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Q] '82년생 김지영' 공유, 편협한 시선이 만들어낸 관대함
[200자 Tip!] 직업적인 면에서만 특수할 뿐이지 공유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모두가 ‘예’를 외칠 때 혼자 ‘아니오’를 외치지도 않고, 평범하면서도 일반적인 생각에 굳이 반기를 들지도 않는다. 공유 역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다양하게 있음으로 존재하는 문제들을 인정한다.
때문에 공유는 타인이 본인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배격하거나 옳고 그름을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는다. 공유에게도 이상(理想)은 존재한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스포츠(큐) 이승훈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아직 개봉 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물론, 작품에 출연한 배우 공유를 감성적 번뇌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 정도로 섬세하게 그려진 시나리오의 힘 때문일까.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촬영 현장은 다소 무겁고 진지한 공기가 맴돌았을 것 같다.
하지만 공유는 오히려 “편했다. 이상하게 몸이 가벼웠다”면서 “캐릭터의 연령대와 내 실제 나이가 비슷하기도 하고, 주로 생활 연기로 이뤄져있다 보니까 힘을 주기 보다는 다 내려놓고 임했다.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재밌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 ‘배우’ 공유와 ‘82년생 김지영’ 정대현의 교집합
영화 ‘도가니’와 ‘용의자’, ‘부산행’, ‘밀정’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매번 ‘인생캐릭터’를 갱신하고 있는 공유가 또 하나의 ‘인생캐’를 예고했다. 벌써부터 ‘현실 남편’이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
판타지와 액션, 스릴러 장르를 오가며 대놓고 존재감을 자랑했던 이전 작품과 달리 ‘82년생 김지영’ 속 정대현은 지극히 평범하다. 이제는 무의미해진 결혼적령기에 사랑하는 김지영(정유미 분)과 백년가약을 맺었고, 적당한 때에 아이를 출산했다. 김지영은 육아에 힘을 쏟으면서 일을 병행할 수 없게 되자 다니던 회사를 관뒀고, 정대현(공유 분)은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특히 김지영에게 타인이 빙의 될 때마다 정대현은 현실을 부정하지도, 지금 놓인 상황에서 도피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그는 김지영의 곁을 묵묵히 지키면서 괜찮아질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공유는 실제 빙의가 된 주변인을 만나본 적도 없을뿐더러, 결혼과 육아를 경험해보지도 않았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소한 일상들도 마주한 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그는 “정대현은 나와 비슷한 사람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공감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공감도 중요해요. 정대현을 공감하지 못했다면 애초에 출연을 결정하지 않았을 거예요. 처음에는 영화 전체가 주는 이야기가 끌렸지만, 캐릭터도 크게 불편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지점들이 없었죠. 답답하지만 무난한 듯하고, 적당히 상냥하고. 혼자 끙끙 앓지만 아내한테는 말도 못하고 고민을 혼자 떠안는 모습에서 측은지심까지 느꼈어요.”
일각에서는 “김지영에게 빙의 상태를 말해주면 되지, 정대현은 고민이 너무 많다”라고 말한다. 영화 후반부에 결국 김지영에게 실토하면서 고개도 못 들 정도로 오열하는 게 그동안 쌓아왔던 감정이 폭발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그러나 공유는 극 중 김지영을 대하는 정대현의 태도를 바라보며 “충분히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처음에는 김지영의 엄마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내 기준과 입장에서는 그런 대현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됐다. 실제 나라도 대현처럼 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공유가 정대현을 통해 ‘현실 남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지점도 이 부분이다. 공유는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자신의 공통점을 찾아 나선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작품을 택할 때 해당 캐릭터가 갖고 있는 점과 저의 교집합을 봐요.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고, 이 캐릭터를 통해 저의 모습이 강조되기 때문에 공유가 갖고 있는 부분들이 캐릭터를 통해 완벽하게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김지영에 빙의 고백 장면... 정대현이 고개를 들 수 없었던 이유
“대현이 고개를 못 들어요. 실제로 저도 연기하면서 굉장히 슬펐어요.”
영화 ‘82년생의 김지영’에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면 장면 중 하나는 식탁에 앉아 김지영(정유미 분)에게 빙의 사실을 고백하는 신이다. 이때 정대현(공유 분)은 식탁에 고개를 묻고 오열한다.
공유는 해당 장면을 촬영할 때 김도영 감독과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 입장에서는 “눈물이 보이게 울어 달라”, “고개를 들어 달라”라고 요청할 법 하지만, 공유는 당시에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
“제가 우는 걸 관객들이 보는 것보다 그 상황에서 대현이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했어요. 감독님도 동의해주셨죠. 사실 대현도 그동안 힘들었잖아요. 혼자 끙끙 앓다가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말하는 신인데, 지영을 향한 미안함이 내포돼있다 보니까 얼굴을 못 보겠더라고요.”
공유는 자신의 감정이 완벽하게 투영된 또 다른 장면으로 김지영과 맥주 마시는 신을 손꼽았다. 그는 “대본에는 정대현이 우는 게 아니었다. 착잡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지영이를 쳐다보는 건데 첫 테이크를 촬영하고 나니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후 공유는 감독에게 “나도 예상 못 했다”면서 “지영이가 나를 쳐다보는데 너무 슬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고.
◆ ‘79년생 공유’, 41살이 바라보는 결혼
지난 2001년 KBS 2TV ‘학교4’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공유. 큰 키와 훈훈한 비주얼로 풋풋한 학창시절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냈던 23살 공유가 18년이 흐른 지금,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실제 주변에 있을 법한 현실 남편 캐릭터를 소화했다.
데뷔 후 18년 동안 약 25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지만, 이처럼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남편 역은 처음이다. 오랜 연예계 생활과 함께 연륜이 깊어지고 있는 만큼 ‘배우 공유’가 아닌 ‘인간 공지철’의 생각하는 결혼관은 어떨까.
그는 “언제부턴가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30대 중반부터 주변에서 ‘이제 결혼해야 되지 않겠어?’라고 하더라. 하지만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첫째가 딸이면 둘째는 2년 터울로 아들을 가져야 한다’라고 여겨지던 세대에서 살았어요. 심지어 20대에는 ‘빨리 결혼해서 젊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결혼이 당연하다는 사고를 버렸어요.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은 각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공유는 “결혼에 주저함이 생기고 육아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이유 중 하나가 ‘어떤 세상에서 어떤 가르침으로 키울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며 이전과 달라진 결혼관을 털어놨다.
[취재후기] ‘하나’를 물어보면 ‘열’을 대답하는 공유다. 주어진 인터뷰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 특히 그는 가정과 사회에서 겪은 사소한 일들을 가감 없이 고백하면서 취재진들에게 공유가 아닌 공지철로 다가왔다. 불혹의 나이를 맞이하며 영화 ‘82년생 김지영’으로 시작될 공유의 새로운 전성기가 어떤 모습일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