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배익기와의 오랜 갈등은 왜?
[스포츠Q(큐) 박영주 기자]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둘러싸고 소장자 배익기 씨와 문화재청의 갈등이 첨예하다. 어떻게 된 사정일까?
훈민정음 해례본은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가 담긴 책이다. 1940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소유하던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이 발견되며 그 존재가 알려졌다. 2008년 새롭게 존재가 확인 된 훈민정음 혜례본 상주본은 상주에서 발견 돼 '상주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이 훈민정음 상주본을 둘러싼 소유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배익기 씨는 15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15일 대법원은 훈민정음 상주본이 국가에 소유권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훈민정음 상주본 소재지는 배익기 씨 만이 알고 있어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손석희 앵커는 배익기 씨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불에 그을린 상주본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상주본은 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배익기 씨는 "지금 민감한 사안이 돼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배익기 씨는 "국보 지정 받기 위해 (상주본을)공개했던 것인데, 무고를 입어 12년을 (소송을) 끌고 오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배익기 씨는 문화재청 회수와 관련해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익기 씨는 "문화재청이 (상주본이) 최소한 1조 이상이 간다고 하니 10분의 1만큼 (보상금) 주면 더 따지지 않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1조의 10분의 1정도면 1000억 원 된다"고 말했다.
배익기 씨는 대법원 판결이 부당하다며 상주본의 소유권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재청에 대한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를 한 게 아니다. 정부에 대해 4개의 청구에 대한 소를 했고, 이에 대해서만 패소한 것뿐이지 구체적으로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를 냈다거나 재심을 한다거나 이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주본을 둘러싼 갈등은 상주본이 세상에 공개된 2008년부터 시작됐다. 배익기 씨는 집수리를 하던 중 상주본을 발견했다며 세상에 상주본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같은 지역에서 골동품 판매업을 하던 조 모 씨가 "배 씨가 상주본을 몰래 가져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1년 상주본 소유권이 조 씨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조 씨는 이듬해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배 씨가 상주본을 훔친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며 상주본을 둘러싼 상황이 복잡해졌다. 2014년 대법원은 배 씨가 상주본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 씨는 이에 상주본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화재청의 강제환수 집행은 부당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15일 "형사판결에 무죄가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상주본의 소유권이 배 씨에게 있다고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문화재청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회수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세 차례 회수 공문을 보낸 뒤에도 회수를 배 씨가 거부하면 문화재청은 강제집행을 요청해 압수 수색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