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포커스] 일요일 '종일 야구',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일상 점유율 상승-스포츠산업 파이 증가, 야구 편중 우려 목소리도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하루 종일 야구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일본 것 말고 한국 야구만 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13일 2015 제1차 이사회를 열어 일요일 경기를 오후 2시, 오후 5,6시 등으로 나누어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한 이후 그 실현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개 구단, 144경기, 하루 5경기 체제에 따른 새로운 시도에 환영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온라인상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야구광은 행복하다”, “토요일도 나눠서 하자”, “채널 돌려가며 봤는데 잘 됐다” 등 긍정적인 댓글이 있는 반면 “야구만 보다가 주말이 지나가면 허무할 것 같다”, “2경기 연속 관람은 아무리 야구를 좋아해도 쉽지 않다”며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 일요일은 야구 보는 날, 일상 점유율 상승
시장점유율은 더 이상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 산업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 동종업계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선두로 뛰어올라봤자 수익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해답은 ‘일상점유율’을 높이는데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기점으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의 개념을 넘어 문화로 발돋움했다. 10월말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나면 많은 야구팬들이 다음해 3월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일요일은 TV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날이다. 한국 야구가 가장 나른한 날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게 되면 스포츠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야구의 위상을 실감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야구 선수, 스포츠 스타의 사회적 지위가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한 경기 가치 상승, 스포츠산업 파이 증가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의 경우, 시차 때문에라도 같은 시간에 경기가 열릴 수 없다. 한국의 경우 K리그와 프로농구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동시간대에 경기가 펼쳐지게 되면 어느 한 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게 돼 있다.
일요일 분산 개최가 실현되면 한 경기를 향한 집중도가 상승할 것이다. 이는 야구팬들의 눈높이도 함께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채널을 돌려가며 타 구장 상황을 훑던 행태를 넘어 공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야구 본연의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세컨드 팀’의 경기를 챙겨볼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 오후 2시,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직접 관람한 후 귀가한 팬이 브라운관을 통해 두 번째로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라이브로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스포츠산업 파이 증가를 의미한다. 고급 스포츠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중계권, 라이선싱 사업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산업 카테고리로 분류하기에는 턱없이 존재감이 미약했던 스포츠산업에 서광이 비칠 수 있다.
◆ 야구 공화국-경기력 저하, 우려 목소리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KBS, MBC, SBS 의 'B'가 Baseball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게 될 지 모른다. 안 그래도 야구가 다른 스포츠를 사장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수익이 우선인 방송사가 마음만 먹으면 '종일' 야구를 편성할 수 있다.
4월부터 10월까지 닷새에 한 번씩은 류현진을 본다. 추신수는 데일리 플레이어다. 강정호까지 무사히 메이저리거가 되면 한국의 오전 스포츠 소식은 야구로 도배될 것이다. 스포츠뉴스가 아닌 프라임 뉴스 타임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야구를 외칠 것이다.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요일 야간 경기를 치르게 되면 쉴 시간이 줄어들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팬들은 실책이 속출하는 핸드볼 스코어 경기를 접하고 싶지 않다.
KBO의 ‘종일야구’ 논의는 심도, 파급력 등을 논하기 전에 일단 팬 입장에서 어젠다를 설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어쨌거나 한국 스포츠계에 영향을 미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