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해준의 스포츠 멘탈코칭] K리그2 최다도움왕 정재희와 축구의 팀 응집력의 실재
[스포츠Q(큐) 소해준 칼럼니스트] 선수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스포츠 멘탈코칭’ 전문가 소해준입니다. 저는 프로선수들부터 유소년까지 다양한 종목의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며 그들의 멘탈 및 심리적 성장을 돕는 일을 합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제가 선수들에게 직접 들은 답변만을 싣고 있습니다. 오늘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멘탈 강화를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골잡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축구에서 공격수 득점은 승패와 직결돼 곧바로 선수에 대한 찬사로 이어진다. 팀 종목인 축구에서의 골은 절대 혼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 없이 만들어지는 골은 거의 없다.
특히나 골잡이에게도 어시스트를 해주는 동료의 유무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팀 종목이 매력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어려운 이유다. 같은 공격수로서 공이 왔을 때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그 상황에 적합한 동료에게 어시스트 해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선수 개인의 수행 뿐 아니라, 팀 종목의 수행을 위해 ‘팀 응집력’에 대해 중요하게 다룬다.
하지만 실제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하고 많은 프로선수들을 만나며 멘탈코칭을 하는 필자로선 아무리 팀 종목이라 해도, 팀 응집력을 다룰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팀 응집력 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수행력 향상과 성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프로선수들도 팀 응집력에 대한 주제보다는 개인 성장을 위한 주제로 멘탈코칭을 받고 싶어 한다. 팀보단 개인이 빛나야 하는 것이 치열한 프로세계의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구단의 선수들이든 비슷하다.
하지만 팀 응집력에 대해 좋은 예를 보여주는 선수가 있다. 바로 전남 드래곤즈의 정재희다.
정재희는 2019시즌 리그 29경기(교체 12경기)에 출전해 10개 도움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로 지난 2일 하나원큐 K리그 2019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2 최다도움왕을 수상했다.
정재희에 대한 주변 평가를 보면 빠른 스피드와 결정적인 순간에 센스 있는 볼 운영능력만을 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뿐만이 아니다. 정재희에게는 팀 응집력 강화를 위한 역량이 밑바탕 된다는 것도 주목해볼 수 있다.
실제 정재희에게 어떻게 K리그2 최다도움왕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제가 도움왕이 된 비결은 좋은 동료들이 옆에서 도와줘서 인거 같습니다. 도움왕은 제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공을 잘 줘도 그 공을 골로 연결시켜줘야 되고 또 제가 좋은 패스를 주려면 제 뒤나 옆의 동료들이 공을 뺏어서 제게 연결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재희 답변은 매우 이타적이었다.
또한 다음 시즌엔 득점왕이 어떻겠냐고 묻자, 또다시 정재희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 시즌엔 제가 도움왕을 했지만 아시다시피 팀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다음시즌에는 준비를 더 잘해 제 성적과 팀 성적 모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필자는 기자도 아니고, 멘탈코칭을 하며 자주 얼굴을 본 사이라 편하게 대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참 정재희다운 대답이구나 싶다.
평소 ‘자연인’ 정재희는 눈에 띄려고 애쓰는 사람이 아니다. 성품도 온화하고 주변에 포용적이어서 정재희와 함께 방을 쓰거나 하면 마음이 편하다는 동료선수의 이야기도 종종 들었을 정도다. 또 정재희는 조용하게 뚝심 있는 선수다. 멘탈 관리를 위해서도 ‘잘 안 풀려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다보면 좋아짐을 믿는다’며 단단한 내면을 보여준다.
팀 종목인 축구에서 정재희와 같은 선수는 꼭 필요하다.
공격수라는 같은 포지션이어도 세부적으로 보면 죄다 다른 역할로 공격에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 공격수들은 득점왕만을 꿈꾸지만 정재희와 같은 역할의 공격수가 한명도 없다면 그 팀은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실제 응집(Cohesion)이란 말은 함께 결합시키거나 접착시킨다는 의미의 라틴어 Cohaesus에서 유래됐다. 스포츠심리학 학술용어로는 개인이 집단에 헌신하는 정도나 집단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단체정신, 팀워크 등의 용어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한마디로 팀 응집력이란 팀이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수, 코치진, 구단 등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치열한 각축이 예상되는 2020시즌 K리그2, 과연 어떤 팀이 팀 응집력을 더욱 강화시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해준
- 스포츠Q(큐) 칼럼니스트
- 한국멘탈코칭센터 대표 멘탈코치
- 2018 K리그 전남드래곤즈 멘탈코치
- 중앙대학교 스포츠운동 심리 및 상담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