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주식 차명보유와 인보사 파문, 코오롱의 딜레마
[스포츠Q(큐) 이선영 기자] 용두사미-. 시작은 용머리처럼 거창하나 끝은 뱀 꼬리마냥 보잘것없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요즘 이웅렬 코오롱그룹 전 회장의 행보를 보노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주변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코오롱그룹을 떠나간 이 전 회장의 뒷모습이야말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다소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 청년 이웅렬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
이웅렬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남긴 ‘금수저’ 명언이다.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끌었던 그가 회장 자리를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창업의 길을 걷겠다고 전격 선언해 대중들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한데 올해 2월 중순경 돌연 이웅렬 전 회장은 상속받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혐의로 기소돼 그 상황이 급전직하로 돌변하고 말아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전 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자녀들에게 남긴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4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아울러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2015∼2016년 차명주식 4만주를 차명 거래(금융실명법 위반)하고, 이 과정서 주식 소유상황 변동을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웅렬 전 회장을 둘러싼 상황은 실로 여의치 않다. 이 전 회장이 지난 6일 검찰로부터 이 같은 혐의로 인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구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회장의 첫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웅렬 전 회장의 딜레마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불거진 ‘인보사 성분변경’ 사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이 1998년 11월 3일 그룹 차원에서 인보사 개발 결정을 직접 내렸으므로 응당 해당 사태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인보사는 업계서 전도유망한 골관절염 치료제로 알려졌는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주성분 확인시험을 통해 2액의 경우 당초 신고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였다는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서 판매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인보사 개발의 경우 코오롱티슈진(이하 티슈진)이 연구개발을 담당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이 경영을 맡는 구조로 진행됐다. 인보사 글로벌 판권은 원래 티슈진 소유였다. 다만 현재 그 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판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이 2016년 11월 일본 판권을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넘긴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문제는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인보사 관련 서류를 제공받았던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의해 티슈진이 이미 2017년 3월 인보사 2액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 있다.
업계 일각에서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인보사 자료를 넘겨받은 미쓰시비가 알아차린 2액 존재 사실을 이 전 회장이나 티슈진 경영 총괄인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연구개발 총괄인 노문종 티슈진 대표가 몰랐다는 건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라고 꼬집는 이유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달 초 공시를 통해 티슈진 한 직원의 부실 보고로 인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는 식으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아울러 이 전 회장 역시 인보사 성분변경에 대해선 현재까지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서는 티슈진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웅렬 전 회장이 이번 인보사 문제를 정녕코 모르고 있었겠느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코오롱그룹의 지배 구조를 살펴보면 이 같은 생각에 힘이 실린다. 실제 이 전 회장은 티슈진 지분을 17.8% 갖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은 티슈진 지분 2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울러 이 전 회장은 코오롱 지분 49.7%를 통해 티슈진, 코오롱생명과학 등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웅렬 전 회장이 꼬인 매듭을 어떻게 풀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