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야구 비하? 테임즈는 '팩트폭격'을 했을 뿐이다

2017-04-24     이세영 기자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클리닝 타임 때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모두 사라진다. 담배를 피우는 공간이 있는데, 선수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저 현실을 말했을 뿐인데, 한국야구를 비하했단다. 습관처럼 이뤄지고 있는 야구장 내 흡연을 낯설게 여긴 외국인 선수의 ‘일침’으로 받아들여도 모자랄 판에 이를 비하로 단정 짓고 해당 선수를 비난했다.

지난 18일 한 매체는 미국 MLB네트워크의 ‘인텐셔널 토크’가 에릭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와 진행한 인터뷰를 인용하며 “테임즈가 한국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라고 보도했다. 화면에 비친 헤드라인 역시 ‘한국야구 비하 발언 파문’이었다.

미국 현지 캐스터와 해설가가 진행하는 토크쇼인 ‘인텐셔널 토크’에 출연한 테임즈는 한국어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나 변태”라는 말로 농담을 던졌다. 곧바로 진행자들에게 의미를 설명했고 “한국에서 이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이 한국 비하 발언이라고 지적된 부분이다. 테임즈는 5회말이 끝나고 그라운드 정비를 하는 한국의 ‘클리닝 타임’을 언급했다. 그는 “5분간의 휴식 시간이 있다”며 “그 시간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모두 사라진다. 담배를 피우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는데, 선수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맨 처음엔 모두 사라져 벤치 클리어링을 하러 간 줄 알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에서는 담배 피우는 게 자주 목격된다.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테임즈는 2014년부터 3년간 KBO리그에서 뛰며 프로야구 최초 40(홈런)-40(도루) 클럽을 달성하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2015년엔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과연 테임즈가 한 말 중에 한국야구에 대한 비하 발언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KBO리그가 열리는 대부분의 야구장에는 선수들이 경기 도중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선수들은 클리닝 타임 도중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경기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한다.

하지만 야구팬들에게는 선수가 흡연을 한다는 것이 부정적으로 인식돼 있다. 늘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해도 야구를 잘할까 말까인데, 백해무익인 담배를 피우며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두 말하면 입 아프다. 더군다나 야구가 아무리 상대적으로 정적인 운동이라 해도 몸이 재산인 선수들이 담배를 피우는 게 좋을 리가 없다.

비흡연자인 테임즈의 입장에선 담배를 피우는 선수들이 신기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 이것이 한국야구 전체를 비하하는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시즌 도중에 술과 담배를 즐기는 것은 이젠 그리 대단한 사건이 아니다.

23일에는 프로야구 모 구단의 선수 2명이 수원의 한 주점에서 새벽까지 술과 담배를 즐긴 사실이 팬에 의해 포착되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휴식일인 월요일을 앞두고 술을 마셨다면 모를까, 다음 날 낮 경기인데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해당 선수들의 구단은 이들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키는 걸로 사태를 일단락 시켰지만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선수들도 사람이며 담배와 술로 스트레스를 풀 권리가 있다. 그러나 야구는 개인 운동이 아닌 단체 운동으로, 한 사람의 실수로 승부가 뒤바뀔 수 있다. 다음 날 낮에 경기가 있는데 새벽까지 술을 즐긴 선수가 과연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 그리고 꾸준히 흡연을 한 선수가 제대로 된 주루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시각에서 봤을 때 테임즈는 한국야구를 비하하지 않았다. 그저 ‘팩트 폭격’을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