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문선민 '합격점'-이청용·김신욱·김영권·오반석 '평가보류', 진짜는 보스니아전 [한국 온두라스 하이라이트]

2018-05-28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6인 예비엔트리 발표 이후 첫 실전 무대에 나선 신태용호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특히 대표팀 데뷔전에 나선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는 합격점을 받을만 했다. 다만 아직 만족하기엔 이르다. 상대가 약체였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대구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와 평가전에서 손흥민과 문선민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부상으로 핵심 전력들이 대거 이탈한 가운데서 거둔 기분 좋은 승리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사전 기자회견에서 기성용과 이재성, 장현수, 김진수를 출전 명단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예비 엔트리에서 검증이 필요한 선수들이 있는 가운데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을 굳이 평가전에 투입시킬 필요가 없었다.

이날 선발 라인업은 사실상 1.5군에 가까웠다. 전반적인 경기력보다는 선수들의 기량 점검과 각 선수들이 신태용 감독의 전술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더욱 초점이 맞춰진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분명한 합격점을 받은 이들도 있었던 반면 쉽게 평가를 할 수 없었던 선수들도 있었다.

◆ 천재성 여전했던 이승우, 손흥민 만큼이나 빛났다

이날 가장 기대를 모은 건 이승우였다.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이승우는 전반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눈길을 끌었다.

전반 16분 주세종의 패스를 매끄러운 턴 동작으로 컨트롤 한 뒤 빠른 돌파에 이어 A대표팀 데뷔 첫 슛까지 날린 이승우는 손흥민과 더불어 공격에서 가장 돋보였다.

후반 들어 대표팀이 3-5-2로 전형을 바꾸며 미드필더의 숫자가 하나 더 늘어나자 이승우는 더욱 활발하게 움직였다. 후반 9분 상대의 공을 뺏어낸 뒤 수비 2명 사이로 파고드는 과정은 그에게 왜 그토록 많은 축구 팬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후반 15분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던 이승우는 손흥민에게 공을 건넸다. 이후 움직임도 칭찬할 만했다. 수비수를 끌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가며 손흥민에게 보다 자유로운 상황을 만들어줬다. 수비의 방해 없이 날린 손흥민의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은 레이저 같은 궤적으로 골대로 빨려 들었다. 손흥민의 선제골과 함께 이승우의 데뷔전 도움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선제골 이후론 더욱 기세가 살아났다. 손흥민과 짧은 원투패스를 통해 수비의 빈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과감한 돌파는 물론이고 수비를 옆에 두고도 여유로운 볼처리까지 빛났다.

 

 

◆ 데뷔전에 골까지, 진정한 인생역전 문선민

대표팀 명단 발표 때 이승우보다도 더욱 의외의 인물로 주목을 받은 문선민은 후반 10분 교체 투입됐다. 이청용과 교체돼 주로 왼쪽 측면을 공략한 문선민은 초반 적응에 애를 먹었다. 패스를 깔아서 보내지 못할 정도로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빠른 스피드는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수비 뒷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자 온두라스 수비진의 균열이 생겼고 더욱 활발한 공격이 이어질 수 있었다.

후반 27분엔 작품을 만들어냈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황희찬이 건넨 공을 문전에서 받아든 문선민은 바로 슛을 날리지 않았다.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수비수 한 명을 속임 동작으로 제쳐내더니 달려드는 골키퍼 옆 공간을 향해 정확한 슛을 밀어넣었다.

A매치 데뷔전 데뷔골. 이는 역대 33번째 기록이다. 2010년 이후엔 윤빛가람과 지동원(이상 2010년), 이용재와 김승대, 이종호(이상 2015년), 지난해 권경원에 이어 7번째다.

많은 의심의 눈초리를 단숨에 기대감으로 돌려세운 이승우와 문선민이다. 수비의 발걸음이 느린 스웨덴을 타깃으로 이들을 뽑은 신태용 감독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이날 대구 스타디움을 찾은 3만3252명은 경기 내내 이들의 이름을 연호하기 바빴다.

 

 

◆ 안 보였던 이청용-할 일 없던 수비진 김영권-오반석 등 평가보류

반면 만족할 수 없었던 선수들도 있다. 이청용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간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청용은 대표팀에서도 서서히 존재감이 미미해져갔다. 이번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 모두 출전해 2골을 넣은 이청용이지만 이번엔 명단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승우와 양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평가는 극명히 갈렸다. 이승우는 완벽한 몸놀림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청용은 이와는 달랐다. 큰 실수를 저질렀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 오른쪽 라인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고요한에게 공을 연결해주는 역할 말고는 평가를 내리기 애매할 정도의 움직임만을 보였을 뿐이다.

수비진도 마찬가지. 신 감독은 핵심 수비자원 김민재가 부상을 당하며 스리백을 고민하게 됐다. 6명의 센터백 자원을 뽑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장현수를 제외하고는 누구하나 확실한 선발 자원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웠다.

이날 선발로는 정승현과 김영권이 나섰다. 포백에서 센터백으로 호흡을 맞췄다. 특별한 실수가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온두라스가 수비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공격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해 특별히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후반 투입된 오반석과 박주호와 이용, 김신욱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수비의 오반석과 박주호, 이용 등은 할 일이 많지 않았고 손흥민과 교체로 나선 공격수 김신욱에게는 12분의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아 제대로 된 기회를 갖기 힘들었다.

진짜는 다음달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1위 보스니아는 동유럽 특유의 선이 굵은 축구를 한다는 점에서 스웨덴과 접점이 있다.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바르셀로나를 꺾고 ‘로마의 기적’을 연출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던 에딘 제코(AS 로마)도 합류해 한국 수비진의 경쟁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경기가 될 전망이다.

이 경기 이후 신태용 감독은 최종 23인을 꾸려 3일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한다. 마지막 시험의 무대가 될 보스니아전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어떤 경기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명운이 엇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