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으로 거듭난 정현, 클리잔과 맞대결은 진짜 시험대 [BMW 오픈]

8강전 상대 클리잔, 클레이 코트서 3차례 우승 차지한 강자

2017-05-05     이희찬 기자

[스포츠Q(큐) 이희찬 기자] “랠리를 더 길게 유지하려고 했다.”

세계랭킹 78위 정현(21)이 세계랭킹 16위 가엘 몽피스를 꺾는 이변을 연출한 뒤 ATP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승리 비결이다.

이제는 8강이다. 정현은 5일 밤 11시 50분(한국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MW 오픈 단식에서 마르틴 클리잔(세계랭킹 53위)과 4강 진출을 놓고 진검 승부를 펼친다.

정현은 클레이 코트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바르셀로나 오픈에서는 알렉산더 즈베레프(세계랭킹 21위)를 꺾었고 '원조 흙신' 라파엘 나달(세계랭킹 5위)과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정현이 투어 대회에서 8강에 올랐던 2015년 선전 오픈, 지난해 4월 US 클레이 코트 챔피언십, 바르셀로나 오픈과 BMW 오픈 중 선전 오픈을 제외한 3개 대회가 클레이 코트에서 펼쳐지고 있다. 클레이 코트에서 강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드 코트, 잔디 코트와 달리 클레이 코트에서는 공의 속도가 줄고 바운드가 커진다. 정현은 지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중요한 클레이 코트에 딱 들어맞는 플레이를 펼친다. 몽피스와 경기에서 랠리를 길게 유지한 정현은 상대 흐름을 뺏고 주도권을 잡았다.

나달은 정현과 맞대결 후 ATP 홈페이지를 통해 “정현의 백핸드 공격은 훌륭했다”며 “그는 빠르게 코트 구석구석을 확보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정현의 약진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8강 상대 클리잔도 정현 못지 않은 클레이 코트의 실력자다. 통산 5차례 투어 우승을 거머쥔 클리잔은 그 중 3차례 우승컵을 클레이 코트에서 들어올렸다. 2014년에는 BMW 오픈을 정복하기도 했다. 클리잔은 16강에서 지난 바르셀로나 오픈에서 정현에게 패했던 즈베레프를 2-0(6-2 6-1)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클리잔의 우세가 점쳐진다. 그러나 생애 첫 단식 4강 진출을 노리는 정현의 상승세도 충분히 위협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