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키즈, 테니스 정현 '공통점' 골프 박세리 향한 존경
[장충=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테니스 왕자’ 정현(22·한국체대)이 ‘골프 여제’ 박세리를 향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정현은 후원사인 라코스테 주최로 2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세리 김연아 같은 분은 높은 위치에 갔다가 떨어지지 않고 (위상을) 유지하셨다”면서 “얼마나 힘든지 안다”고 말했다.
정현의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 신화는 야구 박찬호(메이저리그), 축구 박지성(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수영 박태환(이상 올림픽 금메달), 골프 박세리(LPGA) 등 한국 체육사를 대표하는 ‘개척자’와 비교된다.
특히 박세리를 떠올리는 팬들이 많은데 이는 로저 페더러와 4강전에서 드러난 정현의 발 부상(물집)이 1998년 박세리의 US오픈 ‘맨발 투혼’과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당시 박세리는 워터 해저드(호수) 근처에 떨어진 공을 올리기 위해 양말을 벗었다. 훈련으로 새까매진 종아리, 양말에 가린 뽀얀 발은 곧 박세리의 노력이었다. 연못에서 샷을 날린 박세리는 결국 정상에 올라 국가적 위기(IMF)로 신음하던 국민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안겼다.
20년 뒤 정현의 발도 화제가 됐다. 일반인은 걷기조차 힘든 만신창이 상태로 16강전, 8강전을 소화한 사실이 큰 울림을 줬다. 특히 취업난에, 불공정한 세상에 지친 젊은이들이 테니스 불모지에서 기적을 일군 20대 청년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주름잡는 박인비 박성현 유소연 전인지 김인경 장하나 김세영 등 ‘박세리 키즈’를 낳은 것처럼 된 것처럼 테니스에서 ‘정현 키즈’가 태어날 차례다.
세간의 이런 평가에 정현은 “그와 같은 레벨이 되기 위해서는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그랬을 때 동급이라고 스스로 인정할 것 같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정현의 발은 다음주부터 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다. 이제 메이저대회 3,4회전에 안착하는 결과를 계속 내느냐, 호주오픈 4강이 깜짝 이변으로 남느냐 기로에 서 있다.
'유지'.
레전드로 향하는 정현의 여정은 이제부터가 진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