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이슈]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타 된 스포츠농단, 현장 반응 침통 "정치적 영향서 자유로운 스포츠계 시스템 구축 계기 돼야"
헌재 "미르-K스포츠 설립 통해 기업 재산권 침해로 파면"…전문가 "스포츠 자정 노력 미미, 언젠가 또 일어날 수 있는 일"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결국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및 운영과정과 관련한 일련의 논란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즉 파면을 이끄는 큰 요인이 됐다. 스포츠 일선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된 것에 대해 환영 의견을 냈지만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스포츠 농단 때문에 탄생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인용하면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통한 국정 농단과 스포츠 농단을 결정적인 파면 이유로 들었다. 헌법재판관 8명은 세월호 사고와 언론자유 침해, 공무원 임면권 남용에 대해서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고 봤지만 국정 농단과 스포츠 농단에 대해서는 만장일치 탄핵 인용을 결정할 정도로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은 "안종범 비서관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하여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K스포츠를 설립하게 했다"며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이 했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서원은 K스포츠 설립 하루 전에 더블루케이를 설립, 운영했다. 최서원은 노승일과 박헌영을 K스포츠의 직원으로 채용해 더블루케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안종범을 통해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케이가 스포츠팀의 소속 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이정미 소장 직무대행은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통해 지역 스포츠클럽 전면개편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문건을 전달받아 K스포츠가 이에 관여해 더블루케이가 이득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다"며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해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해 롯데는 K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했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박근혜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통해 최순실과 함께 국정과 스포츠를 농단하고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것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 이유다. 이에 대해 스포츠 전문가들은 스포츠가 권력과 사리사욕에 이용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대택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는 "스포츠 농단과 탄핵은 결과적으로 스포츠가 지금 얼마나 시스템이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스포츠가 사익을 추구하는데 제대로 걸려들었던 것"이라며 "현재 상황이라면 굳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아니라 누구라도 스포츠를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스포츠가 투명해지고 더욱 자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며 "대한민국 스포츠가 앞으로 깨끗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부정적이다. 그저 탄식만 나올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한 연구원은 "스포츠 농단 때문에 체육과학연구원도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 바뀌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았다. 스포츠 전문가라던 김종 차관 역시 이들과 함께 스포츠 농단에 앞장섰다. 이제는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할 때"라며 "앞으로 대한민국 스포츠도 단기적 시각이 아닌 중장기적인 정책을 세워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스포츠 농단에서 보듯 현재 대한민국 스포츠는 아무나, 비전문가가 기획서를 써서 제출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하다. 스포츠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농락당하기 쉬운 구조"라며 "정치인들은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이 아닌 삶의 질 향상이라는 큰 틀에서 스포츠 정책을 짜주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K리그 감독도 "그동안 대한민국 스포츠는 복지 차원이 아니라 정권의 수단으로만 악용됐다. 솔직히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출범 역시 신군부가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시작했던 것 아니냐"며 "스포츠가 정치에 의해 악용되는 구습을 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계기가 되어야한다. 이번 판결이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