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1500안타, 얼마나 위대하냐면 [SQ포커스]

2019-04-07     민기홍 기자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가 1500안타 고지를 밟은 이후 확실히 감을 찾았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는 지난 5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방문경기에서 메이저리그(MLB) 15시즌 만에 통산 1500안타를 기록했다.

같은 곳에서 같은 팀을 상대로 6일엔 1안타, 7일엔 2안타 1볼넷을 올렸다. 3경기 연속 안타로 시즌 타율은 0.286(28타수 8안타)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29일 11년 만에 개막전에서 제외된 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틀 뒤엔 4연타석 삼진으로 체면을 구기기도 했지만 베테랑답게 금세 페이스를 찾았다.

 

 

1876년 내셔널리그를 시작으로 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에서 1500안타를 친 선수는 637명이다. 추신수는 현역 중엔 28번째로 1500안타 클럽에 가입했다.

‘옆 동네’인 일본에서 3000안타 레전드(스즈키 이치로)가 나와 크게 와 닿지 않는 것도 같지만 추신수는 아시안 MLB 안타 순위 3위인 마쓰이 히데키(은퇴, 1253개)보다 한참 앞서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추신수는 “나는 첫 아시아인이나 한국인으로 처음 뭔가를 이루면 항상 자부심을 느낀다”며 “1500안타에 도달할 때까지 한 번도 200안타를 쳐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몇 년 뒤 2000안타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중에선 독보적이다. 추신수의 뒤를 잇는 이가 최희섭(은퇴, 220개)이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는 200개 초반대다. 1991년생인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이 100개를 향해 달리고 있는데 이제 갓 주전으로 발돋움했기에 아무리 맹타를 휘둘러도 추신수의 기록을 넘긴 힘들다.

추신수는 한국프로야구 KBO리그가 수출한 김현수(LG 트윈스, 141개),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74개),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41개), 황재균(KT 위즈, 8개) 등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유턴한 가운데서도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야구 잘 한다는 이들이 집결하는 빅리그에서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입지를 다졌다. 플래툰 시스템, 좌완 상대 약점 등 난관도 있었지만 지난해 팀 연속 출루 기록, 올스타전 출전 등 빛나는 업적을 이루고 1500안타라는 훈장까지 추가했다.

1500안타는 출범 38년차를 맞은 KBO리그에서도 단 33명만이 달성했다. 박용택, 양준혁, 박한이, 정성훈, 이승엽, 이진영, 장성호, 홍성흔, 김태균, 이병규, 전준호, 이호준, 송지만, 이종범, 김주찬, 장종훈, 정근우, 박재홍, 이용규, 이숭용, 이범호, 김동주, 김재현, 최형우, 이대호, 이택근, 마해영, 손아섭, 박진만, 김동수, 김한수, 김민재, 최정이다.

나열한 이름에서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야말로 '한 야구' 했던 레전드 중의 레전드들. 추신수는 KBO보다 두세 단계는 수준이 높은 MLB에서 버티고 버텨 1500안타를 쳤다.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르는 위대한 야수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