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현장메모] 아주 특별했던 노경은, 패전투수라도 오늘은 '노타니'가 주인공!
롯데 측 실수로 졸지에 4번 타자 겸업, 2삼진... 6이닝 2실점 쾌투
[고척=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방망이 잡으랴 글러브 챙기랴.
노경은(33·롯데 자이언츠)이 아주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코칭스태프의 실수 때문에 예상치도 못한 일을 겪었지만 대신 팬들의 사랑을 얻었다.
노경은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4피안타 3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롯데의 1-2 패.
7회말 마운드에 오른 그는 고종욱에게 안타, 윤석민에게 볼넷을 주고 강판됐는데 이어 올라온 장시환이 폭투 허용, 적시타 헌납으로 주자 둘 모두 못 막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253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노경은은 최고 시속 148㎞의 패스트볼, 142㎞까지 나오는 고속 슬라이더로 팀 타율 1위에 빛나는 넥센 타선을 6회까지 완벽하게 봉쇄했다.
브룩스 레일리, 닉 애디튼 등 외국인 투수들은 2군에 있고 송승준마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팀은 3연패 중인데다 주중엔 토종 에이스 박세웅(6⅓이닝 5자책)마저 난조를 보인 터였다.
노경은은 예상을 깨고 넥센 선발 제이크 브리검과 명품 투수전을 벌였다. 올 시즌 성적이 5경기 평균자책점 12.73인 투수가 맞나 싶은 속전속결 투구,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2012년(12승, 평균자책점 2.53)의 전성기가 연상되는 내용이었다.
‘타자 알바’까지 겸한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 나온 쾌투라 더욱 값졌다.
노경은은 1회말 수비 때부터 4번 타자가 됐다. 롯데 측이 이대호를 지명타자, 최준석을 1루수로 쓰려던 조원우 감독의 의도와 달리 오더지를 실수로 반대로 작성하는 바람에 지명타자 자리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경은은 4회초 무사 1루, 6회초 2사 1루 등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서야 했다. 3루 측 자이언츠 팬들은 헬멧 쓰고 배트를 쥔 노경은이 타석으로 걸어 나가자 모두 기립해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결과는 모두 삼진. 프로 무대에서 방망이를 쥘 일이 없었던 그가 외국인 투수의 공을 맞추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4회엔 3연속 번트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6회에는 3루 방면 파울 하나를 쳤지만 결국 낙차 큰 커브에 체크 스윙을 했다.
노경은의 이날 기록은 패전과 2삼진이었다. 롯데도 이기지 못했지만 이날만큼은 승리투수 브리검, 결승타를 날린 이정후가 아니라 노경은이 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했다.
의도치 않게 투타를 겸업한 노경은을 향해 야구팬들은 일본프로야구(NPB)의 이도류(쌍검술) 고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를 합성한 노타니, 이대호를 칭하는 ‘조선의 4번 타자’를 변형한 ‘조선의 4번 투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2군에서 전전긍긍하던 노경은이 다시 프로야구의 중심으로 돌아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