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포커스] '74%' 속구만 판 KIA타이거즈 팻딘, 완투보단 연패스토퍼를 원한다
[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85구 중 64구. KIA 타이거즈 팻딘(29)은 속구 일변도 투구를 펼쳤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고 이 승부수는 적중했다.
펫딘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85구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타선의 화끈한 득점 지원 속에 시즌 2승(1패) 째를 따냈다.
경기 후 만난 팻딘은 “시즌 초반 날씨 때문에 로테이션이 불규칙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다행히 오늘은 좋았고 팀 연패를 끊는데 역할을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9승 7패 평균자책점 4.14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팻딘은 KBO리그 2년차 더욱 높게 비상하고 있다. 이날 평균자책점을 2.90까지 낮췄는데, 이는 양현종(2.80)에 이어 팀 내 2위이자 리그 전체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날은 강타선 두산을 압도하는 투구가 빛났다.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 단 85구로 7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이닝 당 평균 투구수는 12개 가량에 불과했다. 최고 시속 151㎞의 속구가 위력을 발휘했다. 다른 공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무려 74%(64/85)가 속구였다.
포크볼(12구), 슬라이더(6구), 커브(3구)는 최소화하면서도 가장 필요할 때 상대를 꾀어내는 데 활용했다. 이날 삼진을 잡아낸 공 중 속구는 2개에 불과했다. 2개는 포크볼, 하나는 커브였다. 역설적으로 두산 타자들이 팻딘의 속구에만 타이밍을 맞추고 있었기에 변화구가 더 효과적으로 통할 수 있었다.
팻딘은 “(경기 전) 속구의 느낌이 좋아서 활용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실전에서도 타자들의 방망이가 잘 끌려나와 적극적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두산 타선이 무기력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팻딘이 물러난 뒤 박정수와 유승철은 2이닝 만에 5개의 안타를 내주며 3실점했다. 팻딘의 공이 그만큼 난공불락이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올 시즌 유독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앞선 4경기에서 3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는데 1승만을 챙겼다. 타선의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 그러나 이날은 1회부터 타선이 폭발했고 가벼운 마음 속에 공을 뿌릴 수 있었다.
“오늘은 야수들의 굉장한 도움을 받았다.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내줬고 호수비가 나오며 상당히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닝 당 투구수를 생각하면 완투를 해도 예상 투구수는 110구 정도였다. 완투 욕심은 없었을까. 팻딘은 “투구수가 적어 완투하고 싶다는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 이미 승기를 잡은 상황이어서 (감독님께서) 교체를 해주신 것 같다”며 “오늘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앞으로도 상대가 누구든 팀이 어떤 상황이든 이길 수 있게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팀퍼스트’ 정신을 강조했다.
KIA는 홈런, 타율 등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팻딘의 초반 기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양현종, 헥터 노에시가 누린 20승의 영광이 팻딘에게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