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민께 양해" 당부, 국민의당 총리인준 "대승적 협조" 대반전
[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야권에 양해를 당부하는 유감 표명을 했다. 야권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이지만 돌파구는 마련됐다. 의원총회를 거친 국민의당은 인준안 통과에 협조하겠다고 당론을 세운 반면, 자유한국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청문 인준안 통과에 협조 당론으로 대반전을 이루면서 31일 본회의에서 총리 인준안이 통과돼 첫 내각 출발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정청문회 채택이 무산되고 인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전에 돌입한 가운데 이른바 인사원칙 위배논란에 관련해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저는 5대 비리 배제 원칙이 깨끗한 공정 사회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이어 "만약 공약을 구체화하는 인수위원회 과정이 있었다면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가운데 인사가 시작되면서 논란이 생기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논란은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야당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대선 후보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는 5대 인사원칙을 밝혔던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3명의 공직 지명자에게서 위장전입 등의 문제를 제기한 야권으로부터 직접 입장 표명을 요구받아왔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나온 뒤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 인준에 협조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당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조하기로 했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하기로 해놓고 조건을 거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건 없는 협조를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천명한 인사원칙을 포기한 것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인사에 관한 5대원칙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는게 우리 국민의당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해 "그걸 우리는 원칙을 포기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이해하지 않았다"고 말해 추가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위장전입 등 취임 후 불거진 인사잡음에 대해 야당과 국민에게 양해를 구한 것과 관련 '수용 불가'의 입장을 밝혔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대부분의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총리인준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당론으로 '반대'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듣고도 인준 반대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제시한 (5대 비리 관련자 고위공직자 배제)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라면서도 "이낙연 후보자 본인의 흠결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수용 불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낙연 후보자 인준을 찬성해주는 대신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기로 했다는 '빅딜설'에 관련해서도 "그런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 국민의당의 입장 반전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은 조각을 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은 국민의당만 동의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13명인데 민주당 위원은 5명, 국민의당 위원은 2명이다. 두 당이 힘을 모으면 과반수를 넘어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 본회의에 상정 시에도 더불어민주당 120석, 국민의당 40석으로 재적의원(299석)의 절반을 넘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딸 아이의 안녕을 위해 생각 없이 행한 일로 물의를 빚게 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강 후보자는 이날 외교부 청사 인근 임시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딸 전입 문제와 관련해 보도도 많이 되고, 밝혀드릴 부분이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강경화 후보자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딸이 2000년 한국에서 입학을 하려 할 당시 "제가 다니던 이화여고에 넣고 싶었고, 아는 은사가 주소지를 소개해 줘 그 주소지로 주민등록을 옮겨 이화여고에 다니게 됐다"며 "주소지에 누가 사는지, 소유주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불거진 위장전입 주소가 이화여고 교장으로 재직했던 심모 씨의 자택이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
강 후보자는 당초 청와대가 친척집으로 위장전입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는 은사"로부터 주소지를 소개받아 해당 주소지로 주민등록을 옮겼다는 것이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지난 21일 강경화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장녀가 미국에서 1년간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2000년 2학기에 한국으로 전학을 오면서 1년간 친척 집에 주소를 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강 후보자가 거짓 해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던 터다.
강 후보자는 "미국에서 큰 딸이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왔을 때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는 데 편한 상황이 됐으면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비판 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경위 설명을 마친 강경화 후보자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자세한 내용은 청문회에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난항 끝에 초대 총리 탄생에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문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공론화가 얼마나 제대로 이뤄질지 관심을 끌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미 발생한 논란들은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의 인사를 위해 현실성 있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전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새로운 '고위공직자 임용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약속한 '5대 인사원칙'을 대체할 새로운 인선 기준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현실 적합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국정기획위는 6월말까지 새로운 안을 말들어 개막 때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고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새 정부 첫 조각과 인선 과정에서 국정기획위의 인선 기준 논의가 참고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야당도 명쾌한 입장 표명과 아울러 가시적인 인선 원칙의 적용을 요구하기 있기 때문에 협치 차원에서 야권의 의견을 반영하는 인선 기준안을 도출해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