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가 '온라인 마권'을 발권해야 하는 까닭
[스포츠Q(큐) 이선영 기자] 국내 경마 마니아들은 왜 한 번쯤 불법 경마에 혹하는 것일까.
▲ 마권 구매가 편함 ▲ 구매 상한액이 없음 ▲ 외상 거래도 가능 등 그 이유는 많다. 심지어 신분 확인 과정이 허술하기에 미성년자도 불법 경마의 늪에 빠져들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불법 경마 시장이 매년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국내 불법 도박 시장 규모는 84조원에 이른다. 이중 불법 경마 매출은 1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기간 합법 경마 매출(7조7000억원)의 1.7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에 따라 국내 유일의 말산업 육성 공공기관인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가 불법 경마 시장을 견제하고자 적극 나섰다. ‘온라인 마권’의 합법적 발권 추진이 그것이다.
일부 오프라인에서만 마권을 판매하는 현재 발권 시스템이 오히려 온라인 불법 경마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수렴한 것. 온라인 마권의 합법적인 발권을 통해 온라인 불법 경마를 축소하고, 경마사업 자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하자는 논리다. 그 결과 세수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 마사회의 설명이다.
지난 11월 말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9명은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판매를 허용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지금은 마권을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 등 오프라인에서만 발권하고 있다.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불법 경마 이용자를 양지로 끌어올린다면 그만큼 세수가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추산한 2016년 불법 경마의 포탈 세금 액수를 보면 이 같은 견해에 힘이 실린다. 그 금액은 자그마치 2조1000억여원에 달한다.
더구나 불법 경마의 매출 환급률은 90% 이상이다. 이용자의 돈이 죄다 불법 경마 사업주에 흘러 들어간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 반면 마사회의 환급률은 70% 정도다. 마사회가 매출의 16%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4%는 축산발전기금 등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판매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면 불법 경마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마사회 구매건전화 추진단이 최근 작성한 ‘이용자 보호 강화를 위한 구매 건전화 추진계획안 보고’에 따르면 마권 온라인 발권 허용은 세계적인 추세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홍콩이 이미 경마에 있어 온라인 마권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그밖에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판매가 합법적으로 시작되면 혐오 시설로 취급되고 있는 장외발매소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온라인 마권 발권으로 인해 국내 사행산업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있다. 하지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매년 마사회 매출 총량을 규제하고 있다. 지난해 경마 매출은 사감위가 제한한 매출 8조4000억원의 90% 수준에 그쳤다”면서 “마사회는 앞으로도 ‘국민 행복’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 늘 국민 입장에서 국민이 즐거운 레저문화 건설과 가치 실현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마사회는 지난 96년간 한국 경마·말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국내 경마의 경우 1920년 시작한 이후 94년 만에 세계경마 2부 리그 격인 PART2 경마시행국으로 격상됐을 정도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 마사회는 2022년엔 PART1 경마시행국으로 격상하기 위해 국제 경마 경주를 개최하고 이 같은 경주실황을 해외에 송출하는 등 노력과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마사회가 과연 온라인 마권 발권으로 불법 경마를 양성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