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포커스] 나카지마 복귀가 불붙인 일본 프로야구의 여심잡기

히로시마·오릭스·한신 여성팬 급증…'카프조시·오리히메·도라코' 신조어까지

2014-12-25     박현우 기자

[스포츠Q 박현우 기자] 스토브리그 들어 일본프로야구는 한동안 특정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으로 매우 시끄러웠다. 3년 전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뒤 올해 일본에 복귀하는 나카지마 히로유키(32)에 대한 영입전이었다.

오사카 출신인 이 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친정팀 세이부를 포함해 고향팀 한신 등이 거액의 조건을 제시하며 나섰지만 끝내 오릭스 버팔로즈가 영입전의 승자가 됐다. 나카지마를 품은 오릭스는 이를 새로운 여성팬 유입의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 스포츠 일간지 스포츠호치는 최근 "오릭스가 나카지마 영입을 계기로 여성팬의 증가에 대비해 여자 화장실과 관련 상품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릭스 구단은 나카지마의 입단으로 경기 평균 500~1000명의 여성팬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릭스의 여성팬인 '오리 히메(오릭스+히메, 공주를 뜻하는 일본어)'를 늘릴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여성을 위한 시설 증축과 마케팅 개발에 나서고 있다.

◆ 미남 스타 한 명의 엄청난 '티켓팅 파워'

스포츠호치는 "나카지마가 세이부에서 뛰었을 때 오릭스 원정을 오면 원정 응원석이 예상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 오릭스 영업담당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 담당자는 "구매층을 조사해본 결과 상당한 수의 여성팬이 구단 상품을 가지고 나카지마의 얼굴이 잘 보이는 원정벤치에 가까운 좌석을 구입했다"며 "당시 좌석이 고가임에도 100명에 가까운 여성팬이 몰렸다. 이 정도로 여성팬을 끌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고 나카지마의 '티켓팅 파워'를 인정했다.

오릭스는 여기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홈구장 교세라돔의 여자 화장실 증설과 함께 비데의 개량까지 나서고 있으며 이미 나카지마의 등번호 1번이 찍인 분홍색 티셔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 2014년 최고의 유행어, '카프 조시'

오릭스가 현재 여성팬의 증가에 대비하고 있지만 이미 올해 여성팬의 증가로 큰 효과를 본 팀이 있다. 바로 센트럴리그에서 만년 꼴찌였던 히로시마 도요 카프다.

히로시마는 지난해 22년만의 가을야구를 경험할 정도로 매년 최하위를 맡아놓은 팀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이미지가 여성팬의 동정을 사며 갑자기 카프를 응원하는 것이 여성들 사이에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히로시마 도요 카프를 응원하는 '카프 조시(카프+조시, 여자를 뜻하는 일본어)'가 신드롬을 일으켰다. 본인은 물론이고 일가 친척조차 히로시마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도쿄 인근의 여성들이 응원을 오는 경우도 생겼다. 도쿄에서 히로시마까지는 1000km가 넘는다.

이런 현상은 실제 입장권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도쿄 인근에 있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는 히로시마전 관중 동원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요미우리도 전통의 라이벌인 한신전보다 히로시마전의 열기가 더 뜨거울 정도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히로시마 구단도 이러한 열기에 감명받아 지난 5월 신칸센을 전세 내 도쿄 인근 지역의 '카프 조시'들을 히로시마 홈경기에 초대하기도 했다.

카프 조시는 일본 야구의 변화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히로시마가 속한 센트럴리그 이사회는 지난 10월 인터넷을 통한 센트럴리그의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전통적'이라는 예전 답변과 달리 '새롭다', '즐겁다'는 답이 많이 늘어났다.

이사회는 지난 22일 비디오리서치를 통한 이미지조사 결과 화제가 된 '카프 조시'를 통해 관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센트럴리그의 이미지까지 바뀌었다고 발표했다. 기네부치 가즈히데 센트럴리그 총괄은 "결과에 입각해 리그의 방향성을 논의해가겠다"며 조사결과를 리그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카프 조시 뿐 아니라 '도라코'라는 말도 있다. 호랑이를 뜻하는 일본어 '도라'에 일본의 여성 이름 끝에 붙는 '코'의 합성어다. 바로 한신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여성팬들이다.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는 '세레조(세레소+조시)'가 있다. 이 역시 세레소 오사카 여성팬들을 일컫는 말이다.

◆ 여성팬 늘어나는 한국야구도 '여심잡기' 나선다

한국프로야구도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여성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미남선수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두산 베어스를 응원하는 여성팬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퀸즈데이를 열어 선수들이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거나 일부 좌석의 할인을 적용했다. 또 선수들과 사진을 촬영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LG 트윈스도 2010년부터 여대 야구특강인 '여자가 사랑한 다이아몬드'를 시작하는 등 여성에게 다가가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이 여성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침에 따라 여성 관중의 비율은 2011년 기준 39.2%에 이르렀다. 특히 두산과 SK, KIA는 여성 관중의 비율이 40%가 넘었다.

이에 자극받은 각 구단들도 여성 관중의 티켓팅 파워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parkhw8826@sportsq.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