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초점] 손흥민-기성용-권창훈 없는 대표팀, 신태용 감독 회심의 '플랜 B'는?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축구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한 손흥민(25·토트넘 핫스퍼), 공격의 시발점 기성용(28·스완지 시티), 새로운 공격의 첨병 권창훈(23·디종)이 모두 빠졌다.
신태용 감독은 21일 이들을 제외한 24명의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다음달 8~16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할 인원들이다.
◆ 인적 실험 아닌 전술적 테스트 무대, 핵심자원 공백 메울 플랜은?
유럽파 핵심 자원들은 빠졌지만 신태용 감독이 이번 대회에 나서는 마음가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달 열린 콜롬비아, 세르비아와 2연전에 발탁했던 23명 중 18명이나 그대로 다시 이름을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3명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까지 4명을 제외하고는 핵심 멤버 중 누구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심리적 부담과 경기력 하락으로 빠졌을 뿐이다.
이 중에서도 월드컵 출전이 유력한 김민재가 부상으로 경기 출전이 어려움에도 전술·분위기 적응을 위해 대표팀에 승선했고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김신욱(이상 전북 현대)이 추가된 것을 고려하면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볼 수 있는 선수들은 단 4명으로 줄어든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진성욱(제주 유나이티드)을 포함해 오랜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윤영선(상주 상무), 윤일록(FC서울), 김성준(성남FC)이다.
과거 대표팀은 동아시안컵을 새로운 얼굴들을 대거 발탁해 원석을 발굴하는 기회로 삼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명단을 보면 그보다는 월드컵에서 활용할 선수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주고 전술을 체크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신 감독의 구상을 잘 읽을 수 있다.
특히 전술적 구상을 구체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손흥민 활용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면서도 “반면에 플랜B와 C도 해봐야 한다. 대표팀 선수라면 팀에서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표팀에서 필요한 역할도 해내며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부분을 고민해 (공격수를) 뽑았다”고 밝혔다.
이어 “동아시안컵에 있어 기본 포메이션이 4-4-2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물론 가져가겠지만 4-3-3이나 4-2-3-1 등 상대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탈압박과 빌드업, 공수 조율까지 완벽히 해내는 기성용의 대체자는 찾기 힘들다. 신 감독 부임 후 치른 경기들을 통해 권창훈도 주전 한 자리를 확실하게 꿰찼음을 보였다. 이재성도 마찬가지. 허리에서는 본선 무대에서도 큰 틀의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신태용 감독이 언급한 플랜B와 C라는 것은 공격 쪽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손흥민이 최근 뛰어난 기량을 보였지만 수비가 집중될 경우 혹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처럼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올 경우 다시 고립되는 면을 보일 수 있기에 다른 대안들도 고려해야 한다. 또 앞선 두 차례 평가전에서 잘 먹혔던 전술이 벽에 부딪힐 경우 변화를 줄 방법에 대한 고민도 수반돼야 한다.
◆ 공격 다변화 계획, ‘조력자’ 이정협·진성욱-‘타깃형 포워드’ 김신욱에 거는 기대
이번 명단에서 공격수로 분류된 선수는 이정협(부산 아이파크)과 진성욱(제주 유나이티드), 김신욱(전북 현대)이다.
이정협의 활용법은 이달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명확히 확인됐다. 그는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상대 수비와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며 손흥민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물론 이마저도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이번에도 4-4-2 전술을 활용한다면 이근호가 종전의 손흥민과 같은 골게터로 나서고 그의 조력자로 이정협과 진성욱이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진성욱도 올 시즌 5골에 그쳤지만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 역할을 맡아 제주의 2위 달성에 힘을 보탰다.
또 하나는 김신욱의 활용이다. 김신욱이 이번 시즌 부침을 겪기는 했지만 큰 키(196㎝)를 바탕으로 한 제공권 우위는 쉽게 저버릴 수 없는 큰 장점이다. 2014년 러시아 월드컵 벨기에전에서도 제공권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면을 보였다. 경기 막판 골이 간절할 경우 김신욱은 위협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김신욱은 본선 무대에 나서기 위해서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만 한다. 프랑스 리게앙 트루아에서 뛰는 석현준의 상승 곡선이 가파르기 때문이다. 김신욱보다는 작지만 석현준도 190㎝의 장신이다. 11월에만 2골을 터뜨렸는데 모두 머리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김신욱이 이번에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석현준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신 감독은 “11월 평가전은 내 생각대로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 권창훈, 손흥민 등이 빠져나가며 대체 선수들이 그 정도 해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하고 있다”며 “지금 뽑힌 선수들로 어떤 포메이션을 써야 잘 할지 고민 중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다. 각자 잘 할 수 있는 위치 등을 고려해 계획을 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력 부진에 대한 거센 비판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실험을 계속했다. 그 결과 4-4-2 포메이션을 통한 맞춤형 전략을 세웠고 콜롬비아, 세르비아를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플레이를 하며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과 올해 열린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끌며 다양한 전술과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략으로 지략가라는 평가를 받은 신태용 감독. 대표팀의 기둥들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내세울 플랜 B,C는 어떤 결과를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