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군 톰 브래디-뉴잉글랜드 결별, 왜? [NFL]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프로리그가 멈췄다. 스포츠 천국 미국도 마찬가지다. 야구(MLB), 농구(NBA), 아이스하키(NHL), 골프(PGA), 축구(MLS)가 사라졌다. 이런 와중에 빅 이슈가 터졌다. 미식축구(풋볼)의 ‘아이콘’ 톰 브래디(43)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결별이 북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ESPN, USA투데이 등 미국 유력 언론의 18일(한국시간) 헤드라인은 톰 브래디의 탬파베이 버커니어스행으로 도배돼 있다. 풋볼 저변이 넓지 않은 한국에서야 덜 유명하지만 브래디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 급이다. 마이클 조던(농구), 타이거 우즈(골프), 베이브 루스(야구), 웨인 그레츠키(아이스하키) 등과 함께 언급될 정도의 슈퍼스타다.
드래프트 하위 라운드(6라운드 전체 199순위)로 미국프로풋볼(NFL)에 입문, 미국인이 사랑하는 스포츠스타 반열에 오른 스토리는 너무나 드라마틱하다. 자유계약(FA)을 자격 취득 전 매번 재계약해 구단의 부담을 덜어줬던 충성심도 톰 브래디가 대단한 이유다. 아내(부인)가 브라질 국적의 톱 모델 지젤 번천이란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슈퍼볼 우승 6회,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3회, 슈퍼볼 MVP 4회. 숱한 업적을 남긴 역대 최고의 쿼터백 톰 브래디가 뉴잉글랜드를 떠난 이유는 나이다. 2000년 뉴잉글랜드에 둥지를 튼 뒤 20시즌을 원팀맨으로 지내온 그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여전히 정상급 쿼터백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뉴잉글랜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톰 브래디의 스타성과 기량이 출중하다보니 미래를 준비할 수가 없었던 뉴잉글랜드다. 지난 시즌 NFL 32구단 가운데 선수단 평균 연령이 27.8세로 제일 높았다. 무려 11년 연속 지구(AFC 동부) 1위를 차지해 드래프트 순번이 늘 뒷전이라 양질의 신인을 수급하는데 애를 먹었다. 지난 1월 5일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와일드카드전에서 25.7세인 마이애미 돌핀스에 져 탈락하면서 브래디와의 이별은 가시화됐다.
결국 그간 상상도 못한, 톰 브래디가 뉴잉글랜드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는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브래디의 향후 행선지를 물을 때마다 뉴잉글랜드 다이너스티(왕조)를 함께 일군 로버트 크래프트 구단주, 빌 벨리칙 뉴잉글랜드 단장 겸 감독은 소극적으로 반응했던 터였다. 결국 “45세까지 현역으로 뛰겠다”고 누누이 밝혀 온 브래디가 탬파베이로 떠났다.
톰 브래디는 자신의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남겨 뉴잉글랜드 팬들을 울렸다.
“지난 20년간 함께해줘 고맙다. 빼어난 가치 속에 승리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매일을 노력했다. 내게 가르침을 준 모든 것, 내 잠재력을 최고로 이끌어 준 것에 감사하다. 우리가 이룬 모든 성과들이 즐겁다. 교훈을 영원히 간직하겠다. 패트리어츠 왕국은 앞으로도 내 삶의 일부일 것이다. 언제나 그대들을 또 우리가 공유한 기억들을 사랑하겠다.”
이제 탬파베이의 과감한 베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마흔 넘은 쿼터백에게 연봉 3000만 달러(374억4000만 원)를 지급하면서 단숨에 전국구 구단으로 변모한 버커니어스. 1976년 창단했으나 슈퍼볼 우승은 1회(2002)에 불과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은 2007년이 마지막인 약체는 과연 톰 브래디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