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최원호-정민철식 리빌딩,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기자의 눈]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감독의 사임과 감독대행 선임. 그리고 대대적 선수단 물갈이. 위기감을 느낀 한화 이글스의 리빌딩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며칠 한화의 정신 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14연패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한용덕(55) 감독이 물러나자 한화는 8일 최원호(47) 퓨처스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앉혔다.
곧이어 단행된 선수단 변화. 30대 베테랑 선수들 9명을 포함해 10명이 2군 선수단과 자리를 바꿨다.
한화는 주전급 선수들의 연령대가 높다. 신진급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이 같은 문제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퓨처스리그 팀을 이끌던 최원호 감독대행과 정민철 단장은 리빌딩을 핵심 과제로 꼽았고 8일 선수단 10명의 2군행을 통보했다.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오선진과 하주석이 부상으로 나란히 부상 이탈하며 한화 타선은 힘을 잃었다. 주축 가운데 3할 타자는 없었다. 이용규(타율 0.297)와 이적생 정진호(0.282)가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기량을 보였다. 마운드에선 외국인 워윅 서폴드와 새 얼굴 김민우, 두산에서 건너온 이현호, 클로저 정우람, 불펜 박상원 정도만이 제 역할을 했다.
결국 모두 채찍을 맞았다. 야수 중에선 송광민(37)과 이성열(36), 최진행, 김회성(이상 35), 김문호, 이해창(이상 33) 그리고 투수 안영명(36), 장시환(33), 이태양(30), 김이환(20)이 서산 2군 캠프로 향했다.
최근 3연패에 빠지며 불안했던 김이환을 제외하면 모두 30대 이상 선수들이라는 게 놀랍다. 한화의 고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적만 놓고 보자면 2군행을 통보받은 이들 중 억울할 선수를 찾아보긴 힘들다. 투수들은 모두 6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고 타자들 타율은 모두 0.250을 밑돌았다. 다만 김태균(38)에게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건 팬들로선 다소 아쉽게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일부 팬들은 여전히 고액 연봉자인 프랜차이즈 스타의 눈치를 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테랑들이 모두 빠져나갈 경우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끌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일견 설득력이 있었다.
물론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김태균의 타율은 0.156로 한화에서도 바닥이기에 스스로도 동료들의 단체 2군행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심점 역할은 물론이고 반등의 계기가 된다면 최원호 감독대행의 선택은 박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균이 부활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또 하나 걱정되는 건 성적. 연패를 끊어내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겠다고 한 최 감독대행이지만 1군 선수들 대부분이 빠져나간 상황이기에 쉽지 않다. 2군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는 해도 1군 콜업 후 모두 주전급 활약을 펼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자칫 연패가 더 길어질 경우 이들 또한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리빌딩과 성적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리빌딩을 외치는 팀치고 제대로 세대교체를 이뤄낸 팀은 많지 않았다. 성적이 좋은 팀에서 자연스레 경쟁력 있는 신진급 선수가 나오고 이들의 성장과 함께 성적도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성장을 통해 베테랑급 선수들 또한 경각심을 가졌다.
반면 한화와 같이 하위권에 자리한 팀들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리빌딩을 외쳤다. 베테랑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으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억지로 기회를 줬다. 그리고 결과는 참담했다.
성공적인 리빌딩의 핵심은 조급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전제가 돼야 될 것은 선수들이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도록 2군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다. 다음은 실력만 뒷받침된다면 언제든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 이런 시스템 속 성장하는 선수와 퇴보하는 선수들이 자연스레 자리를 뒤바꾸며 팀이 젊어지고 새로워지는 것이다.
이번 한화의 대규모 2군행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었다. 붙박이로 기용되던 선수들에겐 경각심을 주고 2군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리빌딩을 목표로 한다면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길게 바라보고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나가야 한다.
2018년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지난 10년을 돌아볼 때 한화의 행보는 한숨만 나왔다. 무엇이 발전했는지에 대한 대답을 얻기 어려웠다. 제대로 키워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알려진 최원호 대행은 지난해 말 한화 퓨처스 감독을 맡은 뒤 어린 선수들과 지내며 한화의 미래가 될 자원들을 파악해왔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신예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한대화, 김응용, 김성근, 한용덕 감독 그 누구도 박수 받으며 떠나지 못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눈앞의 성적만을 바라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어온 한화다. 목표가 리빌딩이라면 성적이 나오지 않아 팬들에게 비판을 받을 걸 각오하고서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팀 운영 방안을 고심해야 할 시기다.