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마 기자 암 투병 끝에 별세… 언론 민주화에 바친 삶 재조명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자유와 평등이 넘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꿈꾼다"
이용마 기자가 제5회 리영희상 수상 당시 남긴 한 마디다.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 언론인 이용마 기자의 소식이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지난 2012년 MBC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후 복막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이용마 기자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50세.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따르면 이용마 기자는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최근 복막암 병세가 악화해 치료를 거의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간의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용마 기자와 최승호 사장(당시 MBC PD) 등 6명을 해고했다. 하지만 MBC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사측을 상대로 해직자 6인의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후 2017년 12월 취임한 최승호 사장은 MBC 노조와 해직자 전원 복직에 합의했고, 이용마 기자를 비롯한 해직 언론인들은 약 5년 만에 MBC로 돌아왔다.
1969년 전북 남원 출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MBC에 기자로 입사한 이용마 기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적인 취재 활동을 펼치며 우리사회에 공고히 자리잡은 기득권 세력에 의한 폐해를 날카롭게 비판해온 인물이다. 해직 후 국민라디오에서 '이용마의 한국정치'를 진행했고, 정치학 박사로서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복막암 투병 중이었던 2017년 10월에도 서울광장에서 열린 파업콘서트에 참여해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민주주의가 망하는 것"이라며 언론 민주화의 중요성을 알렸으며 같은 해 12월 방송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라는 평과 함께 제5회 리영희상을 받았다.
그는 해직 기자 아버지가 쌍둥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삶과 꿈의 이야기를 책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에 담아내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자신이 2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하며 겪은 한국 현대사와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와 언론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이용마 기자의 형 용학 씨는 이날 이용마 기자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고를 알렸다. 용학 씨는 "형 노릇 제대로 한 번 해보려고 잘난 동생이 먼저 앞서서 갔다"라며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팔순 노모 눈에 가시가 되어 감을 수 없다면서, 다음 생애에도 똑같은 마누라 데리고 살고프다 하면서, 아직 필 날이 너무 많이 남은 쌍둥이들 눈에 밟혀 눈 감기 싫다며… 그렇게도 너무 멀리 떠났다"며 안타까워 했다.
MBC는 이날 이용마 기자의 부고를 알리며 "당사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뜨겁게 싸웠던 故(고) 이용마 기자를 기리기 위해 장례를 사우장으로 치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직 언론인의 상징이었던 이용마 기자의 안타까운 별세 소식에 그를 기억하는 대중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