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월드컵 대표 김종규, '연봉킹' 부담 털고 세계무대에 덩크 꽂아라 [SQ포커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농구 월드컵을 한달 여 앞둔 상황에서도 선수들의 표정은 밝고 기대에 차보였다. 그러나 김종규(28·원주 DB)만은 조금 달랐다. 어딘가 긴장되고 경직돼 있는 듯 했다.
29일 29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 아도니스홀에서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현장의 풍경이다. 대표팀 관련 자리였지만 DB로 이적하며 한국 농구 사상 최초 10억 원 이상 몸값을 기록한 그에게 쏠리는 시선이 많았고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나온 질문도 그에 관한 것이었다. ‘연봉왕’ 출신 이정현(32·전주 KCC)은 그에게 “많이 힘들 것이다. 연봉을 많이 준다는 건 책임감도 따르는 것이다. 워낙 잘하는 선수고 나보다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면서도 “인터넷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그 입장을 잘 아는 이정현이다. 2016~2017시즌 안양 KGC인삼공사에 통합 우승을 안기며 이후 KCC로 이적하며 연봉 9억2000만 원을 챙겨 KBL 최고 연봉자가 됐던 그지만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연봉이 깎이며 연봉왕 자리에서 내려온 이정현은 절치부심했고 지난 시즌 더욱 성장하며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다.
김종규는 높은 몸값으로 더욱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 KBL은 팀 별로 연봉 상한제(샐러리캡)를 도입하고 있는데 25억 원 중 절반이 넘는 12억7900만 원(연봉 10억2320만 원, 인센티브 2억5580만 원)을 김종규 홀로 차지했기 때문이다.
자격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정현과 같이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도 아니고 그만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동성이 좋은 센터가 희귀하기는 하고 DB에 토종 빅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오버페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 돈도 많이 받고 욕도 많이 먹는 걸로 안다. 각오하고 있다”고 겸허히 밝힌 김종규다. 누구보다 몸값 논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흥행 침체기를 맞고 있는 KBL에서도 이럴진대, 다음달 31일부터 중국에서 열릴 농구 월드컵에서 부진할 경우 더욱 거센 비판의 화살을 맞을 수 있다.
공식 행사 후 만난 김종규는 “부담이 되고 걱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표팀으로 뽑힌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욕을 먹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기보다는 팀에서 원하는 농구를 하는데 주력해 1승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년 2번째 월드컵에 나섰던 한국 농구는 역시 전패를 당했고 우리가 추구하는 농구를 보여주는 데에도 실패했다. 세계의 벽이 높다고는 하지만 매우 무기력했고 농구 팬들의 실망은 컸다.
김종규는 “이기면 좋겠지만 5년 전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지지는 않는 걸 보여줘야 농구 팬들도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새 팀 DB에 대한 걱정도 크다. 아직 제대로 팀 훈련을 하지 못하고 인사만 한 상황에서 대표팀에 차출됐기 때문이다.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는 김종규는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 100%는 아니지만 점점 끌어올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혹은 방송사 인터뷰 등에서 밝은 미소와 함께 재치 있는 입담을 보여왔던 김종규. 그러나 많은 부담감으로 인해 이날은 유독 무겁고 진중하기만 한 그였다. 호쾌한 덩크와 높이를 살린 스피드 농구로 ‘괜히 연봉킹이 아니구나’라는 평가를 얻기 위해 말은 조금 아끼면서 훈련에 전념하고 있는 김종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