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올림픽 예술감독 선정 논란에 안건희 대표의 이노션 연루?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스페셜올림픽이 핫이슈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벤트 대행사로 특정업체를 선정할 것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안건희 대표이사가 이끄는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연관돼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됐다. 2016년 가을, 고위직의 자녀를 채용하기 위해 비리를 저질렀단 의혹에 시달렸던 재계서열 2위 현대자동차의 종합광고회사가 바로 이노션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13일 ‘뉴스룸’에서 이병우 전 성신여대 교수가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예술감독에 오른 배경을 취재해 보도했다.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나경원 대표가 올림픽 행사 대행사로 특정업체가 선정돼야 한다고 지시해 관련자료를 사전에 넘겼다”고 전했다.
스페셜올림픽이란 지적장애인, 발달장애인들의 국제스포츠 축제다.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과는 개념이 다르다. 패럴림픽은 신체장애인, 시각장애인의 이벤트다. 패럴림픽은 올림픽 폐막 직후 개최지에서 그대로 열려 인지도가 그나마 있는 편이지만 스페셜올림픽은 그렇지 않다. 대다수는 장애인체육인이 전부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나경원 대표는 2010년 11월~2013년 6월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냈다.
검찰은 최근 패스트트랙과 별도로 나경원 대표의 자녀 부정입학 의혹 수사도 벌이고 있다. 나 대표의 딸 김 씨가 2012년 성신여대에 들어가는데 특혜를 받았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씨는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했고 당시 면접위원장이 이병우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였다. 이 교수는 김 씨에게 예정에 없던 반주 연주를 허락했고 면접 최고점을 부여했다. 김 씨 입학 후 3개월이 지난 2012년 6월 이 교수는 스페셜올림픽 개폐막식 예술감독으로 선정됐다.
여기서 이노션이 등장한다. 2011년 6월 스페셜올림픽 홍보마케팅 대행사 계약을 따낸데 이어 2012년 6월 개폐막식 대행까지 맡게 됐다. JTBC에 따르면 조직위 내부에서 “이미 홍보마케팅을 맡고 있던 이노션이 다른 행사 입찰에 참여하는 게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노션은 대홍기획, SK마케팅앤컴퍼니,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 등 경쟁업체와 견줘 입찰가격이 높았는데도 1위에 올랐다. 같은 해 11월 문화행사 대행권도 획득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당시 나경원 조직위원장이 이노션이 선정돼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조직위가 입찰공고를 내기 전 관련 자료를 경쟁사 모르게 이노션 측에만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노션 측은 “2위 업체와 점수가 0.09점 차이밖에 안 나는데 내정이 됐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이노션은 대행사로 선정된 직후, 이병우 당시 성신여대 교수를 예술감독으로 추천했다. 당시 조직위 관계자는 “입찰에 참가한 업체 가운데 이노션이 유일하게 이병우 전 교수를 예술감독으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JTBC는 “당시 이노션의 총괄 책임자 이 모 전무가 과거 이명박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나경원 대표와 함께 일했던 인물”이라며 “나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대위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할 당시 선대위 홍보기획팀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병우 전 교수는 추천 과정을 전혀 몰랐고 이노션과도 이전까지는 관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노션은 지난해 8월 안건희 대표가 연루된 채용비리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2016년 9월 안건희 대표를 만나 “딸이 곧 영국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는데 취직 때문에 걱정”이라며 “이노션이 좋은 회사라 그러던데 취업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둘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안건희 대표는 경영지원실장에게 “(김학현 부위원장의 딸이) 최종면접까지 볼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서류전형 심사가 생략됐고, 실무면접, 임원면접에서 김 씨보다 우수한 인재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나머지 지원자 166명은 아무 것도 모른 채 헛심만 쓴 셈이다.
안 대표는 2009년 이후 줄곧 이노션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전문경영인 가운데 단연 최장수 임기로 10년을 넘긴 이는 그가 유일하다.
한편 JTBC는 “지난 8월 초 국회에서 가까운 한 빌딩에서 나경원 대표와 스페셜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이 만났다”며 “이노션의 부정입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주부터 평창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와 관련된 각종 문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