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임기영-장현식 지각 출발, 고개 드는 '버두치 리스트' [SQ초점]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지난해 KBO리그(프로야구)에서는 유독 영건 투수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너도나도 100이닝 이상을 던지고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기면서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갑자기 많은 경기에 나온 이들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바로 ‘버두치 리스트’ 때문. 미국의 야구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는 “만 25세 이하의 투수가 전년도에 비해 30이닝 이상을 더 소화하면 그 이듬해 부상 혹은 부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버두치 리스트의 기본 골자인데, 적중률이 50%가 넘었다.
지난해 많은 이닝을 던진 영건 투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올 시즌 지각 출발을 알려 버두치 리스트가 재조명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투수 박세웅(23)은 팔꿈치 통증으로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채 개인 훈련에 들어갔다. 지난 24일 막을 올린 정규시즌의 선발 로테이션을 돌기는 어려운 상황. 후배 윤성빈이 그의 ‘대타’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이에 앞서 KIA 타이거즈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25)은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어깨 통증이 와 느린 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캠프 막바지에 하프피칭을 소화했기 때문에 개막 로테이션은 물 건너갔다. NC 다이노스 우완 파이어볼러인 장현식(23)도 지난달 팔꿈치 통증으로 일찌감치 귀국했다.
세 선수 버두치 리스트에 해당하는 조건을 갖췄다. 나이가 만 25세 이하이며, 직전 년도보다 30이닝 이상을 더 던졌다. 박세웅은 32⅓이닝, 임기영은 95⅔이닝, 장현식은 58이닝을 더 소화했다. 여기에 이들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까지 참가해 적당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버두치 리스트가 적중된 사례가 꽤 있다.
2009년 당시 만 24세였던 조정훈(롯데)은 직전 시즌 대비 52이닝을 더 투구했고, 2010시즌 종료 후 수술대에 올랐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7년이 지나서야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용찬(두산 베어스)도 2010년 43⅔이닝을 소화한 뒤 2011년 136⅓이닝, 2012년 162이닝을 차례로 던졌지만 2013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때가 만 24세였다. 임기영처럼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꾸고 이닝수를 무리하게 늘린 것이 수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최원태(넥센 히어로즈), 고영표(kt 위즈) 등 영건 투수들이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무리한 사례도 있는 만큼, 버두치 리스트는 이제 더는 무시할 게 아닌 듯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어린 투수의 이닝 관리가 매우 철저하다. KBO리그 구단과 감독들도 과감한 결단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