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프로야구 개막] 알고 보면 더 재밌다, 7대 관전 포인트
이승엽 은퇴, 이대호 컴백, 힐만 시프트... 볼거리 풍성 ‘WBC 참사’ 넘는다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이 다가왔다. 심심한 평일 밤을 달래줄 최고의 콘텐츠, 프로야구가 5개월의 겨울잠을 마치고 31일 밤 7시 잠실, 대구, 문학, 고척, 마산 등 전국 5곳에서 7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이달 초 국가대표가 고척 스카이돔에서 개최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에서 이스라엘, 네덜란드에 지면서 조기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시범경기 주말 관중은 전년 대비 1% 증가하는 등 흥행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 KBO리그를 더 재미나게 즐길 관전 포인트 7가지를 꼽았다.
◆ 아듀 '국민타자', 이승엽 은퇴 투어
이승엽이 은퇴한다.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 ‘국민타자’로 군림했던 그가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와 작별한다. 지난해 타율 0.303 27홈런 118타점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던 이승엽은 득점(1290), 루타(3833), 2루타(434) 부문에서 양준혁의 통산 1위 기록(1299, 3879, 458)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450홈런(443), 1300득점(1290)도 눈앞이다.
이승엽이 가는 곳마다 ‘은퇴 투어’가 열린다.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 데릭 지터나 마리아노 리베라가 마지막 시즌에 그랬던 것처럼 상대 구단이 레전드를 예우하고 팬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는 시간이 마련된다. 7월 올스타전은 이승엽이 숱한 명장면을 연출했던 대구에서 개최된다. 한데 모인 별들이 이승엽을 특별 예우하는 이벤트가 거행될 것이다.
◆ ‘귀하신 몸’ FA 이대호-최형우-차우찬-우규민
이대호가 돌아왔다. 일본프로야구(NPB) 4년(오릭스 버팔로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MLB 1년(시애틀 매리너스) 등 5년의 해외 생활을 접고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의 줄무늬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부산의 대들보를 넘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몸값도 4년 150억 원이다. 사직구장에 다시 ‘부산 갈매기’가 울려 퍼질지 기대를 모은다.
삼성 라이온즈의 왕조를 이끌었던 최형우는 4년 100억 원에 KIA 타이거즈로 자리를 옮겼다. 김주찬 이범호 나지완의 중심타선, 안치홍 김선빈의 키스톤 콤비를 구축한 KIA는 최형우의 가세로 핵 타선을 완성했다. 헥터 노에시, 양현종, 팻 딘 원투스리펀치와 임창용을 축으로 한 불펜까지 제 역할을 하면 2009년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차우찬은 4년 95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에서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데이비드 허프, 류제국, 헨리 소사, 차우찬 순의 선발 로테이션은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의 두산 베어스의 그것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광활한 잠실을 안방으로 쓰게 된 차우찬이 잘 던지면 LG는 지난해 플레이오프 탈락의 아쉬움을 씻을 수 있다.
차우찬이 삼성에서 LG로 간 반면 우규민은 LG에서 삼성으로 향했다. 4년 60억 원. 좌우중간이 짧은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삼성은 제구력이 좋아 땅볼 유도가 많고 볼넷이 적은 언더핸드 우규민을 영입, 선발진의 안정화를 꾀했다. 각자 FA 이적인데 결과는 ‘트레이드 꼴’이 되어버린 차우찬과 우규민의 행보다. 둘의 성적을 비교해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 화려한 경력, 초특급 외인 경쟁
그 어느 때보다 외인의 경력이 화려하니 연봉 100만 달러(11억 원) 이상을 받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KBO리그에서 검증을 완료, 재계약에 성공한 니퍼트(210만 달러), 헥터(170만 달러), 윌린 로사리오(한화 이글스, 150만 달러), 허프(140만 달러), 보우덴, 에릭 해커(NC 다이노스, 이상 100만 달러) 말고도 ‘귀하신 몸’들이 여럿이다.
한화 이글스가 가장 눈에 띈다.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둘에게 무려 330만 달러를 지출했다. 연봉 180만 달러의 오간도는 시범경기 2경기 7이닝 평균자책점 0을, 150만 달러의 비야누에바는 3경기 11이닝 평균자책점 3.27로 안정감을 보였다. NC의 180만 달러짜리 투수 제프 맨쉽도 2경기 8이닝 평균자책점 3.38로 예열을 마쳤다.
빅리그 경력만 놓고 보면 실패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셋이다. 오간도는 통산 283경기 503⅓이닝을 소화하며 33승 18패 평균자책점 3.47, 비야누에바는 476경기 998⅔이닝 51승 55패 평균자책점 4.31, 맨쉽은 157경기 222이닝 7승 10패 평균자책점 4.82다. 지난해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 니퍼트의 MLB 통산 성적은 119경기 14승 16패 평균자책점 5.31이다.
◆ 계약기간 만료, 초보 감독 나란히 4인
올해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감독이 한화 김성근, LG 양상문, KIA 김기태, 롯데 조원우 등 4명이다. 지난 시즌 계약이 끝난 사령탑도 NC 김경문, 삼성 류중일, SK 와이번스 김용희, kt 위즈 조범현 등 4명이었는데 이중 올해도 지휘봉을 잡은 이는 김경문 감독이 유일할 정도로 ‘칼바람’이 불었다. 김성근 감독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4개 구단 넥센 히어로즈, SK, 삼성, kt는 새 지도자와 함께 한다. 각각 장정석, 트레이 힐만, 김한수, 김진욱 감독을 선임했다. 넥센과 삼성이 ‘초보 사령탑’의 신선한 바람을 누릴 수 있을지, SK가 염경엽 단장-힐만 감독 ‘공조 프로젝트’ 성과를 낼지, kt가 김진욱 감독의 온화한 리더십으로 탈꼴찌에 성공할지 등이 이슈다.
◆ 힐만 SK, 파격 수비 시프트
새 얼굴 가운데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바로 힐만 감독이다. MLB 캔자스시티 로열스, NPB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선수단을 통솔한 적이 있는 만큼 경험은 풍부하다. 이만수, 김용희 체제에서 6년 연속(2007~2012)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왕조’의 체면을 구긴 SK는 힐만 감독이 2007년 제리 로이스터가 롯데에 그랬던 것처럼 신바람을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비 시프트는 혁신의 상징이다. 그간 한국야구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인 내야수 배치가 시즌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주로 당겨 치는 우타자가 나오면 2루수가 2루 뒤에, 거포형 좌타자가 등장하면 3루수가 유격수 자리로 이동하는 식이다. MLB에서나 접한 극단적인 시프트의 성공 여부와 그걸 지켜보는 SK 투수와 팬들의 반응이 자못 궁금하다.
◆ 스트라이크존 변화, 타고투저 완화?
WBC ‘고척 참사’로 스트라이크존 확대 필요성이 대두됐다.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익숙한 국내 타자들이 높은 공을 잡아주는 국제대회에서 맥을 못 추자 KBO 심판들은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보겠다"고 공언했다. 김진욱 감독은 “현장의 감독, 선수, 심판, 팬들까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2016 KBO리그는 리그 타율 0.290, 3할 타자 40명, 리그 평균자책점 4.40,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1명의 비정상적인 타고투저를 겪었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 투수는 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해져 승부구를 던지기 한결 수월해진다. WBC의 쓴맛은 과연 ‘핸드볼 스코어’를 감소시키고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을까.
◆ 878만6248명, 역대 최다 관중 향해
878만6248명. 10개 구단이 제시한 2017시즌 목표 관중 숫자다. 이는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833만9577명 보다 5.4% 증가한 수치로 경기당 평균 1만2203명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전년 대비 17.3% 오른 100만명을 목표 관중으로 제시했고 ‘잠실 한 지붕 두 가족’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나란히 12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WBC 부진으로 인한 팬들의 실망감은 초반 치열한 순위 다툼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메워야 한다. 이대호와 이승엽이 함께 뛰는 마지막 시즌, 인기 구단 ‘엘롯기한’의 적극적 투자에 따른 초반 레이스 가열, SK KIA 등 구장 인프라 확대가 낳을 서비스 퀄리티 향상, 이정후(넥센) 최지광(삼성) 등 뉴페이스의 등장, 5월 9일 대선으로 인한 황금연휴 등 호재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