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유니폼 입는 NFL 카일러 머리, 만화같은 스토리

2019-09-10     민기홍 기자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시범경기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착용해 화제를 모았던 ‘운동 천재’ 카일러 머리(22·애리조나 카디널스)가 세간의 기대에 부응하는 미국프로미식축구(NFL) 데뷔전을 펼쳤다.

카일러 머리는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피닉스대 주경기장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라이온즈와 2019~2020 NFL 개막전에서 308패싱야드(29/54)를 기록, 애리조나가 27-27 무승부를 거두는데 기여했다.

카일러 머리는 쿼터 코리안이다. 한국인 외할머니를 뒀다. 코리안-아메리칸 혼혈인 모친 미시 머리가 혼인하기 전 이름은 미선이었다고. 팔로워가 76만7000명인 머리의 인스타그램 소개글엔 ‘Green Light, 초록불.’이라 적혀 있다.
 


카일러 머리는 4주 전 로스앤젤레스(LA) 차저스와 시범경기에선 대한축구협회(KFA)의 상징 호랑이가 새겨진 붉은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입장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함께 적은 ‘KR’은 KOREA를 의미하는 게 확실해 보인다.

사실 카일러 머리는 미국 내에선 입이 떡 벌어지는 운동신경으로 더 유명하다.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프로야구 MLB와 프로풋볼 NFL에서 모두 1라운드에 지명된 기록을 가진 유일한 사나이이기 때문이다.

카일러 머리는 지난해 6월 거행된 2019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지명을 받았다. 대학야구(오클라호마대)에서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빼어난 실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4학년 성적이 51경기 타율 0.296 10홈런 47타점이다.
 


그런데 지난 4월 26일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애리조나의 지명을 또 받았다. 카일러 머리는 패싱플레이, 러닝플레이가 모두 되는 슈퍼 쿼터백이다. 대학에서 패스로 4361야드 전진-터치다운 42개, 러싱으로 1001야드-터치다운 12개를 기록, 최고 선수가 받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거머쥔 ‘괴물’을 카디널스가 놓칠 리 만무했다.

야구단 오클랜드는 1라운드 지명권을 날릴 위기에 처하자 부랴부랴 계약금 466만 달러(56억 원) 외 1400만 달러(167억 원)를 추가 지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NFL과 머니 게임에서 완패했다. 미식축구단 애리조나는 계약금 2359만 달러(281억 원), 연봉 등 4년간 3516만 달러(419억 원)를 보장했다.

카일러 머리의 신장(키)은 178㎝밖에 안 된다. 190㎝ 이상의 거구들이 즐비한 ‘야성의 스포츠’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단신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으로 잘 알려진 전설적인 쿼터백 톰 브래디(뉴잉글랜드 패트리어트)는 193㎝다.
 


대신 카일러 머리는 우월한 스포츠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아버지 케빈 머리는 1983년부터 4년간 텍사스 A&M대에서 쿼터백으로 활약한 풋볼선수, 삼촌 캘빈 머리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컵스에서 뛴 야구선수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영웅 스토리로 이목을 집중시킨 카일러 머리는 NFL 개막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3쿼터까지 패스 성공률(9/25)이 극히 낮았고 100야드 패싱에 그쳤다. 애리조나는 4쿼터 한때 6-24까지 크게 뒤졌다.

그러나 4쿼터 종료 5분 57초부터 경기 양상이 급변했다. 카일러 머리는 데이비드 존슨에게 27야드 패스로 생애 첫 NFL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종료 43초를 앞두고는 래리 피츠제럴드에게 또 터치다운 패스를 던졌다. 24-24 동점.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고 첫 승은 다음으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