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이슈] 홍명보 전무이사-박지성 유스본부장, 칼 빼든 대한축구협회 '방점은 세대교체'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적폐’라는 오명까지 얻으며 축구팬들의 비난 세례를 받아야 했던 대한축구협회가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홍명보(48)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36)을 전면에 내세워 돌파구를 찾는다.
대한축구협회는 8일 “사의를 표명한 김호곤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 이용수 부회장, 안기헌 전무이사 등에 대한 후임 임원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행정 총괄 책임자인 전무이사 자리에 오른 홍명보 전 감독과 유스전략본부장 직함을 달게 된 박지성이다.
홍명보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대표팀 지휘봉을 이끌다 성적 부진 등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3년 만에 협회와 다시 손을 잡게 됐다.
홍명보 신임 전무는 오는 16일 협회 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자리에 앉게 될 전망이다. 10일 콜롬비아, 14일 세르비와 평가전은 현 안기헌 전무 체제로 치러진다.
박지성은 은퇴 후 해외에서 축구행정가로서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 이제 본격적인 축구행정가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박지성은 자신이 설립한 JS파운데이션을 통해 국제 청소년 축구대회를 매년 개최했다. 지난 8월에도 강원도 평창에서 유소년 대회를 연 뒤 행사장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하며 그들의 미래를 응원했다.
그러나 이번 조직 개편이 단순히 이 둘의 선임에만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세대교체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협회는 사무총장직을 신설해 홍 전무 이사를 보좌하도록 했다. 이 자리에는 전한진(47) 전 국제팀장이 승진 발령됐다. 비선수출신인 전 사무총장은 1997년 협회에 입사해 20년간 다양한 행정경험을 쌓았다. 2013년부터는 국제팀장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분과위원을 맡았고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대표팀 행정지원을 총괄하기도 했다.
홍 전무 이사가 큰 틀을 잡고 이끌어간다면 실질적인 살림은 전 사무총장이 꾸리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학원과 클럽 리그 관장 및 제도개선을 담당할 부회장에는 최영일(51) 전 동아대 감독이 임명됐다. 최 부회장은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서 부산 대우와 울산 현대를 거쳐 동아대에서 감독직을 수행했다.
기술위원회 기능 개편에 따라 축구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정책수립과 기술연구 기능을 담당할 기술발전위원회 위원장에는 이임생(46) 전 텐진 감독이 선임됐고 대회위원장에는 조덕제(52) 전 수원FC 감독이 선임됐다.
신설되는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을 맞게 될 부회장은 아직 인선하지 못했다. 후임 집행부에서 논의를 거쳐 추가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홍명보 전무이사, 전한진 사무총장 체제는 협회 집행부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역량 있는 축구계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려는 협회의 의지가 표현됐다”며 “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와 함께 정몽규 회장의 인적쇄신에 대한 강한 의중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임된 6명의 인사들의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에 그친다는 것은 놀라운 변화다. 종전 김호곤(66), 이용수(58) 부회장과 안기헌(63) 전무이사와 나이대만 비교해봐도 확 젊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협회 살림을 이끌 홍명보 전무이사와 전하진 사무총장이 모두 40대라는 사실은 그동안 보수적이고 변화에 소극적이던 협회가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차범근 이후 가장 유럽 축구 무대에서 성공한 선수인 박지성 본부장이 이끌어간 유소년 정책도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