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며, “씨름인들이 합심해서 요새 흐름에 맞는 대중성 있는 아이템을 많이 만들어 더 쉽게 씨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와 해설위원, 협회 이사직까지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태현 교수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일은 지도자 생활이다. 자신의 의도와 맞게 선수들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이 교수는 “처음에는 왜 내 의도대로 못 따라주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도 “이제는 고정관념을 버렸다. 선수들의 신장과 유연성 등 특성에 맞게 지도할 수 있도록 탐구하고 연구했다. 모래판에서 함께 고함도 지르고 끝나면 선배로서 격려도 해주는 지도자라는 직업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태현 교수의 개인 메시지 프로필에는 ‘으라차차! 씨름사랑 나라사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가 얼마나 씨름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